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7월이면 세컨더리 어플리케이션을 준비하는 자녀들의 고충을 옆에서 지켜보던 부모들이 도무지 그렇게 많은 분량의 글을 충분히 생각을 한 후에 인상적인 내용을 적어서 제때 내는 학생이 존재하기는 하냐고 의구심을 품으며 질문을 하곤 한다. 그 바로 다음에 뒤따르는 질문은 누구에게나 힘들어 보이는 이 세컨더리 어플리케이션을 어떻게 해야 남들보다 뛰어나 보이게 제출할 수 있냐는 것이기에 이 지면을 통해 답하고자 하니 현재 의대에 지원한 모든 가정들 뿐 아니라 다른 가정들, 특히 대학 신입생이나 더 어린 자녀를 둔 가정에서도 참고하기 바란다.
세컨더리 어플리케이션이란 일차 지원서인 AMCAS Application을 제출하고 나서 약 한달 후쯤 각 의대로부터 받는 지원서이며 줄여서 세컨더리 또는 이차 지원서라고 불리우며 거의 모든 의대가 일차 지원서를 검증하지 않고 무조건 보내주므로 일차에 합격한 학생만 받는 특별한 원서는 아니다. 학교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약 100불 정도의 지원비를 내야 하므로 각 의대 입장에서 벌어들이는 이차 지원비만 해도 거의 백만불에 가깝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차 지원서를 꼼꼼히 검토해서 소수의 학생에게만 이차 지원서를 보내줄 이유가 별로 없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차 지원비를 받는 주립의대들 중에는 일차 지원서를 검토해 성적이 너무 안 좋은 학생들에게는 이차 지원서를 아예 보내지 않는 곳들도 존재하고 사립의대들 중에도 밴더빌트 의대처럼 일차 지원서를 검토하고 자체적인 기준에 부합하는 학생들에게만 세컨더리를 보내주는 의대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의대에 지원한 모든 학생들이 의대에 지원한지 약 한달 후에는 세컨더리를 각 의대로부터 순차적으로 받기 시작할 것이다. 이 세컨더리에서는 학생의 신분을 다시 확인하는 간단한 절차 외에는 다양한 질문에 대한 답을 에세이로 적어내라고 하고 있으며 학교별로 평균 5개의 에세이를 적으라고 하는 걸 감안하면 30곳의 의대에 지원한 학생이라면 적어도 150개의 에세이를 적어야 한다. 물론 비슷한 질문에 대해서는 한번 적은 에세이를 카피해서 다른 의대에 제출할 에세이로 활용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카피/페이스트를 편하게 할 수 있는 경우가 그리 많지는 않다. 비슷해 보이는 질문이더라도 조금은 손을 봐서 결론을 다르게 마무리 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어떤 경우에는 도입부를 다르게 접근해야 제대로 질문에 답하는 에세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의대에서는 세컨더리에 다른 곳에 사용한 에세이를 절대로 카피/페이스트 해서 제출하지 말라고 언급하고 있는데 결론이나 도입부를 조금도 손보지 않고 비슷해 보이는 질문마다 다 재활용하는 학생들 중에는 특정 의대 이름이 언급되어 있는 에세이조차 수정하지 않고 카피/페이스트 해서 다른 의대에 제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는 방증이다.
하버드 의대처럼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에게만 해당되는 질문을 다음과 같이 하며 4,000캐랙터 이내로 대답하라는 경우가 가장 간단하고 용이한 세컨더리 질문의 예가 되겠다. “If you have already graduated, briefly summarize your activities since graduation.” 이미 대학을 졸업했다면 졸업한 이후로 학생이 한 활동들을 요약해서 답하라는 이 질문은 하버드 의대 뿐 아니라 거의 모든 의대에서 묻고 있으니 카피/페이스트 해서 낼 수 있는 전형적인 대답이다. 하지만 단순히 붙여넣기가 불가능한 질문의 예로는 SUNY Downstate 의대의 여러 질문 중 다음의 질문을 들 수 있다. “If you are not from the 5 boroughs of New York City, describe what personal, urban experiences prepare you to live and study in New York City, and what will be your personal support system.” 뉴욕시는 5개의 보로우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질문의 요점은 뉴욕시처럼 복잡한 대도시에서 살아보지 않은 학생이 환경적 요소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인과 더불어 힘든 의대공부를 하며 정신적으로 의지가 될 사람들이 주변에 있으면 도움이 되는데 타지에서 온 학생이 뉴욕에 그런 인적자원을 갖고 있는지 묻고 있다. 뉴욕 주립의대라고 해서 무조건 다른 주 학생들을 선발하지 않는 게 아니라 이런 질문을 통해 뉴욕에서 공부하며 지내는 것 자체가 주변에 위로가 될 사람들이 없다면 힘들 것을 감안해서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의지이며 힌트를 주는 것이다. 의대생들에게 가족이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힘인지는 필자가 이미 여러 번 강조한 바이며 이는 의대가 학생을 선발할 때도 상당히 고려하는 요소라는 점을 잊지 말자. 이런 단순한 질문들보다 학생 각자의 출신배경에 대해 깊숙한 질문을 하며 차별화된 답을 요구하는 질문의 예는 Duke 의대가 묻는 여러 질문들 중 하나인 “Tell us more about who you are. You may provide additional information that expands your self-identity where gender identification, racial and/or ethnic self description, geographic origin, socioeconomic, academic, and/or other characteristics that define who you are as you contemplate a career that will interface with people who are similar AND dissimilar to you. You will have the opportunity below to tell us how you wish to be addressed, recognized and treated.”라는 질문을 들 수 있다. 학생 각자가 자신의 성별, 인종, 출신지역, 사회경제적 배경, 학력 등의 다양한 요소를 활용해 자신과 유사한 환경 출신 혹은 유사하지 않은 환경 출신인 다양한 사람들과 상대해야 하는 직업을 고려하는 사람으로서 자신을 소개하라는 것이다. 아주 좋은 질문이며 의사로 살아가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 중 하나이다. 이 질문에 대한 좋은 답은 학생 자신이 얼마나 열린 마음으로 살아왔는지에 달려있다. 한국에서 태어난 학생이라면 미국에 적응하던 얘기를 통해 자신만의 매력적인 답을 할 수 있을 것이고,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학생이라면 이민 2세로 살아오며 부모와의 가치관 차이에 따른 갈등을 얘깃거리로 삼을 수도 있겠다.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학생이든 불운한 가정에서 자란 학생이든 각자가 살아오며 부족했던 것과 나눴던 것에 대한 얘기가 좋은 소재가 될 수도 있다. 혹시라도 성정체성 때문에 고민했던 학생이라면 이 또한 그 힘들었던 시간을 사회에 기여하기 위한 좋은 소재로 승화시킬 수 있다. 핵심은 각자의 삶을 열심히 살아오며 자신의 장점이나 단점을 남들과 함께 나누며 살아온 경험이 다양할수록 매력적인 학생으로 보일 것이다. 돈을 벌어본 학생이 안 벌어본 학생보다 인생에 대해 더 깊은 성찰을 해봤을 확률이 크고, 여행을 많이 해본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자신의 삶에 대해 한번이라도 더 고민해 봤을 확률이 크므로 여름방학 마다 수업만 들어오던 학생이 봉사보다는 연구실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면 의대에서 매력적이라고 느낄 확률이 지극히 낮아지는 이유이다.
삶을 사는데 필요한 요소는 성적 외에도 아주 많은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행하는 학생이 매력적인 인간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다음 주에도 세컨더리에 관한 얘기를 좀 더 해보겠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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