의대들이 인터뷰에 초대해 줬다면 기본적인 조건들은 어느 정도 갖추었다고 짐작할 수 있으나 학생을 직접 만나보지 못한 상황에서 정확하게 무엇이 문제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아마도 만나서 대화를 나누며 상대방이 그 학생을 별로 매력적인 인물로 판단하지 않았기 때문에 좋은 소식을 듣지 못하고 있다고 사료된다. 대학생 자녀를 끼우는 연령대의 부모라면 처음 만나는 상대에게서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의 깊이를 느끼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의대에서 학생을 상대로 인터뷰를 하는 대다수의 면접관들도 중년의 나이이며 20대의 젊은 학생들과 매일 생활하는 입장이다 보니 인터뷰에 참여한 학생들과 몇 마디의 말만 나눠보면 그 학생의 열정과 인성을 느끼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특히 요즘 의대 인터뷰는 입학사정관들이 따로 존재하기 보다는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의대교수들이 본인들이 가르칠 학생들을 직접 선발하고 있으므로 기준에 모자라는 학생들은 선발하지 않고 있고, 또한 일반적인 대화를 통하지 않고 학생의 윤리관, 인성 및 순발력을 측정하는 MMI(Multiple Mini Interview)방식을 도입해서 의료전문인으로서의 기본적인 조건을 갖추지 못한 학생은 선발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의대에서의 요구하는 기준이 무엇인지를 알면 어렵게 인터뷰에 초대받은 학생이 불합격하는 경우를 피할 수 있겠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심신이 불안정한 환자들을 대하는 전문인으로서의 기본자세가 핵심이다. 이 점을 확인하기 위해 서류전형을 통과한 학생들을 초대해서 대화를 나눠보거나 윤리적인 질문들을 한다. 역시 모든 것의 시작은 가정에서 비롯한다. 화목한 분위기의 가정에서 자란 학생들이 의대에 쉽게 합격한다. 머리 좋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학생들이 성적이 좋은 것이 현실이지만, 성적이 좋다고 의대에 쉽게 합격하지는 못한다. 부모가 평온한 표정을 하고 있으며 자녀와 웃으며 대화하는 가정의 학생들은 누구와 대화를 해도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게 하며, 이런 학생들은 쉽게 의대에 합격한다. 물론 성적이 아주 나쁘다면 인터뷰에 초대받기가 힘드니 기본적인 학습능력은 갖춘 경우에 해당된다. 대화를 하다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상대가 있는가 하면, 주는 것 없이 미운 상대나 답답해서 짜증이 나는 상대도 있다. 질문에 대한 응답내용도 중요하지만 전달하는 분위기나 표정과 말투도 중요하다. 인터뷰는 5분만 지나면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오게 된다. 30분이 지나면 거의 판별이 끝났다고 보므로 어떤 학생들은 한 시간 동안의 인터뷰 중에 첫 30분은 공식적인 인터뷰를 했지만 나머지 30분은 슈퍼볼 경기에 관한 얘기만 하다 나오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런 경우는 대부분 좋은 결과를 기대해도 좋다.

안타깝게도 한인학생들의 경우에 영어구사력이 부족해서 의대에 진학하지 못하기도 한다. 고등학교를 한국에서 마치고 미국에 온 학생이라면 특히 염두에 둘 부분이다. 그 사이에 영주권을 딴 학생이든 아니면 유학생 신분의 학생이든 그 신분의 차이보다는 질문을 했는데 반복적으로 못 알아 듣는다면 과연 그 학생을 자기 강의실에 앉히고 싶은 교수가 몇 명이나 있을지 모르겠다. 유학생이라 의대에 가기가 어렵다기 보다는 일반적으로 유학생들의 영어구사력이 미국에서 자란 학생들, 특히 그 중에도 의대 인터뷰까지 와있는 학생들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에 미국의대에 진학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읽고 쓰는 것을 열심히 해서 명문대학에서 좋은 성적을 받은 특목고 출신학생이든, 미국에서 태어난 학생이든 의대 인터뷰처럼 긴장된 순간에 전문적인 과학지식에 대한 얘기를 하다 갑자기 윤리나 철학에 대한 질문으로 돌아선다면 세련되고 지적인 단어와 표현을 써가며 소신껏 대답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영어구사력 역시 대화를 하며 상대에게서 느끼는 매력요소에 포함되므로 심각하게 부족하다고 느껴지면 절대 선발해서는 안 된다는 소견을 선발위원회에 제출하게 되며, 두 명의 면접관이 동시에 선발불가의견을 낸다면 아무리 열심히 준비한 학생이라도 그 의대에 진학할 수 없게 된다.

부모가 해줄 일이라면, 화목한 가정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자식을 아낀다며 자녀가 혼자서는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서 어디를 가본적도 없는 그런 바보로 만들지 말자. 자기가 필요한 물건은 스스로 사보는 경험도 하게하고, 봉사참여를 통해 다양한 부류의 사회구성원들과 대화하게 해주면 된다. 대학에 가기 전에 운전면허를 안 딴 학생이 좋은 의대에 가는 일도 별로 없다. 즉, 무조건 공부만 잘하는 학생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사회통념과 규범에 익숙한 지극히 상식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으며, 어려운 의학지식을 익혀서 환자들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의대가 찾는 모습이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컨설턴트
201-983-2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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