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소개한 이번 사이클 의대 합격자 발표에 관한 내용을 전하며 의대입시와 레지던시 매칭을 비교하는 언급을 했는데 그 이후로 필자가 언급한 내용, 즉 “레지던시 매칭 과정은 인맥을 비롯한 사회구조적 요인들이 의대입시보다 훨씬 더 크게 작용한다”는 점에 관한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으므로 오늘은 이 혼란한 시기에 진행되는 올해의 레지던시 매칭 과정에서 우리 한인학생들이 원하는 병원에 매칭될 확률을 조금이라도 올릴 수 있는 요인들에 대해 알아보자.
6주전에 소개한 필자의 칼럼 576편에서 올해의 레지던시 매칭과정에 관한 특이사항들을 소개하며 설명한 바와 같이 일단 올해의 레지던시 매칭 일정은 한달 이상 늦춰진 상태로 시작했다. 9월 1일 동부시간 오전 9시부터 미국의대 4학년 학생들과 외국의대 졸업생들이 ERAS(Electronic Residency Application Service)를 통해 제출한 지원서를 각 병원의 해당 PD(Program Director)들이 10월 21일 오전 9시부터 검토하기 시작했으니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11월부터 시작될 인터뷰는 정말 숨가쁘게 진행될 것이다. 왜냐하면 시작 시점은 9월 15일에서 10월 21일로 늦춰졌으나 매칭결과를 발표하는 마무리 시점인 매치 데이는 늦춰지지 않고 예년처럼 3월 셋째 주 금요일로 잡혀 있으니 인터뷰를 진행하고 검토할 시간이 예년에 비해 5주나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매칭이 되려면 당연히 인터뷰에 초대받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할 텐데 이 인터뷰 초대과정부터 의대입시와 다른 점들이 있다. 레지던시 매칭과정도 취업과정의 일부라고 볼 수 있으니 미국사회의 일반적인 취업 시스템과 유사한 점이 아주 많다. 본인의 능력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은 명백하지만 비슷한 능력의 소유자들 간에 누가 인터뷰에 초대되느냐는 인맥에 달려있다. 그렇다고 모든 매칭이 부정청탁으로 이루어 진다는 의미는 절대로 아니다. 그 인맥을 학생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되어 있기 때문에 부모가 대학병원장이 아니라고 한탄할 필요는 절대로 없다. 학생 스스로 Away Rotation을 통해서 인맥을 형성해 나갈 수 있는데 이는 팬데믹 상황에서도 온라인으로 나마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정형외과 의사가 되고 싶은 학생이라면 의대 3학년때 본인이 재학 중인 의대 임상수업을 통해 정형외과 수업을 들을 것이고 이 임상수업을 로테이션이라고 부른다. 이 학생이 만일 특정 병원의 정형외과에서 레지던트로 트레이닝을 받고 싶다면 본교병원 외에 그 특정 병원에 가서 정형외과 임상수업을 듣는 과정을 Away Rotation이라고 하며 일반 기업에 취업하기 원하는 대학생들이 주로 여름방학 기간 중에 해당 기업에서 인턴쉽을 하는 과정과 거의 동일한 맥락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예를 들어 구글에 취업을 원하는 학생이 구글에 취업하기 가장 용이한 방법은 대학 3학년 여름방학을 구글에서 인턴쉽을 하며 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구글에서 인턴쉽 기회를 잡는 일도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구나 인턴쉽과 취업과의 상관관계를 잘 알고 있지만 인턴쉽의 기회는 제한적이므로 이 단계부터 경쟁이 시작된다. 레지던시 매칭을 위한 Away Rotation도 마찬가지이다. 해당 병원에 직접 가서 임상수업을 들으며 뛰어난 자신의 능력을 미리 보여줄 수 있다면 추후 레지던시 매칭 인터뷰에 초대받을 확률은 매우 높아진다. 하지만 자신의 능력을 미리 보여줬더라도 그 외의 조건들도 매력적이지 않다면 Away Rotation에 참여했다고 해서 무조건 인터뷰에 초대받지 못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성격도 좋고 학습능력도 뛰어나지만 USMLE Step 1 성적이 해당 전공분야의 평균성적에 못 미친다면 상당히 불리한 조건이 되겠고 추천서가 다른 학생들보다 뛰어나지 않다면 그 점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화려한 리서치 경험을 보유한 학생이라고 해서 무조건 인터뷰 기회가 주어지지도 않지만 유사한 조건이라면 논문을 얼마나 많이 발표해 봤는지가 장점이 될 수는 있다. 그렇다면 스스로 인맥을 만들기 위해 Away Rotation에 참여하기 이전에 학교성적을 잘 유지했으며 우수한 Step 1 성적을 확보했으며 다양한 논문을 발표했고 의대교수님들 중 특히 해당 전공분야의 교수님들과 평소에 좋은 관계를 유지하여 뛰어난 추천서를 받는 노력이 선행되었어야 한다. 선배들 과의 원만한 유대관계도 중요하다. 미국도 사람사는 세상이고 모교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을 갖고 사는 세상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그렇게 노력한 한인학생이라면 비록 부모가 병원장이 아니더라도 백인들과 유대인 중에는 흔한 대학병원장 자녀들 과의 경쟁에서도 이길 수 있을 확률이 높아진다. 또한 흔한 정도가 아니라 아닌 경우가 오히려 별로 없는 백인이나 유대인 의대교수 자녀들 과의 경쟁에서는 이겨내고 말 것이다. 이 경쟁은 인터뷰에 초대받는 경쟁을 의미하는데 어떤 경우에는 Away Rotation에 참여하는 경쟁까지 포함시켜야 할 수도 있다. 그 다음은 실제 인터뷰에서 얼마나 인간적인 매력이 있느냐가 매칭결과를 결정짓게 되는데 이 부분이 아직까지는 한인학생들이 가장 약한 부분이다. 점점 나아져 가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 우리 한인학생들에게 가장 부족한 부분은 세련된 사회성이다. People Skill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 세련된 사회성은 인터뷰에서 인사를 공손히 하고 눈을 잘 마주치며 부드러운 미소를 잃지 않는 노력만으로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월드 시리즈에서 어떤 팀들이 격돌하고 있는지를 모르는 학생이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부드러운 대화를 시작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매년 매칭을 통해 후배 레지던트들을 선발한 선배 레지던트들이 후회하며 해대는 불평 중 가장 흔한 경우는 “Step 1 성적 좋고 논문 많이 발표해서 뽑았더니 인간적으로 교류할 부분이 부족한 로봇을 뽑았다”고 투덜대는 것이다. 모든 의대생이 농구를 엄청 잘 할 수는 없겠지만 왜LA Lakers 선수들이 2020년 NBA Championship에서 우승하는 순간 하나같이 코비 브라이언트를 언급했는지를 모른다면 인맥관리가 잘 될 가능성이 그리 커 보이지는 않는다.
부정청탁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모여 살며 사람들에 의해 돌아가는 우리 인간사회에서 우리 각자는 다른 영향력을 행사하며 살아가고 있다. 의대생이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대학병원장의 자녀로 태어나는 것보다 훨씬 수월한 방법이 분명히 존재한다. 뛰어난 학습능력과 연구능력은 학생이 갖춰야 할 기본 중의 기본이고 그 위에 정보력을 갖추고 평상시에 주변사람들과 더불어 삶을 즐기는 모습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의대입시가 학습능력을 통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고 그 이후의 사회생활은 평탄치 않을 수도 있다.
공부가 가장 쉽다는 구성원들 사이에서 공부 외에 매력이 없다면 아무 매력도 없는 것이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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