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A_558

지난 주 중앙일보 전문가 상담코너에 올라온 의대 진학에 관련한 다음과 같은 조금 특이한 질문을 소개하고자 한다. “고1학년 자녀를 둔 엄마입니다. 제 딸이 고등학교 1학년(9학년)진학을 앞두고 있는데요 고등학교 진학을 끝내면 의대를 간다는데 한국의 의대와 미국의대 진학 어디가 더 나은지요? 만약 한국의대에 진학해서 공부를 마친 후에 다시 미국에 오고 싶어한다면 미국병원에 의사로 취업은 할 수 있으며 방법은 무엇입니까?”

해당 질문에 대한 필자의 답은 “한국 의대와 미국 의대 중 어디에 진학하는 것이 더 나은 지는 개인의 선택에 관한 문제이므로 언급하기 어려운 사항이지만 한국 의대에 진학해서 공부를 마친 후에 미국에서 레지던시 트레이닝을 받으면 미국에서 의사로 취업 및 활동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대 졸업생이든 한국의대 졸업생이든 의대 재학 중에 성적관리 잘 하고 봉사와 연구도 열심히 한 학생들은 원하는 병원에서 자신이 원하는 분야의 전문의가 되기 위해 전공의 교육(Residency Training)을 받게 되고 이 과정이 끝나면 그 나라에서 의사로 활동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므로 의대를 어디로 진학하는가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전공의 교육을 어디서 받는가에 따라 어느 나라에서 어떤 전문의로 살아가게 되는지가 결정됩니다. 참고로 한국에서 의대를 졸업한 학생들은 미국에서 전공의 교육을 받기 어려워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의학지식이나 연구실적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영어로 시험을 봐야하는 미국의사 면허시험을 통과하기 어려운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니 미국에서 고교시절까지 보내면서 무엇보다 영어실력을 향상시킨 학생이라면 한국의대에 진학하더라도 미국으로 레지던시 트래이닝을 받으러 오기가 수월할 것입니다. 하지만 협업을 기본으로 하는 의료계에 종사하고자 한다면 학생이 우선적으로 살고자 하는 지역이 어디인지를 잘 판단하고 그에 맞는 진학계획을 세우게 하시기를 권합니다.”였다.

그 이후 혹시라도 필자가 그 질문의 요지를 잘못 파악하고 답을 해서 어린 자녀를 둔 많은 가정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결정을 내릴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들었기에 부연설명을 하고자 한다. 필자가 단순하게 생각한 질문의 요지는 미국 고교생이 한국의대에 진학한 경우에 원한다면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서 의사생활을 할 수 있냐는 점이었으므로 의사가 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레지던시 과정이므로 미국에서 레지던시 과정을 밟으면 미국의사로 살아갈 수 있다고 답을 했다. 하지만 필자의 답이 혹시라도 의대교육은 어디에서 받든 상관없이 레지던시 과정만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로 누군가에게 전달된다면 그건 위험한 발상이 될 수도 있다. 만일 그런 식으로 생각한다면 고교시절이나 대학시절에 굳이 힘들게 노력하지 않고도 캐리비언 의대나 필리핀 의대 등의 의대에 진학하고 나서 미국 레지던시 과정만 하러 오면 미국에서 의사로 살아갈 수 있을 테니 굳이 자녀가 인생을 어렵게 살지 않아도 부모가 머리만 잘 쓰면 되겠다는 얄팍한 인생관을 필자가 전파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된다는 의미이다. 그렇다고 캐리비언 의대에서 교육받은 의사들을 폄하하고자 의도적으로 그런 의대에 진학하지 말라는 건 아니다. 정말 의사로서 사명감을 갖고 살아가고자 하는 학생들 중에도 학습능력이 조금은 부족한 경우도 있을 수 있으므로 그런 학생들이 미국에서 의대에 진학하고자 노력했으나 불가능했다면 다른 가능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그 꿈을 이루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문제는 미국에서 의대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이 미국의 유수한 병원에서 원하는 레지던시 트래이닝을 받는 과정이 그리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그동안은 미국의사면허시험의 일단계인 USMLE Step 1 시험이 발목을 잡았다며 객관적 사실을 근거로 그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면 이제는 그 Step 1이 Pass/Fail 로 바뀌게 되어서 미국내 의대생들 사이에서도 명문 의대생들에게 더 유리한 제도라 중하위권 의대에 진학하면 원하는 레지던시 트레이닝을 받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 버렸다는 상실감을 호소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을 직시해야 하겠다. 열 번 양보해서 캐리비언 의대 졸업생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학습능력 때문이라고 인정하고 어디든 미국내 병원에서 레지던시 트래이닝을 받기만 해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한국의 명문의대를 졸업하고도 미국내에서 경쟁이 치열한 분야의 전문의가 되기는 매우 어렵다. 그 첫 관문인 해당 전문분야 레지던시에 매칭되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영어구사력을 제외하면 그들의 실질적인 능력에 비해 터무니 없는 결과가 나오다 보니 내과, 소아과, 산부인과, 가정의학과 등의 프라이머리 캐어 분야에서 근무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앞에서 언급한 분야에 의사가 부족하므로 외국에서 의대를 졸업한 의사들로 충당해 미국시민들의 건강을 챙기고자 하는 것이 이 나라의 큰 그림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맞겠다.

