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의대진학에 관심이 있는 Pre-Med 학생들이 선택하는 전공은 생물이나 화학분야에 편중되어 있었다. 하지만 필자가 권하는 의대진학에 도움이 되는 전공은 바로 학생 스스로가 가장 좋아하는 분야이다. 이는 필자만의 독단적인 생각이 아니라 많은 의대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기준을 자연과학분야를 잘 하는 학생에 국한시키지 않고 폭 넓게 적용함으로써 다양한 전공분야에서 신입생을 선발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사이의 통계를 분석해 보자면 2000년대 초반에 의대에 합격한 신입생의 60%에 육박하는 학생들은 대학에서 전통적 Pre-Med 전공으로 알려진 생물과 화학을 전공한 학생들이었으나 2010년대에 들어서서는 그 비율이 50% 남짓으로 하락했다. 반면에 의대 신입생의 약 20% 수준이었던 인문사회과학전공 출신자들의 비율은 10년 사이에 10% 가량이 증가한 약 30% 수준에 이르고 있다. 10년 사이에 10%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전통적 Pre-Med 전공 출신자의 비율과, 10%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비전통적 전공 출신자의 비율이 시사하는 바는 무척 인상적이다. 물론 수학이나 보건학 등의 기타 전공자들도 존재하지만 그 분야의 변화율은 그리 크지 않으므로 감소추세인 자연과학분야와 상승추세인 인문과학분야로 나누어서 분석을 해보면 의대에서 추구하는 학생선발의 새로운 기준을 쉽게 파악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자녀들의 전공선택의 기준을 어디에 맞춰야 할 지에 대한 대책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으리라 본다.

7월에 접어들어 교육관련 신문기사 중에 단연코 시선을 끄는 기사는 뉴욕타임즈에 게재되었던 영문기사를 소개한 Virginia Tech Medical School에서 신입생 선발시에 적용하는 인터뷰 방식이었다. 신설 의대인 VT 의대가 최단기간에 명문의대로 발돋움하기 위한 비책으로 환자들과의 소통능력을 가진 의사를 양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스피드 퀴즈 형태의 다중 면접은 그 파장이 미국내 다른 의대로 전파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로 강하게 밀려가고 있다. 물론 이러한 파급효과는 긍정적인 변화이며 진작부터 널리 알려졌어야만 했던 사항이다. 환자란 의사가 존재하는 이유임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질문에 불친절한 반응을 보이는 의사가 실제로 존재하며, 동료로서 함께 일하는 간호사를 무시하는 의사도 존재한다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의료계가 자정책으로 의대 신입생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부터 인성이 부족한 학생을 선발하지 않겠다는 근원적인 대책을 적용하고 있다고 보면 되겠다. 물론 미국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의사들이 친절하게 환자를 대해주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의료계도 치열한 생존경쟁을 하는 산업분야이며, 이제 그 경쟁상대는 근접지역의 병원에 국한되지 않고 인도, 싱가포르 및 한국 등 타국에 있는 병원으로까지 범주가 넓어지고 있는 글로벌 무한경쟁시대에 접어들었다. 아무리 힘든 공부를 마친 전문의라 하더라도 환자와의 소통에 문제가 있다면 병원장의 입장에서는 병원의 존폐를 위협하는 존재, 즉 다른 산업분야에서 표현하는 “회사 말아먹을 직원”으로 간주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가 의대진학 컨설팅을 맡은 학생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사항을 본 칼럼을 통해 반복적으로 강조해왔으며, 이는 Patient Oriented Heart와 Interpersonal Communication Skill이다. 일반대중에게는 VT 의대에 관한 이번 기사를 통해 알려진 얘기이나, 실상 의대입시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지난 10년 사이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었으며 바로 그 결과물이 사람사는 원칙을 배운 인문사회과학분야 전공자들에 대한 선호도 상승인 것이다. 세포에 대해서는 무한한 이해를 하지만 인간에 대해서는 이해도가 떨어진다면 연구직에 종사하는 순수과학자가 어울리는 것이지 매일 환자들과의 소통을 해야하는 실용과학자인 의사라는 직업은 어울리지 않으므로 선발하지 않겠다는 것이 의대가 지양하는 새로운 원칙인 것이다. 그렇다면 의대진학을 위해서는 모두가 사회학이나 언어학을 전공해야 한다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학생 스스로가 가장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분야를 전공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추천이며, 이는 학습 성취도와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단기적인 이유와 함께 의료분야의 다양한 구성원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는 장기적인 이유에 기인한다.

남 경윤 / 의대진학 컨설턴트
201-983-2851
kynam@GradPrepAcade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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