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에서 훌륭한 학자들의 지도하에 연구에 참여해본 경험은 어떤 학생에게라도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었으리라고 믿는다. 하지만 단순히 연구에 참여했었으므로, 특히 하버드처럼 명성이 뛰어난 학교나 기관에서 연구에 참여했다고 해서 그것이 학생을 의대에 합격시켜주는 비장의 무기가 되리라고 보지 않는다. 하물며 MD/PhD란 과정은 일반 의대과정과 특정분야에서의 연구과정 이 두 가지 모두를 수행할 준비가 된 학생을 선발하는 과정이므로 더더욱 특정 유명한 곳에서 연구에 참여했으므로 합격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위의 질문을 한 부모님의 경우에는 자녀가 하버드라는 곳에서 연구를 했다는 것만 알고 있지 어떤 교수의 지도아래 어떤 연구를 어떻게 진행해서 어떤 결과물이 나왔다는 것을 제대로 답을 하지 못 하는 경우였다. 나중에 학생에게 들으니 다른 대학 학생이라도 지원할 수 있는 여름방학 단기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이었고, 이 과정을 통해 나름대로 자연과학에 대한 지적 욕구를 충족시켰지만 오래 전부터 특별히 Physician Scientist가 되고자 하는 열망이 없었으므로 일반 의대과정에 지원하라고 지도했다.
MD/PhD, 즉 Physician Scientist가 되고자 하는 학생이라면 본인의 관심분야를 정확히 알아야 하며, 그 분야에 대한 본인의 실질적 탐구경험과 비젼을 누구에게라도 피력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꼭 하버드나 NIH에 가서 연구에 참여하는 것이 필요한 것은 아니고, 가장 좋은 것은 재학중인 학교에서 꾸준히 해당분야의 지도교수님의 지도하에 연구를 해온 것이다. 물론 대학을 졸업한 이후라면 해당분야의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기관에서 경력을 쌓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재학생이라면 굳이 멀리 가서 불편한 숙식과 경비지출을 감수하며 속칭 “하버드”에서 연구한 경력을 쌓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좋다. 한인 학생들의 경우에 본인이 열심히 찾든, 아니면 부모님의 혈연, 학연, 지연 혹은 교회를 통한 인연을 통해서든 하버드 교수 한 명쯤 모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버드 교수라면 분명히 열심히 살아온 자기 분야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인물이겠지만 그 분이 누구냐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이 과연 그 분에게서 무엇을 배웠냐는 것이 더 중요하지 그 분과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이 의대진학을 위한 결정적 요소가 되지는 않는다. 긴 인생항로를 놓고 보면 분명 소중한 경험이겠지만 이 경험을 본인의 의대진학, 특히 MD/PhD 과정을 선택하고 성공적으로 입학하는 비장의 무기로 쓰기에는 하버드 교수의 숫자가 너무 많다. 훌륭한 교수들이 하버드에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므로 자연과학을 연구하고 지도하는 명문대학 교수들의 숫자를 다 합치면 엄청나게 많은 숫자가 되겠고, 그 분들의 지도를 받는 학생들의 숫자는 그보다 더 많을 것이므로 어느 대학이나 어느 기관에서 연구에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 더 유리한 입장이 될 거라는 생각은 버리자. 물론 일부러 기회가 있어도 참여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좋은 멘토를 만나는 것은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엄청난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멘토의 역할에 대해 얘기가 나왔으므로 한 가지 우려의 얘기도 하고자 한다. 절대로 누군가를 폄하하거나 비난하기 위한 얘기는 아니지만, 자연과학분야에서 PhD 학위를 갖고 있는 분들은 정말 열심히 공부했고 연구하고 있는 분들이다. 그 길을 택해서 인류에 공헌하고자 하는 그 열정이 간혹 의대진학을 생각하는 학생들의 진로를 바꿔 놓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 결과가 인류에 도움이 된다 아니다, 혹은 학생에게 도움이 되었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논하고자 함은 절대로 아니다. 리서치 멘토의 순수과학에 대한 그 열정과 그 분야가 주는 매력을 느낀 프리메드 학생이 그때까지의 인생목표인 의사의 길을 접고 순수과학자의 길을 걷게 되는 경우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라면 오히려 학생 스스로 더 좋아하는 길을 걷게 되었다고 믿는다. 하지만 학생의 다른 요소들은 감안하지 않고 연구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토대로 일반 의대에 진학하는 것보다 MD/PhD를 권하는 리서치 멘토의 말에 학생의 의대진학이 원활히 이루어 지지 못 하는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 일은 피해야 할 일이라고 보인다. 굳이 Physician Scientist의 길을 걷지 않더라도 대학시절에 순수과학에 깊은 관심과 경험을 쌓았고, 연구중심의 의대에 진학한다면 필요한 순간에 해당분야에 대한 연구를 병행하는 의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연구중심의 의대, 즉 쉬운 말로 한국에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도 들으면 그 이름을 다 아시는 의대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나름대로 연구경력도 다 뛰어난 학생들이므로 굳이 어디서 연구에 참여했다는 경력만으로 MD/PhD에 지원하게 하는 일은 말리고 싶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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