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는 대부분의 대학 4학년생들이 대학을 졸업하게 된다. 기쁘고 자랑스러운 일인 것은 사실이지만 의대 진학을 위해 시간을 더 투자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가정이라면 당사자인 학생보다 더 불안한 건 부모들의 입장인 듯 싶다. 이런 상황에 처한 많은 부모들이 보내온 질문들 중에 가장 현실적인 고민을 토로한 가정과 주고 받은 이메일 내용을 소개하니 비슷한 상황에 놓인 가정들에 도움이 되기 바란다. 대화 내용 중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부분은 삭제하거나 수정하는 과정을 거쳤음을 미리 알린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민 1세대로 한국에서 학교를 나온 터라 미국의 학제에 대해 그리 잘 알지 못하고 혼자서 아이들을 키웠는데, 큰 아이가 이번에 대학을 졸업합니다. 명문 A 대학을 졸업하고 의대에 가기를 희망하지만 어떻게 가야하는지 부모로서 아무런 조언을 못해주고 있어 답답합니다. 제 아들은 초등학교 2학년때에 이민 와서 줄곧 B라는 지역에서 학교를 다녔습니다. 어린시절부터 의대 진학을 고민했고 또 Key Club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같은 클럽내의 의사들을 보면서 자신도 저렇게 사회봉사를 하며 살고 싶다고 이야기 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할 무렵이 되자 아들의 말이 현재 상태로 의대 진학이 어렵다고 이야기 하며 졸업 후에 2년동안 병원에 Scribe Job을 하면서 의대를 진학 준비를 하겠다고 합니다. 이민 1세대인 저로서는 아들이 말하는 대로 믿고 싶지만, 또 대학을 졸업하고 2년이나 학교 수업을 듣지 않고 취업해 있다가 다시 의대를 지원한다는 것이 불안하기만 합니다.
아들의 선택이 올바른 것인지 아니면 다른 방법이 있는 것인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대학 졸업 후 2년간 병원에서 근무하다 의대에 지원하겠다는 방식은 한국에서 학교에 다녔던 부모들에게는 너무 생소한 얘기이므로 놀란 마음에 필자에게 문의한 이 가정의 질문에 다음과 같은 답글을 보냈다. “한국과 다른 교육제도 및 입시제도 때문에 혼란스러우시죠? 아버님 가정과 같은 고민을 가진 우리 한인 가정들이 워낙 많다 보니 제가 “미국에서 의대 보내기”라는 글을 부모님들을 위해 지난 십여 년간 적고 있습니다. 여러 가정에서 문의해 주신 내용에 대해 답을 하는 형식이니 꾸준히 읽으시면 도움이 되시리라 믿습니다. 아버님께서 문의해 주신 사항도 아마 조만간 제 칼럼에서 소개될 수 있으니 참고 하십시오. 일단 아드님이 생각하는 방식은 옳은 방식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일이 년 정도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나서 의대에 원서를 내게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대학을 졸업하며 공백기간이 없이 의대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전체 의대 신입생의 10%도 안 될 테고 그들은 MCAT도 한번에 만점에 가까운 성적을 받은 학생들일 확률이 높으며 고교시절부터 의대에 진학하고자 노력했던 학생들입니다. 또한 Scribe이란 일은 프리메드 학생들이 갭이어 기간 중에 하는 특별한 일입니다. 프리메드 학생이 아닌데 그 정도 영어 단어를 숙지하고 있으며 빨리 알아듣고 정리하면서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할 사람은 없습니다. 프리메드 학생들이 졸업하고 몇년간 그 일을 하며 의료 경험을 쌓아 의대입시에 도움을 받고자 하는 전형적인 일이니 지금 아드님이 생각하는 접근방식은 아주 보편적인 의대입시 전략입니다. 그 기간 중에 MCAT도 충분히 준비해서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면 꼭 원하는 의대에 진학할 수 있을 겁니다. 도움이 되셨기 바랍니다.”
답글에서 언급했듯이 대학 졸업 후 일이 년 정도의 시간을 투자해서 자신이 의대에 지원하는 동기가 확실하다는 증명을 하는 과정을 거치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전략은 일반적이며 현명한 선택이다. 갭이어 없이 대학을 졸업하자 마자 의대에 진학하도록 학생을 지도하는데 가장 어려운 부분은 본인이 왜 의대에 가고자 하는지에 대한 확실한 경험들을 하는데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대학 3학년말까지 학점을 4.0 정도로 유지하며 MCAT 성적을 만점 가까이 받아둔 학생은 아주 많고 그렇게 뛰어난 학습능력을 유지하며 연구 실적까지 챙긴 학생들도 제법 많지만 그 와중에 충분한 병원 봉사 경험과 다양한 사회봉사 경험을 함께 할 수 있는 학생은 많지 않기 때문에 갭이어를 갖고 의대에 진학하는 것이 하나도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갭이어를 한해만 하는 학생은 적어도 대학을 졸업하기 이전에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이므로 졸업과 동시에 의대에 지원해서 다음 해에 의대에 입학하는 것이니 이런 준비를 할 수 있는 것만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만일 조금이라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차라리 한해를 더 준비해서 졸업 후 2년째 되는 해이든 아니면 졸업 후 3년째 되는 해에 의대에 지원하여 한번에 합격하고 입학하는 것이 현명하고 실질적인 전략이다. 되든 안 되든 일단 지원하고 보자는 부모도 있는데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이런 경우 많은 부모들은 자녀가 차일피일 지원을 미루다가 마음이 바뀌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강권하여 지원하게 시켰다고 하는데 입시에 실패하는 학생들이 겪을 마음고생 및 감정의 소모는 상당히 크다. 대학을 재수해서 진학했던 부모들이 끝이 좋으면 다 좋다고 하던데 굳이 안 겪어도 좋을 마음고생을 시키는 건 반대하는 입장이다. 아울러 요행수를 바라는 마음으로 의대입시에 임하는 것을 반대하는 입장이라는 것도 사실이므로 졸업 후 충분한 시간을 갖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서 원하는 의대에 진학하는 것이 맞는 일이며 요즘 추세라고 정확히 전달한다.
“네 빠른 답장에 너무 감사드리며, 아무것도 모르고 기다리기 만 하며 혼자 애를 키우다 보니 답답했는데 용기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시 힘을 얻고 아침에 출근합니다. 감사드립니다.” 라는 답글을 받으며 가슴이 먹먹해졌다. 필자의 알량한 답글이 누군가에게 힘이 되었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하다고 느꼈다. 나누고 베푸는 삶의 의미를 학생들이 다양한 봉사활동을 통해 충분히 느끼고 경험하고 나서 의대에 지원하면 성적이 부족해도 합격하는 이치도 이와 그리 다르지 않다. 감사를 표하는 마음을 알아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기에 매년 열심히 살아온 많은 젊은이들을 마주하는 의대 입장에서 어떤 학생이 우리 사회를 위해 꼭 필요한 인재가 될 지를 제법 잘 알아보고 있다고 감히 장담한다. 그러므로 미국의 의대입시 제도는 상당히 정의롭다고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마음의 소리를 들어주는 귀가 열려 있는 곳이 정의로운 곳이라고 믿고 있으며 그렇게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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