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A_617

위의 질문은 한국에서 고교를 마치고 미국에서 대학에 다니고 있는 자녀를 둔 가정에서 코로나 사태로 지난 일년 동안 한국에서 언라인 수업을 들으며 미국 대학생활을 하는 와중에 봉사활동에 참여하다 보니 사진 찍는 것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 하게 된 질문이다. 미국과 한국의 문화적 차이가 존재하다 보니 누군가에게는 혼란스러울 수 있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짧지만 확실하게 해보려 하니 비슷한 상황에 처한 모든 가정에서 참고하기 바란다.

위에서 언급한 질문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병원에서 쉐도잉 하거나 장애인센터에서 봉사할 때마다 한두 장의 사진을 남겨야 할까요? 아니면 각 병원이나 센터의 총 봉사기간동안 한두 장의 사진만 있으면 될까요?” 이 질문에 대한 필자의 답은 다음과 같았다. “봉사 가서 사진 찍는 건 가능하면 피하도록 하세요. 봉사를 위한 봉사를 해야지 기록을 남기기 위한 봉사를 하면 안됩니다. 피봉사자들을 배경에 담은 사진은 그쪽에서 원할 때만 함께 찍혀 준다는 마음으로 봉사에 임해야 합니다. 만일 누가 봐도 기록을 남기기 위한 봉사 사진들이 학생의 SNS에 넘쳐 난다면 낭패를 볼 겁니다. 다시 말하지만 미국에서 봉사현장에서 사진을 스스로 찍는 일은 없습니다.” 지금 필자가 전하는 이 메세지는 다른 내용들 보다 더 신중하게 모든 가정에서 인지하고 있으면 좋을 내용이다. 이미 대부분의 미국내 한인 가정에서는 잘 알고 있는 내용이겠지만 어떤 경우에는 몰라서 실수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행인 점은 이 답을 들은 한국의 부모도 봉사현장에서 사진 찍는 것이 불편했다는 것인데 그 표현은 다음과 같았다. “한국에서는 봉사를 가서 꼭 사진을 남기라 해서 그동안 봉사할 때 사진을 찍으면서 맘이 너무 무거웠는데 너무 다행입니다.” 이 가정에서 겪은 것처럼 한국내 모든 학교나 기관에서 봉사를 가서 사진을 찍어 오라고 요구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런 얘기는 필자가 지도해본 학생들 중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미국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에게서 들어본 적이 있었으므로 걱정이 되어 왔다. 극히 드물지만 미국에서 자란 학생들 중에도 봉사활동에 참여해서 아무 생각없이 봉사활동 중에 사진을 찍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 봉사를 마치고 봉사자들 끼리 기념으로 피봉사자들이 없는 상황에서 사진을 찍는 것도 안된다고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봉사활동이 진행되고 있는 동안 학생들의 봉사활동을 기념한답시고 사진을 찍는 행위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이 마땅하다. 간혹 봉사가 진행되는 동안 해당 기관의 담당자가 자신들의 기록을 남기기 위해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봉사가 끝난 후에 감사 인사와 함께 보내주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라면 기꺼이 받아도 좋지만 먼저 부탁하거나 강요해서는 안되겠다. 필자도 학생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고 나면 공식 일정을 모두 마치고 나서 헤어지기 바로 전에 해당 봉사에 참여한 학생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곤 했는데 그러다 보니 사진의 배경이 병원 주차장, 기차역, 공항 터미널이거나 그것도 아니면 함께 식사 중인 식당 내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유가 뭘까? 왜 봉사활동에 참여한 귀한 기억을 남기기 위한 사진촬영이 남들 눈에 나쁘게 보일 수 있는 걸까? 그건 봉사의 동기나 목적에 대해 잠깐만 생각해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이유이다. 만일 나를 위한 봉사활동이었다면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내가 즐기기 위해 여행을 갔거나 맛집에 갔다면 했을 행동을 똑같이 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봉사자들의 삶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해 참여한 봉사활동이라면 내 스스로 나를 촬영하는 일은 생각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만일 피봉사자들이 추억을 만들기 위해 함께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을 한다면 피봉사자들을 위해 함께 사진 촬영에 임해 주는 것이 자연스러운 경우도 있다. 하지만 만일 피봉사자들과의 사진촬영이 부담스럽다면 정중하게 거절한다고 잘못된 일은 아니니 거절하는 표현에 주의하며 본인의 정확한 의사표현을 해도 좋다. 선행이라고 해서 무조건 모든 걸 다 참고 해야 하거나 내 가치관을 모두 버려가며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어떤 순간에도 표현은 상대를 배려하는 선에서 부드럽게 하기 바란다. 그게 바로 멋진 커뮤니케이션 스킬이고 소통의 본질이다. 힘든 순간에도 나와 상대를 모두 배려하는 마음가짐이 있다면 가능할 것이다.

실종자 가족들이 모인 팽목항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안전행정부 간부가 해임된 이유를 우리 자녀들이 정확히 이해하도록 대부분의 가정에서 그런 뉴스가 나왔을 때 가르쳤을 것이다. 특히 의사가 될 학생이라면 그 이유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래야 어린 학생들이 제 3세계 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한답시고 그 환자들을 배경으로 사진이나 찍어 오는 그런 천인공노할 잘못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게 진정한 가정교육이고 이 소임을 충실히 하는 가정에서 자란 학생이 의대가 애타게 찾는 바로 그 학생이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멘토
201-983-2851
kyNam@GradPrepAcade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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