또 한가지 가볍게 넘겨버린 부분은 미국에서 고교를 졸업할 학생이 한국에 있는 의대에 진학하기가 쉽지도 않겠지만 진학을 해도 한국어로 교육을 받을 텐데 필자의 답에는 영어에 관한 언급만 있었지 한국어에 관한 언급이 없었기에 부족함을 느낀다. 혹시라도 필자의 이전 칼럼 중에 필자와 함께 미국의대 진학을 준비하다 영어능력이 조금 부족해서 서울대 의대에 진학시킨 일부 학생들의 사례를 생각하고 그런 옵션도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가정이 있다면 다시 생각하기 바란다. 그 학생들은 중학교까지는 한국에서 다녔기에 거의 완벽한 한국어를 구사했고 미국의 명문대학에서 프리메드 과정을 거치며 미국내에서 의대에 진학하기 위해 최선을 다 했던 학생들이었으나 변화가 많은 한국의 교육제도이다 보니 한국에서 의학전문대학원이나 의대 학사편입제도가 잠시 존재하던 시절에 그런 제도들을 활용한 경우들이지 미국에서 고교를 마치고 한국에서 대학입시를 통해 진학한 경우가 아니다. 질문내용에는 상세히 표현되어 있지 않았으므로 해당 가정은 어떤 경우인지 모르겠으나 만일 자녀가 미국에서 유년기를 보내 한국어 구사능력이 뛰어나지 않다면 한국으로 의대교육을 받게 보내는 것이 옳지 않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꼭 알리고 싶다. 한국에서 교육받고 미국대학으로 유학오는 학생들은 그나마 영어문법은 제대로 알고 오는데도 독해력이 부족해 문제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교육을 받다 한국대학으로 유학을 가는 학생이라면 확률적으로 한국어문법에 그리 강하지 않을 수 있기에 더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 부모와 일상적인 대화를 한국어로 한다고 해서 전문지식을 읽고 토론하며 논술하기도 편하게 하리라고 생각하지 말자. 마치 전문적인 영어교육을 받지 않은 누군가가 이태원에서 영어로 장사한 경험이 있다고 해서 미국대학에 유학오면 힘든 시간이 되리라 예상되듯 말이다.

필자의 미력한 의견이 한 학생의 미래를 잘못 인도하면 안되겠기에 긴 사족을 달았으니 양해 바란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멘토
201-983-2851
kyNam@GradPrepAcade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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