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원하는 것을 얻지 못 한 대학입시라면 4년 후에는 지금 이 순간을 감사할 수 있도록 조언을 주기를 당부한다.”라고 마무리 지은 지난 주 칼럼을 읽은 많은 부모들이 어떤 조언이 자녀의 마음을 위로하는 동시에 더 나은 미래로 인도하는 것인지에 대해 문의를 해 주셨기에 개별적인 답변을 보내는 대신 이번 주 지면을 통해 그 얘기를 해보기로 한다.
대학입시에서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 한 자녀에게 일반적인 위로의 말은 당연히 해야 하겠지만 이번 결과가 사회가 본인을 냉정하게 평가한 결과라는 것은 알려주자. 부모가 생각하는 자녀의 모습도 아니고 본인이 속한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평가해 주는 모습도 아닌 객관적인 모습이 이번 대학입시의 결과인 것이다. 극소수의 경우 잘못된 평가에 의해 어울리지 않는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의 경우 대학의 평가가 잘못되기 보다는 학생 자신이나 부모의 평가가 틀렸기 쉽다. 지금은 냉정한 제 3자인 여러 대학들의 평가가 각 가정의 기대치와 다른 점이 무엇인지를 고민해 보자는 대화를 해야 할 시기다. 무턱대고 위로만 할 일도 아니고, 자녀에게 짜증만 낼 일은 더더욱 아니다. 그 시작은 이번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일이다. 간혹 그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지 못 하는 학생들을 만나는데, 그들은 스스로가 만족하지 못 하는 대학에 어쩔 수 없이 진학한다고 생각하며 대학생활을 시작하고, 또한 그 학교에서 조차 제대로 좋은 성적을 받는 일이 드물다. 그저 분노와 회한에 찬 마음가짐으로 의욕적이지 못 하고 목표의식도 결여된 채 시간을 보내다 어느덧 대학졸업이 저 앞에 보이고, 그제서야 현실을 깨닫고 후회하는 모습이 대부분이다. 물론 열심히 노력해서 본인이 바라던 대학으로 편입하는 경우도 아주 간혹 만나지만, 의대진학을 원하는 학생이라면 쓸데없이 에너지를 편입하는 과정에 낭비하고서 그 시점에 도달했으므로 남들보다 조금 늦은 의대진학을 하게 된다. 그래도 본인의 마음이 편해질 수 있다면 편입의 길을 택하는 것은 차라리 신세한탄만 하고 있는 것보다는 훨씬 좋겠다. 결론적으로 의대진학을 원하는 마음이 강하지 않은 학생이라면 적극적으로 편입을 권해도 좋지만, 의대진학을 원하는 마음이 강력한 학생이라면 해당 학교에서 최 우등생이 되어 원하는 의대에 진학하라는 동기부여를 해주는 것이 좋다. 편입이든 명문 의대로의 진학이든 그 목표가 생겼다면, 이 학생의 남은 12학년과 졸업 후 여름은 다른 학생들에 비해 엄청나게 보람된 시간이 될 것이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이번 입시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찾아내어 그 것을 보완하는 방법을 얘기하자. 이를 실행하며 지금부터 대학입학 때까지를 활용한다면 편입이든 의대든 원하는 목표에 한발 가까워진 것이다. 그것이 영어독해력 등의 특정과목이든 아니면 사회성 결여와 같은 인성적인 점이든 시간을 투자하게 하고, 필요하다면 부모가 금전적으로 도와주어 보완하게 하자. 금전적 투자는 전혀 없이 말로만 하는 걱정과 염려가 공허한 경우도 있다. 자녀에게 넓은 세상을 보여주려면 여행경비가 들 것이고, 부족한 영어독해를 보완해 주려면 많은 책을 사주든, 아니면 좋은 선생에게 돈을 써야 하는 것이지, 네가 알아서 모든 것을 하라는 것은 조금은 무책임해 보인다. 적어도 의대진학을 원하는 자녀를 둔 부모라면 자녀가 아닌 부모의 무능을 탓해야 할 때도 분명히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자. 제 3세계 봉사를 가는데 돈이 드는 것을 걱정하여 미국 내에서 봉사하고 싶다는 자녀가 의대에 진학하는데 최대의 적은 다름아닌 부모의 경제적 한계일 것이다. 한국만이 아니라 미국의 주류사회에서도 부모가 의료인이 아닌데 자녀가 의대에 진학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만큼 어렵다는 일에 부모가 경제력도 없다면 방법은 한 가지다. 돈 많은 대학에 진학시키자. 아이비 리그 대학이 되었든, 명문 리버럴 아츠 대학이 되었든 부자 학교에 보내면 학생들이 방학 동안 활동할 인턴쉽이나 봉사활동 등에 경제적 지원을 받을 확률이 높다. 미리 신청하고 경쟁을 통하는 경우도 있지만 학생 스스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면 충분히 학교의 도움으로 많은 것들을 챙길 수 있다. 주립대학이라도 입학 담당자와 만나서 향후 학교생활 중에 인턴쉽 등에 드는 경비를 지원해 줄 수 있는 지를 확인하고 결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만일 지금 처한 상황이 이러한 선택을 할 수 없다면, 가급적 경제적 부담 및 학습부담이 적은 대학을 선택하여 학생 스스로도 본인의 특별활동에 필요한 경비를 벌며 공부하는 방법을 권하자. 주경야독이 꼭 불리한 조건만은 아니다. 정신적으로 강한 학생이 되어 인생의 어떤 고난에도 흔들리지 않는 재목이 될 수 있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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