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12일은 의대입시와 레지던시 매칭을 앞두고 있는 많은 학생들과 그 가족들에게 충격을 준 날이었다. 미국의사면허를 취득하기 위한 여러 단계의 시험들 중 첫번째 시험인 USMLE Step 1의 성적이 점수로 나오지 않고 Pass/Fail로만 나오게 변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날이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미국에서 의사가 되는 과정에서도 벌어지게 되었다는 일차적인 원성이 자자한 이 정책변화에 따른 파급효과는 실로 가늠하기 어려운 지경이지만 이제부터 Step 1이 어떤 시험이고, 새로운 정책이 나오게 된 배경은 무엇이며, 그 파급효과로는 어떤 것들이 예상되고, 그 대응책은 무엇인지에 대해 두 편으로 나눠서 자세히 알아보자.
Step 1 시험은 USMLE(United States Medical Licensing Examination), 즉 3단계로 나뉘어진 4가지 시험을 보게 되어 있는 미국 의사면허 시험제도의 첫번째 단계로 기초과학에 관한 의대생들의 지식을 측정하는 시험이다. 하버드 의대를 제외한 거의 모든 의대에서는 의대 2학년이 끝나기 이전에 이 시험을 보게끔 커리큘럼이 짜여져 있으므로 의대 2학년 후반기는 거의 모든 의대생들은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시험을 준비하며 지내게 된다. 이 Step 1 시험이 특히 의대생들에게 중압감을 주는 이유는 다른 시험들과 달리 단 한번만 볼 수 있는 시험이기 때문이다. 불합격을 하면 다시 볼 수 있지만 합격을 한 학생은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다시 그 시험을 봐서 성적을 올릴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므로 절체절명의 간절한 심리상태로 이 시험을 보고 있다. 2020년 현재로서는 300점 만점인 스텝 1에서 194점 이상을 받아야 합격을 하고 그 이하의 점수를 받은 학생은 다시 시험을 봐야 하는데 차라리 불합격을 해서 다시 시험을 보는 것이 낮은 점수로 스텝 1을 통과하는 것보다 낫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패스를 못해도 레지던시 매칭에 지원할 때 치명적인 단점이 되지만 그래도 성적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는 점은 200점대 초반의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제법 있는데 이는 스텝 1 성적이 레지던시 매칭결과에 작용하는 역할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레지던시 프로그램 디렉더들이 지원자들을 선별할 때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 바로 이 스텝 1 성적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있다. 출신의대가 얼마나 명문의대인가도 중요하고, 어떤 추천서를 받았는지도 중요하며, 어떤 리서치 경험을 했는지도 중요하지만 워낙 많은 지원서를 받아서 그 중에서 옥석을 가려야 하는 입장에서는 일차적으로 걸러내는 기능을 하는 것이 바로 스텝 1 성적이 되었다고 하니 그들만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이는 7~80년대에 레지던시 매칭을 경험한 고참 의대교수들은 경험해 보지 못한 현상이다. 70년대 의대졸업생의 숫자는 지금의 절반 수준이다 보니 오히려 그들을 원하는 병원이 더 많은 상황이었다. 참고로 70년대 중반에 제공된 레지던시 포지션은 약 15,000여개인데 응시자의 숫자도 같은 15,000여명이었으나, 2000년도에 제공되었던 레지던시 포지션은 약 20,000개고 응시자는 약 30,000명 수준이었는데 2019년에는 약 32,000개의 레지던시 포지션에 응시자는 45,000명이 넘어섰는데 이는 많은 신설의대가 생긴 것과 달리 레지던시 포지션은 그 속도에 발맞춰서 신설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연방정부의 지원금이 갑자기 늘어나지 않는 한 이러한 현상은 지속되리라 보며 필자가 수차례에 걸쳐 의사양성과정에서의 병목현상을 개탄해 왔던 이유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보다도 훨씬 더 많은 의사가 필요하므로 의대숫자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고 고무적이지만 Teaching Hospital에서 의대 졸업생들을 전문의로 만드는 GME(Graduate Medical Education) 과정, 즉 레지던트 트레이닝 과정의 증설이 의대 증설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작금의 현실에서는 레지던시 매칭의 과열현상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며 그러다 보니 레지던시 매칭 원서를 50군데 이상의 병원에 제출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최고의 명문의대에서 최고의 성적을 유지해 왔고 스텝 1 성적도 만점에 가까운 학생의 레지던시 매칭 지원을 돕는 과정에서 필자는 약 20군데의 병원에 지원하는 것도 신중하게 선정하고 줄일 수 있으면 줄여보자는 조언을 해줬는데 그 학생이 재학 중인 의대에서는 그 학생에게 약 50군데의 병원에 지원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조언을 해주는 것이 현실이니 개탄할 노릇이다. 의대에 지원할 때도 활용되는 샷건방식의 지원전략이 레지던시 매칭에서도 일반화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의대입시든 레지던시 매칭과정이든 준비가 잘 된 학생이라면 절대로 샷건 쏘듯 지원서를 남발하는 것은 피하라고 권한다. 준비가 너무 안 되었다면 어쩔 수 없이 간절한 마음으로 어디든 걸리기만 하라는 샷건전략도 해볼 수 있지만 자신을 냉정하게 분석하여 목표를 세우고 소수의 목표를 정조준 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니 참고하자.
위에서 언급했듯 스텝 1 시험의 역할이 원래의 기능인 의사면허를 취득하기 위한 일반적인 기초과학에 관한 지식습득에 관한 측정에서 레지던시 매칭과정에서 인터뷰를 받을 수 있는 기준점으로 변질되다 보니 의대 2학년 학생들이 수업에 들어가지도 않고 스텝 1 시험준비만 하는 일은 다반사이다. 그나마 명문의대에서는 2학년 후반기에도 수업이 진행되지만 일부 하위권 의대는 아예 2학년 후반기에는 수업도 안 하면서 학생들의 시험준비를 돕는 커리큘럼을 운용하기도 한다. 중위권 의대들의 대부분도 최소한 한달 이상은 수업없이 시험준비를 장려하고 있으니 학사일정의 변칙적인 운용에 관한 문제점은 교육부와 많은 의대들이 마찰을 빗어오던 고질적인 사항이기도 하다. 이런 분위기에서 의대생들의 심리상태는 과연 어떨까? 스텝 1에 대한 중압감에 우울증에 시달린다는 의대생들을 구제하기 위해 스텝 1 시험에 대한 점수를 발표하는 대신 Pass/Fail만 발표하는 새로운 제도를 준비기간을 거쳐 빠르면 2022년 1월부터 시행하겠다는 것이 바로 USMLE를 관장하는 두 기관인 NBME(National Board of Medical Examiners)와 FSMB(Federation of State Medical Boards)가 의대연합회 및 의사연합회 등 모든 의료관련기관들과 2019년 3월부터 심사숙고해온 결과로 2020년 2월 12일에 발표한 내용이다. 더 이상 피부과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인터뷰 초대를 받기 위해서는 250점 이상의 스텝 1 성적이 필요하다는 식의 스텝 1 시험에 대한 부담감을 의대생들에게 주지 않겠다는 의도가 핵심이라는 발표를 액면 그대로만 믿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므로 많은 우리 한인 의대생들의 미래가 달려있는 이 변화에 대해 다음 주에는 파급효과와 최선의 대책에 대해 알아보겠다.
남 경윤 / 의대진학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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