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 원서접수를 시작하는 의대입시에서 합격자 발표는 10월 15일부터 다음 해 3월 15일 사이에 주로 이루어 진다. 하지만 입학식이 열리기 전까지는 언제든지 추가로 학생을 합격시킬 수 있는 것도 의대의 권한이므로 4월에도 합격소식은 들린다. 하지만 시간이 늦어질수록 그 가능성은 줄어들게 되며 그 이유 중에는 준비가 잘 된 학생일수록 먼저 인터뷰에 초대되므로 그 결과를 일찍 통보 받는다는 점 외에도 추가로 학생을 합격시키는 의대는 이 학생이 합격해 있는 다른 의대에 이 학생을 합격시켰다는 통보를 해줘야만 하는 등 의대 상호간에 존중하고자 노력하는 신사협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제 아이가 스탠포드 의대에 합격했습니다.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또한 신기한 일이므로 칼럼을 통해 다른 가정에도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4월 4일 오전에 걸려온 한 통의 전화내용이다. 필자의 칼럼을 수년간 꾸준히 읽어온 한 가정에서 3월에 스탠포드 의대로부터 인터뷰 초대를 받고 다녀온 자녀가 얼마 지나지 않아 합격통보를 받았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주었다. 여기서 신기한 일이라는 것은 3월에 인터뷰에 가는 일과 다녀온 지 며칠 안 되어 합격통보를 받았다는 점과 더불어 그 학교가 스탠포드 의대라는 것이다. 필자의 칼럼에서 주로 강조한 것이 3월 중순이면 다음 사이클을 신중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보니 본 칼럼 열혈독자의 입장에서 조금 어색하게 느낄 수 있는 부문은 맞다. 역시 부모의 정보력이 자녀의 의대진학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필자의 신념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위의 학생은 이미 여러 의대들로부터 합격통보를 받고 한 의대에 진학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상황이었으나 다 늦게 인터뷰를 다녀온 학교에서 금방 합격을 시켜주었으니 그 기쁨은 의구심과 동반되었다. 스탠포드의대, 굳이 랭킹을 들자면 미국내 2위로 선정된 의대이니 의문이 들 수 있다. 랭킹 3위, 4위, 5위 의대에서는 인터뷰 초청도 못 받았는데 어떻게 랭킹 2위 학교에 합격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는 의미이다. 의대입시에서는 어렵지 않게 보는 현상이라고 답을 했고, 이는 각 의대가 원하는 모습에는 차이가 있다는 의미이다. 대학입시처럼 지원한 모든 대학에 합격하는 일은 의대입시에서는 거의 벌어지지 않는다. 고교생들이야 아직 본인이 뭘 원하는 지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므로 대학도 가능성만 보고 학생을 선발하다 보니 그런 해프닝이 벌어질 수 있지만, 의대는 프로페셔널 스쿨이다. 한글로 적으면 직업학교라고 표현되는 기관이 자기네 기관에서 어떤 전문가를 양성하고 싶은지도 모르고 성적만 좋으면 합격시키는 실수를 저지를 확률은 극히 낮다. 남다른 봉사정신과 리더쉽을 보이는 학생이라면 일 년에 한둘이 탑 10 의대에 모두 합격하는 희한한 일을 경험할 수도 있겠지만 절대로 성적이 좋다는 이유로는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학생들이 달라져 있으므로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하버드 의대에 합격한 학생이라고 무조건 다른 의대에도 모두 합격했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고 그렇지도 않다. 성숙한 지원자들이다 보니 지원할 학교를 선정할 때부터 합격한 학교 중에 진학할 학교를 정하는 단계까지 대학입시에서는 흔히 보지 못 하는 광경들이 벌어진다. 특히 하버드 의대에 합격하고도 유펜, 스탠포드, 메이요, 피츠버그 의대 등 다른 의대에 진학하는 학생들을 만나는 것은 기쁨이다. 적어도 본인의 가치관에 맞는 결정을 내릴 줄 아는 학생들이라는 확신이 드니 그들의 행복한 미래가 눈앞에 선하기 때문이다. 예일대학과 프린스턴대학의 교육이념이 어떻게 다른지 모르며 무조건 지원하는 아직 어린 12학년 학생이 혹시 있다면 몇 년 후 의대에 지원할 때는 본인의 삶의 지표와 어울리는 의대에 지원하는 모습으로 바뀌게 된다. 아니 그렇게 바뀐 학생들이 명문의대에 합격하는 것이다.
4월뿐 아니라 5월과 6월에도 합격소식을 들을 수도 있다. 하지만 위의 경우처럼 막판역전의 성공스토리가 모든 가정에 전해지기는 어렵다. 또한 본 칼럼을 통해 나눌 수 있는 내용은 지극히 일반적인 내용들이 우선된다는 점도 감안하기 바란다. 컬럼비아 의대로부터 입학식 일주일 전에 추가로 합격시켜 줄 테니 입학하기 원하면 이틀 내에 연락하라는 전화를 받는 학생도 있었으나 이런 경우는 복권이 당첨되기만큼 희박한 일이라 소개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미 합격한 학생이라면 4월 30일까지 여러 의대 중에 한 군데만 진학하겠다는 통보를 해줘야 한다. 그 이후에도 웨잇리스트에서 풀린 학교가 있다면 그 곳에 진학해도 되지만 4월 30일까지 진학통보를 하지 않은 학교에서는 진학을 포기한 학생으로 간주해 그 자리를 웨잇리스트에 있는 학생에게 제공하게 되니 지금은 진학할 학교 혹은 재수를 결정할 중요한 시기이지 무조건 기다리는 것이 능사는 아닌 시점이다.
남 경윤 / 의대진학 전문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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