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정학을 당한 기록이 있는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정학의 원인도 학생마다 다르므로 딱 뿌려지게 정학을 당한 적이 있는 학생도 의대진학이 가능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본인의 잘못을 뉘우치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한 학생이라면 정학 만을 이유로 의대진학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의대진학을 원하는 한인학생들의 경우에 주변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성적이 나오거나 최상위의 성적을 바라며 순간적인 유혹에 빠져 시험이나 과제물에서 “Cheating” 판정을 받고 학교로부터 한 학기 혹은 일년간의 “Suspension”을 받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는 한인학생들에게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지만 특히 한인학생들이 많이 연루되고 있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 중에는 부모의 과잉관심 혹은 무지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이에 경종을 울리고자 한다. 학생의 성격이 편법적인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경우도 궁극적으로는 부모의 책임일진데, 하물며 항상 성적에 대한 강한 부담을 주며 의대진학을 하지 않으면 패배자로 인식되는 언행을 반복하는 부모라면 그 자녀를 부정행위의 유혹에 한층 더 가깝게 밀어 넣고 있는 것이다. 특히 좋다는 대학에 다니는 학생일수록 감독관이 없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시험을 보는 경향이 있다. 수업시간에 보지 않고 문제를 주고 스스로 언제까지 풀어오라는 Take Home Exam도 존재하는 미국대학의 분위기에서 과도한 성적에 대한 부모의 압력 및 간섭은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물론 어려서부터 사랑과 대화로 가득한 화목한 가정분위기에서 자란 학생이라면 어떤 경우에도 윤리적 규범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나, 가정분위기가 분쟁과 불합리적인 논쟁이 일상화 되어 있던 학생이라면 과도한 생존본능이 작용할 확률이 높아지므로 부모 스스로가 프리메드 자녀와의 대화에서 수위조절을 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가정분위기에 관계없이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 그나마 정학을 당하는 대다수의 한인학생들의 경우는 의대진학을 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순간적인 욕심에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마약에 찌들어 지내다 정학을 당하거나, 술에 취해 폭행을 가해서 정학을 당하는 경우보다는 시험부정행위 혹은 과제물의 표절판정 등이 주를 이루고 있으므로 강한 의대진학에 대한 열망으로 좋게 평가해 줄 수는 있다. 마약이나 폭행에 연루되었던 학생이 의대에 진학하기는 부정행위나 표절에 연루되었던 학생이 의대에 진학하기보다 더욱 어렵다. 부정행위를 했던 학생은 쉽게 의대에 진학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이 경우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다른 과목들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는다면 누구라도 쉽게 이 학생의 학습능력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반성이 깃든 글과 인터뷰를 준비한다면 의대진학이 가능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약이나 폭행사건에 연루된 학생이라면 이를 충분히 반성했다는 것을 보일 수 있는 방법이 성적 잘 받는 것보다는 더 어렵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재활치료를 받았다는 기록과 더불어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 한 사람들을 돕는 봉사에 참여했다는 기록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요건이다. 아울러 이러한 과실을 통해 무엇을 배웠고, 이 경험이 본인 의사가 되고자 하는 열망에 어떻게 긍정적으로 작용을 하였는지를 명확히 보여줄 수 있어야 하겠다. 진실함이 묻어나는 원서를 준비하여 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 만이 최상의 전략이다. 만일 이런 요소들이 의대진학에 부정적이 영향을 미칠 것을 감안해 진로를 다른 분야로 바꾸겠다는 학생이라면 당연히 바꾸게 해야 한다. 의대에 진학하겠다는 열망도가 떨어지는 학생이기에 다른 것을 추구하게 하라는 것이기도 하고, 본인이 저지른 실수를 만회하겠다는 기본적인 인생자세도 안 되어 있는 학생이므로 의료전문인이 되어서는 안 될 학생이기 때문이다.
범죄자도 그 범죄의 경중에 따라 실형을 살게 하거나 집행유예로 일정기간을 지켜보기도 한다. 범죄자가 아무리 심각하게 잘못을 뉘우치더라도 그 일을 없었던 것으로 할 수는 없다. 순간의 실수로 혹은 어떤 경우는 억울한 상황에 처해서 정학을 받게 되었더라도 좌절하며 인생목표를 바꿀 필요는 없다. 하지만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서 반성과 재교육이 되어 있음을 보여줄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면 이 또한 무모한 도전이 되니 절대로 성급해서는 안 된다. 매년 이런 상황에 처한 학생들을 도와 의대에 진학시키는 필자의 입장에서도 이는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이지 아무 상관없이 진학할 수 있다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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