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의대진학에 관심이 많은 부모들 중에, 특히 고교생 자녀를 둔 부모들 중에는 성적이 몇 점이 되어야 하고 특별히 어떤 활동을 해야 대학/의대 통합과정에 합격하는 지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부모들이 존재한다. 대학에 자녀를 진학시켜 본 경험이 있는 부모라면 대학입시를 치르며 자신이 주관적으로 갖고 있던 자녀의 능력과 제 3자들이 바라보는 자녀의 객관적 능력에 대한 차이를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있으므로 현실적인 목표설정에 조금 가까워졌으나 고교생 자녀를 둔 부모는 아직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으므로 기준을 세우기 위한 나름대로의 노력으로 보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몇 점을 받아야 의대나 통합과정에 진학할 수 있다는 정확한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아무 기준도 없어서는 안되므로 필자가 의대나 통합과정에 진학시킨 학생들의 경우를 참고해 보기로 하자.
필자에게 지도 받기 원하는 학생들은 모두 의대 진학지도 프로그램 가입을 위한 인터뷰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을 통해 필자는 해당 학생을 지도할지를 결정한다. 이 때 학생을 분석하는 기준은 환자를 돌보는 봉사를 통해 기쁨을 느끼는지 여부, 영어독해력과 표현력, 그리고 스스로 원해서 의대진학을 원하는지 여부 등이며, 만일 위의 사항들이 충족된다면 어떤 학생이라도 의대에 진학시킬 자신이 있고 실제로 성공적으로 진학시키고 있다. 어떤 경우는 재수를 통해서 혹은 특정과목을 보완하기 위해 개인교습을 받게 하는 추가적인 노력이 요구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환자중심의 사고방식을 갖고 있으며 스스로 의대진학을 원하는 학생 중에 영어독해력, 과학적 탐구심, 그리고 자신의 의사표시를 명확히 할 수 있는 표현력을 보유한 모습이 의대가 찾는 학생이기 때문이다. 위의 필요사항 중에 하나라도 부족한 학생이라면 일등을 하더라도 의대나 통합과정에 진학하는 일은 없다. 실제로 2.7로 대학을 졸업한 학생도 단점보완 후 의대에 진학시킬 수 있었으나, 명문대학에서 만점의 성적을 받고도 의대진학에 실패해서 필자의 도움을 받으러 오는 학생들을 만나는 일도 매년 반복되고 있다. 이번 사이클에서도 주립대를 졸업한 대학학점 3.2에 MCAT 30점인 학생 중에도 벌써 의대에 합격해 있는 학생이 있는 반면에 아이비리그 학점 3.9에 MCAT 40점이 넘는 학생 중에도 아직 아무 의대에도 합격하지 못 한 학생이 있다. 학생이 포기하지 않고 본인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노력한다면 분명히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지만 필자가 여기서 강조하는 사항은 절대 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하지 않는 곳이 의대라는 점이다. 영어독해력을 갖춘 경우에 한해서다. 아무리 다른 성적이 뛰어나도 영어독해력에 의구심이 든다면 그 학생을 선발하는 일은 없다. 적어도 한인학생들에게는 아직도 적용되고 있는 기준이므로 특정 의대에서 의사가 부족한 특종인종에 속한 학생들을 선발할 때 적용하는 기준과는 차이가 크다. 아시안계 학생은 의사가 부족한 인종군에 속하지 않고 오히려 과잉 공급되고 있는 인종군에 속하므로 특히 성적은 별로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어차피 한인학생이 포함된 아시안계 학생들은 타 인종 학생들보다 뛰어난 성적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성적 외적인 면에서 당락이 결정된다는 역설적이지만 현실적인 기준을 전달하고자 한다. 10학년에 전과목 C를 받고도 뛰어난 영어독해력과 표현력, 그리고 진정 환자를 아끼는 마음을 보유한 학생은 그에 맞는 전략을 세워 대학/의대 통합과정에 진학시킬 수 있었다. 반면에 전교 1등으로 고교를 졸업한 학생들 중에 대학/의대 통합과정에 떨어져서 현재 아이비리그 대학에 다니며 필자를 찾아와 의대진학을 다시 준비하는 학생은 현재 10여명에 이르고 있다. 또한 대학시절 3.5 미만의 학점을 보유한 학생들을 올 8월에 의대에 입학시키는 숫자가 작년에 3.9 이상의 성적으로도 의대에 떨어져서 필자를 찾아와 다시 준비하는 학생들의 숫자보다 많다.
학원에서는 몇 점을 받으면 어떤 대학에 합격한다는 예상을 해주는 신통력을 갖고 있는 지 모르겠으나, 의대진학을 돕는 필자에게는 그런 능력이 없다. 아니 성적과 상관없이 의대에 진학시키는 능력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경우든 필자가 오랜 세월 학생들을 지도해서 의대에 진학시킨 경험을 바탕으로 아무리 얘기해도 고교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얘기가 “학생이 즐겁게 잘 할 수 있는 것들에 시간을 쓰게 해라.”라는 조언인 듯 싶다. 하지만 고교생 자녀가 통합과정에 진학하고 나면 그 부모들이 하는 공통적인 얘기도 “즐겁게 잘 할 수 있는 것들에 시간을 쓴 것이 다른 한인학생들과 차별화되는 비결이었나 봅니다.”라는 감사의 인사를 매년 듣고 있으니 아직은 필자의 학생지도방식이 효과가 있다고 믿고 각 가정에서도 적용하면 참 좋겠다고 을미년 정초에 바래본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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