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고생을 해 봐야만 의대에 간다는 공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려운 환경에 처한 이들을 도우며 안타까운 마음을 느껴보고 또한 어떻게 하면 이러한 사회환경적 차이를 극복하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도 한 번 안 해본 젊은이가 다음 세대의 리더가 된다면 이는 끔직한 일이 될 것이다. 물론 굳이 욕심내지 않고 의대면 어디든 좋다는 생각이라면 기본적인 병원봉사 경력만으로도 어쩌면 가능할는지 모르겠지만, 만일 의료분야의 차세대 리더를 양성하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 있는 의대, 즉 명문의대라고 알려져 있는 학교에 진학은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리더를 키우고자 하는 의대에 원서를 내면서 리더로서의 자질을 본인의 경험을 통해 보이지 못 한다면 합격의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리더가 되기를 원하지 않고 그저 의사만 되면 되는데 뭐 그렇게 많은 것을 해야만 하냐고 반문하던 부모와의 대화가 기억난다. 왜 의사를 만들려고 하냐는 질문에 아이가 편하게 살기 원하므로 의대에 가고 의사가 되면 좋겠다는 대답을 하기에, 그냥 부동산을 아이 이름으로 사주라고 권했다. 의사라는 직업은 대부분의 경우 육체노동이므로 과격한 운동은 피하는 의사들도 많다는 말도 전했다. 자기 몸이 다치면 진료를 할 수 없으므로 돈을 벌 수가 없는 육체노동자라는 표현을 듣고는 세상에 의사를 그렇게 표현하는 사람을 처음 봤단다.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막연히 드라마 속의 모습만을 생각하고, 주변에 큰 집에 살고 좋은 차를 타고 다니는 의사들의 모습만을 생각하며 자녀를 의대에 보내고 싶어하는 부모가 아직도 있다는 사실에 필자도 적잖이 놀랬지만, 하얀 가운을 입고 우아하게 일하며 편하게 돈을 버는 직업이 의사라고 생각하다가 이 역시 힘든 직업이라는 것을 새삼 알게 된 그 부모도 꽤나 놀라는 듯 싶었다. 의사라는 직업은 우리 사회에 꼭 있어야 할 직업이고 사회적 인정을 받으며 기본적인 경제적 보장도 되는 직업인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그들이 살아온 치열한 인생을 감안한다면 그 정도의 인정과 수입은 당연한 것이다. 아니 어떤 분야에서든 어려서부터 열심히 공부하며 봉사했던 학생이 대학졸업 후에도 근 10년을 자신의 전문영역에 대해 잠도 제대로 못 자며 준비해 왔다면 해당분야에서 출중한 결과를 얻을 것이다. 물론 다른 분야와 달리 의료분야가 절대로 없어지지 않을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열심히 살아온 중년 전문인들의 수입을 비교하자면 금전적 보상도 두드러진 것은 아니다. 어려서부터 자기가 원하는 분야에서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끼리의 비교를 말하는 것이지 공부든, 인생이든 방만하게 살아온 중년과 비교를 하면 안 되겠다. 또한 많은 중년들이 그랬든 부의 축적은 재테크를 통해 얻은 것이지 월 수입만으로 이루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재물이 목적이라면 비즈니스 스쿨을 보내야 하는 것이지 의대를 보낼 일은 아니다. 자녀가 편한 삶을 살게 해주고 싶다면 지금부터 부동산 투자를 통한 부의 축적을 심각하게 가르쳐야지 달랑 건물 한 채 사주는 것도 사실은 위험한 발상이다. 그 건물에 나쁜 일이 생기면 낭패이기 때문이고, 부동산 투자로 부를 축적하는 것도 노력하지 않고 되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부 한인 가정에서는 자녀의 의대진학이 가문의 영광이고 자녀교육을 의해 미국이민을 온 인생항로에 마침표를 찍는 일로 여겨지고 있다. 사실 의대진학은 누구에게라도 어려운 일이므로 충분한 자부심을 느끼며 축하를 받아도 좋을 일이다. 가정마다 학생마다 그 이유는 많이 다르지만 많은 경우에 신앙심이 바탕이 되므로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아직도 의사라는 직업을 안정된 삶을 보장하는 직업으로만 여기며, 고생은 안 시키며 의대에 진학시키고 싶어하는 한인 부모들이 있다. 특히 조기 유학생들의 일부에게 미국의대진학이 너무나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부모의 잘못된 교육관이라고 본다. 아니 필자가 감히 다른 가정의 교육관을 평가할 수는 없으므로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부모의 교육관이 미국의대에서 원하는 가치기준과 일치하지 않는 가정이라면 자녀의 의대진학은 상당히 어려워진다. 특히나 일반적인 의대도 아니고 최고의 명문의대에 진학을 원하는 경우라면 어차피 학습능력을 갖춘 것은 기본적인 일이므로 내세울 것이 하나도 없어진다. 의사를 만들고 싶다거나 자녀가 의대진학을 원한다면 부모가 나서서 고생스러운 봉사를 시켜야 학생 스스로가 성장하게 된다. 그 봉사가 꼭 의대진학을 보장하는 활동이라서가 아니라 그러한 경험을 통해 성숙한 자아를 갖게 된 자녀의 마음가짐이 바로 의대진학을 성공시키는 비책이 될 것이다. 만일 학생이 고생스러운 봉사활동을 꺼려하는 경우라면 어떻게든 설득해서 보내서 인생의 맛을 보게 해주는 것도 부모의 역할이다. 고생시키지 않고 곱게 키워 안락한 삶을 보장하는 인생을 자녀에게 주고자 한다면 적어도 의대진학은 바라지 말아야 한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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