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들어도 감탄이 나올 대학에서 전과목 A라는 성적을 받은 자녀가 의대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은 부모들의 마음은 이루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충격적인 이런 결과는 매년 발생한다. 학생을 만나 정확히 분석해 보기 이전에는 무엇이 문제점이라고 단언하기는 힘들겠지만 필자의 경험을 토대로 답을 드리자면 아래의 경우들일 수 있다.

본인이 무엇을 해도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방해가 되는 경우가 있다. 즉, 꼭 의대에 진학해서 의료전문인으로서의 삶을 살고 싶다는 의지가 부족해 보이는 경우이다. Cal Tech이라는 명문대학에서 전과목 A를 받고 MCAT에서 44점을 받아도 의사가 되고 싶은 것인지 연구하는 삶을 살고 싶은 것인지 제대로 보여주지 못 한다면 의대에서는 그 학생을 선발하지 않는다. 오히려 같은 Cal Tech에서 A- 학점이 몇 개 있고 MCAT이 37점인 학생은 원서를 제출한 대부분의 의대에서 합격통지를 받았다. 이 학생은 본인이 꼭 의사가 되어 본인이 원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강렬한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연구중심의 의대들, 즉 하버드 의대, 존스 합킨스 의대 혹은 스탠포드 의대라고 해서 성적과 연구실적 만을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하지는 않는다. 참고로 All A가 아니더라도 지원서를 제출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명문대학에서 거의 만점에 가까운 성적을 유지하며 열심히 의대진학을 준비한 학생들인데 거기서 학점이 0.1점 더 높다거나 MCAT 성적이 몇 점 더 높다는 것이 꼭 합격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는 평범한 현실을 직시해야만 한다. 어느 유명한 의대의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중심의 사고방식, 즉 Patient Oriented Heart를 갖고 있는 학생을 선발하겠다고 적혀있다.

모든 인종의 학생들에게 적용되지만 특히 한인학생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문제점 중에 어려서부터 공부를 잘 한다는 이유로 본인이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주변에서 대우를 해 주므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기본적인 개념을 이해하지 못 하는 성향도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의대에 지원하지 못 하는 이유로 보인다. 사회성에 문제가 있는 학생을 선발하고자 노력하는 의대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굳이 의대가 아니더라도 어떤 집단에서도 사회성이 결여되어 있는 구성원을 환영하지는 않는다. 하물며 인간을 대상으로 지식과 기술을 활용하는 직업 중에도 가장 신중해야 하는 직업 중 하나인 미래의 의사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인간관계의 기본이 안 되어 있어 보이는 지원자를 선발하는 의대라면 향후에 큰 낭패를 볼 수도 있겠다. 학교망신 시킬 소지가 있어 보이는 동문을 양성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굳이 대화를 안 나눠봐도 당사자가 적어놓은 글에서도 이러한 모습은 쉽게 볼 수 있지만 어떤 경우에도 인터뷰 없이는 합격시키지 않는 의대입학전형에서 부족한 사회성을 숨기고 진학할 방법은 많지 않다. 동일한 하버드 3.9 학점 두 학생이 필자의 지도를 받아 열심히 3년 동안 의대진학에 대비했으나 두 학생이 진학한 의대는 수준이 다르게 결정된 것을 보며 필자가 학생을 지도하는 방법이 바뀌게 되었다. 인간을 만들어야 된다. 좀 더 매력적인 인간을, 누가 봐도 곁에 두고 싶은 인간을, 그의 앞 날이 밝아 보이는 느낌이 진하게 느껴지는 인간을 만드는 것이 학점 조금 올리는 것 보다 훨씬 중요하다. 대학생이 되어 만나 진학지도를 시키는 필자보다는, 사탕을 하나 받으면서도 감사를 표할 줄 알게 키울 수 있는 고유의 특권을 갖고 있는 이 세상 모든 부모가 해야 할 일이고, 부모가 훨씬 더 잘 할 수 있는 의대진학 준비과정이다.

가장 안타까운 경우는 전략이 부족한 학생이다. 굳이 인위적인 전략 만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대부분 명문의대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누가 봐도 쉽게 그 학생의 성향이 파악된다. 도통 이 학생이 대학시절 동안 뭘 한 것인지가 잘 분간이 되지 않는다면 쉽게 입학허가를 줄 리가 없다. 학생 스스로가 본인의 장단점을 알아야 하겠고, 아울러서 본인의 Vision이 무엇인지도 알아야 한다. 그 다음에 그에 따른 인생설계가 되는 것이고, 그 과정의 일부에 의대진학준비과정이 존재하는 것이다. 뭔가를 열심히 한 듯싶기는 하지만 딱 부러지게 그게 뭔지는 잘 파악이 되지 않는 학생들이 예상 외로 참 많다. 부모의 눈에는 그 자녀가 학기 중에는 열심히 공부했고 방학에도 쉬지 못 하고 열심히 준비했는데 막상 의대에는 진학하지 못 하니 억울하다. 옆집 자녀는 어려서부터 성적도 덜 좋은데 벌써 의대를 졸업할 때가 다가온다니 세상이 너무 불공평하게 느껴진다. 필자 앞에서 설명을 하다 억울하고 답답하고 속상해서 흘리는 50대 부모의 눈물은 참 무겁게 다가온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컨설턴트
703-835-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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