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명문대학에서 최우등 성적을 받고도 의대에 진학하지 못 하는 경우를 보는 것은 그리 생소한 일은 아니다. 아이비 리그 대학에 진학해서 대학생활 내내 모든 수강과목에서 A학점을 받고도 의대진학에 실패한 학생들과 그 가족들은 도무지 수긍하기 어려운 결과이겠으나 분명히 무엇인가가 잘못 되어 있다는 것이고, 그 부족한 점을 빨리 찾아내서 보완한다면 다음 번 도전에서는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스스로가 본인의 부족한 점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과 대부분의 경우에 부모들도 빠른 시간내에 그 점을 인식하고 지적해 주며 보완책을 찾아 해결책을 제시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일단은 본인에게 부족한 점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앞서 분노와 원망에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기 일쑤이므로 부모의 역할은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게 옆에서 도와야 하는 것이다.
아이비 리그 대학에서 만점을 받았다는 사실이 보여주는 것은 그 학생이 학습능력을 갖추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대진학을 위해서는 학습능력 외에도 보여줘야 할 여러가지 다른 조건들이 있다. 가장 큰 명제는 Patient Oriented Heart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줘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를 보일 수 있는 방법이 일정하지 않다는 것이 학생들을 혼란에 빠뜨리게 된다. 병원봉사 수백시간과 한두번의 제 3세계 의료봉사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의대진학을 보장하는 조건은 아니다. 그저 남들도 다 하는 기본적인 사항들일 뿐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스스로가 무슨 봉사활동을 했든지에 상관없이 무엇을 배웠느냐는 것이며, 조금 더 나아가 그 깨달음을 어떻게 표현했느냐는 것이다. 어떤 학생들은 리서치 경력이 부족해서 의대진학에 실패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럴 수도 물론 있겠다. 하지만 프리메드 학생들이 경험하는 리서치의 수준이 인류를 구원하는 연구업적을 내는 수준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짚고가자. 추후에 의사가 되어 임상경험을 토대로 리서치를 할 수 있는 리서치의 기본사항들을 배우고 오라는 것이 오히려 더 현실적인 기준이 될 것이다. 유명 저널에 학생의 연구실적이 발표되지 않아서 의대진학에 실패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연구는 열심히 했으나, 그 연구를 통해 미래의 의사로서 배워야 할 점들을 깨닫지 못 하고 그저 과학탐구에 대한 얘기만 늘어놓은 경우가 불합격의 쓴 잔을 받는 대부분의 학생들이다. 다시 말해 깨달음이 있었느냐는 점과 함께 어떻게 표현했느냐를 다시 한 번 고찰해 보라는 것이다.
명문대학 졸업장은 의대진학에 특별한 가산점이 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대부분의 의대 지원자들이 명문대 재학생 혹은 졸업생들이기 때문이다. 최우등 성적도 특별히 더 많은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역시 의대 지원자들 중에 대부분의 한인 학생들은 만점에 가까운 성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학교성적이 나쁜 것보다는 좋은 것이 유리하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좋은 성적만으로 의대에 진학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절대로 틀린 생각이라는 것이다. 본인만의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똑같이 명문대학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들간의 경쟁에서 나만의 개성이 없다면 그저 One of Them이 되어 버리기 쉽다. “설마 아이비 리그 대학에서 그렇게 공부 잘하는 학생이 실제로 의대에 떨어질까?”라는 의구심을 갖는 부모라면 정보력에 문제가 있는 경우이다. 자녀와 대화를 해보라. 자녀도 모르고 있다면, 학생 역시도 학교에서 돌아가는 얘기들을 접하지 못 하는 경우가 되겠다. 굳이 학교내에서 돌아가는 얘기를 모른다고 문제가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소통력에 문제가 있지는 않은건지 점검해 볼 필요는 있다. 자녀가 다른 많은 것들도 놓치고 있지 않기를 바란다. 어느 대학에 다니고 있다든지, 어떤 성적을 받고 있다든지, 무슨 연구 및 무슨 봉사를 하고 있다든지가 의대진학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왜 의대에 진학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서 찾았는지와 더불어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에 대해 답을 찾게 옆에서 돕자. 그것만 찾는다면 굳이 명문대학에서의 최고학점이 없이도 의대진학은 가능하겠으나, 그렇지 않다면 괜히 속만 상하게 하는 최고학점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올해도 많은 한인학생들이 최고명문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하여 우수한 학점을 유지하고도 의대진학에 실패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장래가 촉망되는 학생들이 의대진학에 요구되는 본질에서 약간 벗어났다는 이유로 꿈을 접어야 한다면 우리 한인사회 전체에도 불이익이다.
남 경윤 / 의대진학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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