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17일은 미국 의대교육의 현재를 정확히 보여주는 큰 일이 벌어진 날이다. 바로 지난 2년간 거의 매달 강조해온 새로운 MCAT이 첫 선을 보인 날이다. 새로운 시험을 보지 않으려고 몰린 학생들을 수용하느냐고 일정에도 없던 시험들이 작년에는 10여회 추가로 시행되기도 했지만 오히려 새로운 시험을 준비해서 4월 17일 혹은 18일에 MCAT을 보고 온 학생들의 경험담을 토대로 새 MCAT이 어떻게 출제되었는지를 알아보자. 단, 시험을 위한 시험분석은 큰 의미가 없으므로 이 분석은 의대에서 어떤 학생들을 원하는지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궁극적 이유이다.
과학과목: 생화학(Biochemistry)이 전면에 배치되었다. 지난 10년간도 생화학은 많은 의대가 프리메드 학생들에게 추천하는(Recommended) 과목이었으나 요구되는(Required) 과목은 아니었다. 그러므로 MCAT에서 대놓고 전면에 배치하지는 못했다. 거의 모든 의대에서 일학년 학생들에게 생화학을 가르친다는 사실만으로도 생화학이 의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과학도 세상 따라 변화한다. 발전한다고 하는 것이 더 좋겠다. 1953년 이전에는 인간 염색체(DNA)가 이중나선구조로 되어 있다는 것을 알지 못 했으므로 그 당시의 과학지식을 바탕으로 MCAT 문제를 출제하지는 않듯 최근에도 30억개의 뉴클레오티드 염기쌍의 서열을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 지놈프로젝트를 비롯한 생명과학의 발전이 MCAT에 적용되고 있다. 비록 답을 고르는 과정에서는 일반생물문제로 취급될 문제도 문제풀이를 위한 지문은 생화학에 관계된 내용으로 출제되고 있는 점은 진보된 생명과학의 현주소를 보여주므로 계속 이어지리라고 본다.
영어과목: 시험을 본 학생들마다 엇갈린 의견을 보이고 있다. 일부는 문제풀이를 위한 지문들이 모두 인문사회과학에서 출제되어서 생소한 주제를 이해하고 답을 찾아야 해서 너무 힘들었다고 하고, 일부는 차라리 과거보다 시간당 주어진 시간이 많아졌으므로 마음이 편하게 잘 풀었다고 한다. 과학분야를 예문으로 주고 문제를 풀게 하지 않는 것이 새로운 시도이고, 40문제를 60분 동안 풀게 하던 것을 53문제를 90분동안 풀게 하는 것에 대한 각자 다른 반응이다. 여기서 의대가 학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분명한 메시지를 들어야 한다. 세포만 이해하고 인간을 이해하지 못 하는 학생은 의대에서 의학을 교육받을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과학은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그 가장 근본적인 이유를 모르고 인문학을 등한시하거나 제대로 모르면서 의사라는 직업을 택한다는 것은 인간에 대한 모독이라는 메시지를 프리메드 학생들, 특히 동양계 학생들에게 보내는 경고이기도 하다.
새로운 과목들: 심리학, 사회학, 통계학이 새롭게 등장한 부분이다. 아직은 학생들의 큰 거부반응은 일지 않고 있다. 기존에도 심리학과 사회학은 프리메드 학생들이 사회과학분야에서 들어야 할 졸업학점을 챙기기 위해 많이 듣던 과목들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통계학 역시 대부분의 한인학생들의 경우 12학년때 AP Statistics를 들은 적이 있거나 대학에서 통계과목을 각자의 전공분야에서라도 수강했으므로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여기서 놓치면 안 되는 메시지는 의학박사라면 여타 다른 박사들처럼 통계에 능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연구에 투입되는 의학박사는 극소수지만 누구라도 다른 과학자들의 연구를 이해하는 능력, 즉 통계에 대한 기본기를 강조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큰 어려움 없이 볼 수 있었던 새로운 MCAT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점은 집중력의 차이가 줄 예상치 못 한 성적이다. 6시간 15분 동안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고 문제를 읽고 분석하여 답을 해야만 하는 과정에서 집중력이 떨어진다면 난감하다. 또한 집중력을 뒷받침하는 것은 체력이다. 결론적으로 건강한 체력을 갖고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통계와 사회심리의 기본을 알고 과학을 좋아하고 잘 하며 이 모든 것을 인간을 사랑하는 이유에서 나누고자 하는 학생이라면, 의대들은 그 학생이 남학생, 여학생, 백인, 흑인, 아시안, 시민권, 영주권, 유학생, 서류미비학생이든 어떤 것도 개의치 않고 엄청난 장학금을 투자해 가며 서로 데려가려고 경쟁하고 있다는 것이 미국의대입시 역사상 가장 잘 기획된 MCAT에서 읽어내야 할 메시지이다.
남 경윤 / 의대진학 전문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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