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또 고민스러운 그 때가 찾아왔다. 12학년 학생들 중에 대학/의대 통합과정에 지원한 경우에 그 결과가 3월 중순부터 나오기 시작했고, MIT를 필두로 명문대학들도 합격생을 발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매년 3월 중순, 이맘때만 되면 필자가 받는 질문 중에 답하기가 까다로운 질문인 아이비 리그 대학에 진학하는 것과 통합과정에 진학하는 것 중에 어떤 선택이 학생이 의사가 되어 살아가는데 더 도움이 될지에 대한 갈등과 고민에 관한 질문이 끊이지 않는다. 작년에도 5년 전에도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지속되는 이 질문은 10년 후에도 계속 될 듯싶어 안타깝다.

이 고민스러운 질문에 대한 가장 확실하고 정확한 답은 학생이 하자는 대로 하면 된다는 다소 단순한 것이다. 대부분 17세에 불과한 학생의 의견을 따르는 것에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 본인의 미래에 대한 고민과 노력을 충분히 해보지 않은 학생이 대학/의대 통합과정에 합격하는 경우는 별로 없기 때문에 비록 부모입장에서는 어리기만 한 자녀로 보일지라도 충분히 자기의 미래에 대해 소신을 갖고 결정할 수 있는 인격체로 인정해 주자. 실제로 작년에 소개한 바 있는 필자의 진학지도를 받고 통합과정에 합격했으나 각자 다른 결정을 한 두 명의 학생들은 현재 각자의 위치에서 만족스러운 대학생활을 즐기고 각자의 미래를 향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프린스턴에 합격하고도 뉴저지 의대의 통합과정에 진학한 A학생이든, 여러 곳의 통합과정에 합격하고도 일반적인 의사가 아닌 조금은 특이한 분야의 의료전문가가 되기를 원해 유펜에 진학한 B학생이든 대학 일학년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접어든 이 시점에 후회하는 기색은 전혀 없이 아주 만족한 생활들을 하고 있다. 특히 올 해 REMS(Rochester Early Medical Scholars) 프로그램에 합격한 필자의 학생이 합격소식을 전하며 다음 수순을 얘기하는 자리에서 한 말은 내내 그 부모의 고민을 단숨에 날려보내 주었다. 하버드가 자기를 뽑아주면 기쁜 일이지만 자기가 원하는 길은 대학시절부터 좀 더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 시간을 쓸 수 있는 통합과정에 진학하기 위해 지금까지 최선을 다 했으므로 마냥 기쁘고 고민이 없다고 한다. 과연 어떤 학생들을 통합과정이 원하는 지가 극명하게 보이는 순간이었다. 자녀를 잘 키운 그 부모님께 그저 축하의 말만 건네면 되는 기쁜 만남이었고, 다른 가정에도 전해주고 싶은 얘기이다.

필자가 지도하는 학생들의 대부분은 이미 대학에 진학한 상태이다 보니 필자를 만나기 이전에 명문대학과 통합과정 양 쪽에 다 합격을 하고서 충분한 고민을 거쳐 통합과정이 아닌 일반대학에서 프리메드 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들도 현재 지도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대학/의대 통합과정에 합격했었으나 지금은 보스턴에서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한 학생은 본인의 결정에 전혀 후회하는 마음 없이 최고 학점을 유지하며 다음 목표를 향해 정진하고 있으니 이 또한 옳지 않은 결정이라고 누가 감히 뭐라 할 수 있겠는가? 물론 거주지역의 주립의대 통합과정을 버리고 아이비 리그 대학에 진학해서 프리메드 과정을 거친 후 결국은 4년전에는 선택하지 않았던 그 주립의대의 대기자 명단에 올랐다가 어렵게 합격하여 진학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또한 한 학생의 인생에서 나쁜 일만은 아니라고 믿는다. 본인의 학습능력과 시간관리능력을 허망한 기대심리를 벗어나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 되었다고 말하며 웃는 그 학생의 미래는 밝기만 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한, 원하던 통합과정에 비록 합격하지 못 했다고 하더라도 절대로 나쁜 일만은 아니다. 4년전 본인이 원하던 통합과정 진학에 실패한 경험을 토대로 의대진학의 높은 벽을 넘기 위해 대학 신입생 시절부터 필자와 함께 극도로 절제되고 포괄적인 의대진학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3년을 보내 아직 대학을 졸업하지도 않았으나 여러 명문의대로부터 합격통지를 받고 기다리던 중에 얼마 전 하버드 의대로부터 역시 합격통지를 받은 학생의 경우를 보며, 비록 잠시 좌절할 수 있는 경험이더라도 자라나는 우리 자녀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감사한 경험일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다. 결과에 상관없이 행복한 의사가 되기 위한 학생들의 노력은 계속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그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서 원하는 목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의견보다는 학생 스스로의 의견이 존중된 결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어떤 경우든 학생 스스로가 고민하여 내린 결정이라면 그들은 그 결정에 책임지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더라는 것이 필자가 오랜 시간 영특한 우리 한인 학생들의 의대진학을 도우며 느낀 사항이므로 부모님들과 공유하고자 하니 각 가정에서 어려운 결정을 내릴 때 도움이 되기 바란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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