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거주하는 A군의 부모님은 죄인인양 초라한 표정으로 질문을 하신다. 3년전 이맘때 Early Decision으로 아이비 리그 대학중 한 곳으로 부터 입학 허가서를 받아서 대학에 진학한 아들의 성적이 평균 B학점인 현 시점에서 의대진학이 현실적으로 가능할 지에 대해 불안한 마음으로 어렵게 입을 여신 것이다. 고교시절까지 모든 방면에서 뛰어난 성취를 하던 학생이었기에 대학에서도 잘 할 것이라고 믿고 계셨던 부모님께는 도무지 믿을 수 없는 현실이 야속하기만 하실 것이다. 게다가 일학년 성적이 만족할 만하지 못 했기에 학점관리에 집중하기 위해서 필자가 권하던 봉사 및 과외활동을 일체 중지하고 공부에만 매달렸었기에 그 상실감은 더욱 클 것이다. 그나마 Research는 열심히 했단다. 학기 중에는 학업에 매달리고 방학기간에는 Research에 매달렸던 A군이 현재의 준비상황으로 의대에 진학한 확률은 없다고 말씀드렸다. 아울러 필자가 제시한 해결책은 다름아닌 봉사활동에 참여하기였다. 도움이 필요한, 특히 의료적인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도우며 의사로서의 사명감을 마음 속에 되새길 수 있다면 A군은 의대진학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아도 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봉사활동은 대학생이든 고교생이든 의대진학을 바라는 학생이라면 누구에게라도 시간을 안배함에 있어 최우선 순위에 놓여 있어야 할 것이다. 의대진학을 바라는 학생이 아닐지라도 이 사회의 리더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꼭 요구되는 덕목이기도 하지만 특히 의대진학을 하고자 하는 학생이라면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과하지 않을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A군의 경우는 고교시절에 두각을 보였던 한인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해서 겪는 아주 평범한 상황이다. 잘못된 가치관이 학생의 장래희망을 무너뜨리는 안쓰러운 현상이기에 이를 방지하고자 이 글을 쓴다. 오랜 시간동안 주로 명문대학에 재학하며 의대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의대진학을 돕는 일을 해온 필자의 경험을 토대로 볼 때,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봉사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이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물론 학생마다 학습능력이 다르고 학습습관이 다르므로 절대적이라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으나, 대부분의 한인학생들은 우수한 두뇌를 지니고 있으며 학습능률을 올릴 수 있는 분위기 조성만 되어 있다면 뛰어난 집중력을 보이며 좋은 성적을 얻고 있다. 적어도 의대를 지망하는 학생들의 경우에는 대부분이 그러하다. 문제는 학습능률을 올릴만한 분위기 조성이다. 도서관에서 하루 종일 책을 보고 있다고 학습능률이 최고조에 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 차라리 주말에 봉사현장에서 불우한 이들을 도우며 본인이 얼마나 행복한 상황에 있는 지를 느낄 수 있다면 봉사에 투자한 시간이 낭비가 아니라 학습능률을 최대한으로 끌어 올리는 비법이 되곤 한다. 물론 왜 의대에 진학하고자 하는 지에 대한 스스로의 확신을 얻을 수도 있는 기회가 되겠다. 학습능률을 극대화 시켜주는 기능 외에도 왜 의대에 진학하고자 하는 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 학생이 의대 인터뷰를 통과하는 일은 전무하기 때문에 봉사에 투자한 시간은 의대진학에 대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다. 이는 대학생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고교생들도 의대나 치대, 혹은 약대에 진학해서 의료인으로서의 삶을 계획하고 있다면 봉사하는 삶에 익숙해져 있어야만 하겠다. 이는 좋은 성적보다 중요하기도 하지만 또한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비법이기도 하다.
2011년 12월 10일 이른 아침에 펜실베니아에 거주하는 12학년 학생의 아버님으로부터 아주 반가운 이메일을 한 통 받았다. 의료인이 되기를 꿈꾸는 B양이 Haiti에서 봉사에 참여하며 찍은 사진을 첨부해서 보내주시며 필자에게 감사를 표하신 것이다. 지난 여름방학도 환자들을 돕는 봉사활동으로 땀을 흘리더니 일찌감치 통합과정들에 원서를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인 12월 10일 현재 Haiti 난민들을 돕는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봉사현장에서 환하게 웃는 모습의 B양은 영락없는 천상의 모습이다. 찌들은 지상에 기쁨을 주기 위해 천상에서 온 모습이 이러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 모습과 그 마음이 너무 예쁘다. 어떤 입학사정관이 이 학생을 예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설혹 정신나간 입학사정관을 만난 덕에 올해 입시에서 가장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을 지라도 B양은 벌써 그보다 더 값진 선물을 받았다. 봉사현장에서의 얻은 그 나눔의 기쁨은 언제라도 이 학생을 의료인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이런 학생이 의료인이 되어야 필자나 독자 여러분이나 좀 더 편안한 노후생활을 누릴 수 있을 것이기에 의대진학 전문 컨설턴트라는 필자의 직업에 다시 감사하게 된다. 우리 2세들이 봉사현장에서 짓는 환한 미소가 의대진학 뿐 아니라 그들의 인생에 가져다 줄 긍정적 결과에 설레는 마음은 필자만이 누리는 기쁨이 되어서는 안되겠다. 이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부모님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뉴저지에 거주하는 C군은 의료인인 부모님과 함께 Honduras에 의료봉사를 다녀온 경험을 의대통합과정에 지원하며 다시 한 번 되새긴다. 그 당시의 감흥과 깨달음을 적은 에세이가 어떤 전국규모 과학경시대회의 최우수상보다 의대입학 사정관의 마음을 움직일 것은 너무나 당연한 얘기다.
남 경윤 / 의대진학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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