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7년제 의대가 없어져 가고 있다고 말하기는 조금 무리가 있다는 점을 먼저 밝히고 싶다. 근래에 매우 잘 알려진 두 곳의 대학/의대 통합과정이 폐지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다른 통합과정들은 건재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그 두 프로그램 중 한 곳인 Northwestern 대학의 BS/MD Combined Program 이 폐지되며 학교 신문이 해당 프로그램 교수 및 학생들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보도한 내용을 근거로 이 학교의 의대 통합과정이 갖고 있던 구조적 문제점과 프로그램 폐지의 당위성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The Daily Northwestern”이란 Northwestern 대학 공식 학보의 2020년 10월 11일자 “Campus”면을 보면 “HPME faculty terminates program for all future cycles, citing effectiveness regarding diversity”라는 제목의 기사가 게재되어 있는데 전체 내용은 제목 그대로 2020년 신입생 선발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HPME 프로그램에서는 신입생을 뽑지 않고 프로그램을 없앤다는 것이고 그 이유도 구성원의 다양성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기사였으니 굳이 그 기사내용을 소개하지는 않겠다. 참고로 HPME란 The Honors Program in Medical Education의 약자로 노스웨스턴 대학과 의대가 1961년부터 매년 대학 신입생들 중 약 20명 정도를 선발하는 노스웨스턴의 BS/MD Combined Program을 의미하며 브라운 대학의 PLME 프로그램과 함께 가장 인기 있는 의대 통합과정을 뜻한다. 아무튼 그 기사를 준비한 학생 기자가 HPME Program Director교수 및 4명의 HPME 재학생들을 인터뷰 한 내용을 실었는데 그들의 Last Name을 보면서 예전부터 이 프로그램의 문제점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어서 차라리 잘 없어졌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각기 다른 이 다섯 가지의 성을 기사에 나온 순서대로 정리하면 Didwania, Lam, Green, Rumalla, Gopalka 인데 그 성들의 기원을 찾아보니 인도계 교수와 2명의 인도계 학생, 한 명의 중국계 학생, 그리고 한 명의 영국계 학생이었다. 그렇게 구성된 HPME 관계자들이 HPME에 대한 각자의 견해를 밝힌 인터뷰를 보며 정말 다양성에 문제가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을 떨쳐내기 어려운 건 필자만이 아니리라 믿는다. 특히 이 HPME 프로그램에 선발된 학생들은 유난히 의료 전문가의 자녀들이 많았던 건 절대 우연이 아닌 그들만의 문화였었다. 특히 한인 학생들 중에는 이 HPME에 불합격해서 그저 하버드 대학에 진학하며 필자와 함께 준비해서 하버드 의대에 진학했던 학생들이 한둘이 아니었는데 그들의 부모는 의료 전문가가 아니었다는 점도 참고할 만한 사항이다. 10년 전에도 그리고 5년 전에도 이 프로그램의 웹사이트를 방문해 보면 어쩜 그리 인도계 학생들의 얼굴만 보이던지 참으로 신기하기 그지 없었는데 알고 보니 Program Director도 인도계 교수였다. 인도계가 장악하면 안된다며 그들을 무시하고자 이 글을 쓰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하지만 다양성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도 있는 문제이므로 단순히 웃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었는데 이 점은 단지 필자의 우려만 산 일이 아니었음이 드러났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으므로 HPME는 다양성의 문제로 폐지되었다.
같은 시기에 폐지된 또 하나의 BS/MD Combined Program은 Washington University in St. Louis 대학과 의대의 통합과정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폐지 이유는 전혀 다르다. 원래부터 이 프로그램은 선발되더라도 대학 시절 내내 3.8 이상의 학점과 상위 5%내에 드는 MCAT 성적을 취득하지 못하면 탈락되는 프로그램이니 전혀 통합과정으로서 의미가 없었다. 대학 시절을 프리메드 학생들과 달리 심리적 부담없이 자유로운 전공 선택과 개인의 성장에 집중하며 의대에 진학하고자 택하는 것이 의대 통합과정인데 이에 반하는 것이 WUSTL의 프로그램이었으니 없어져야 마땅한 프로그램이 없어졌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렇다면 다른 통합과정들의 인기는 어떨까? 끄떡없이 상한가를 치며 그 인기가 고공행진 중이다. 의대 입시가 점점 어려워 지고 있다 보니 가뜩이나 인기 많던 통합과정에 자녀를 입학시키고자 하는 고교생 부모들의 열망은 무서울 정도로 과열되고 있어 보인다. 자녀도 같은 생각으로 통합과정을 준비한다면 고무적인 일이지만 자녀는 아무 생각 없이 부모가 잡아놓은 진로를 따라 준비하는 경우라면 문제가 있어 보인다. 대학 생활과 의대 생활 뿐 아니라 레지던시 생활까지 10여년 동안 학업적인 이유와 감정적인 이유로 힘든 순간들이 많은 진로를 자신의 의지가 아닌 다른 이유로 걸어가다 보면 맥없이 쓰러지는 경우가 꽤 많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 고교생이 통합과정을 목표로 삼으면 안된다고 하는 말이 아니라 본인이 절실하게 원하는 고교생만 걸어야 하는 길이 통합과정을 통한 대학/의대 진학 이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현실적으로 부모가 챙겨줄 능력이 없으면 어린 고교생 혼자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병원 봉사와 쉐도윙을 포함한 클리니컬 경험을 쌓는 일에 리서치 경험까지 쌓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다 보니 직업의 세습이 이루어지는 현실을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어린 학생들이 아프게 경험하게 되는 일을 노스웨스턴 대학과 의대가 앞장서서 방지하고자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학에서 프리메드 과정을 거치면서도 누군가에게 더 유리한 게임이라는 걸 알게 되지만 고교시절처럼 부모가 라이드를 줘야만 특별활동을 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났으니 충분히 스스로 이겨 나갈 수 있어야 하고 많은 프리메드 학생들이 잘 이겨 나가고 있다.
결론적으로 흔히 7년제 의대로 불리는 대학/의대 통합과정이 사라져 가고 있지는 않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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