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대학시절의 전공은 의대진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그 영향이라는 것이 어떤 특정 전공을 하면 의대진학에 더 좋다든지 아니면 덜 좋다든지 하는 영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 영향은 학생이 자신만의 가치를 의대에 보여줄 때 심각하게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즉, 생물을 전공한 학생과 사회학을 전공한 학생이 같은 이유와 같은 준비사항으로 의대에 지원하지는 않을 것이고, 각자가 다른 매력을 보여주며 해당 의대에게 본인을 선택해야만 하는 동기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시카고에서 많은 한인 학생들과 의대진학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기쁨을 누렸는데, 그 중 주된 질문이 전공선택과 관계된 것이었다. 학생들도 부모들도 아주 많은 질문을 했으며 필자의 답변을 경청하는 분위기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은 의대진학의 성패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어떤 전공을 하느냐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믿고 있었다. 아주 틀린 생각은 아니지만 그 날 참석한 학생들을 비롯해 다른 모든 가정에 전달하고자 하는 필자의 전공에 대한 생각은 “하고 싶은 공부를 해라.”라는 단순하고 원칙적인 것이다. 하지만 이 하고 싶은 공부가 한 가지가 아닐 경우에 문제가 생긴다. 이때는 “하고 싶은 것들 중에 내가 잘 하는 공부를 하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이 조언은 의대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조금 더 잘 어울리니 혹시 의대진학이 아닌 목표를 갖고 있는 학생이라면 무시해도 좋다. 일반 대학생이라면 해보고 싶은 전공에 도전하는 것도 길게 봐서는 인생에 도움이 된다고 믿고, 필자도 잘 하는 것이 아닌 해보고 싶은 공부를 찾아 수많은 전공과 학교를 전전했던 것이 오늘 날 어떤 학생을 만나도 그 학생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밑거름이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으므로 젊은 날의 고민과 방황이 전혀 후회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 이는 비단 필자의 경우만이 아닐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으며 많은 부모들도 동감하리라 믿는다. 아직 의대진학이라는 목표를 확정하지 않은 학생이라면 지적 호기심을 즐기라고 권하고 싶다. 하지만 의대진학이라는 목표를 이미 세운 학생이라면 안타깝게도 이러한 호사를 누릴만한 시간적 여유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며, 이미 다른 학생들보다는 인생계획에서 한 단계 발전한 상태이니 최종목표에 도움이 되게끔 하고 싶으며 잘 하는 공부를 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본다.
한 가지 주의할 사항은 관심도 없는 분야를 성적관리가 쉽다는 이유로 전공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어려운 공부도 본인이 관심이 있는 분야라면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만족감에 밤을 새고 공부해도 즐겁기만 할 것이나, 반대로 남들이 아무리 쉽다고 하는 분야도 본인이 관심이 없는 것이고 억지로 해야만 한다면 그 성과는 미미할 것이다. 이는 대학시절의 전공선택 시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연구분야나 봉사활동분야를 결정할 때도 역시 적용된다. 아니 아주 쉬운 예로 많은 악기 중에 본인이 하고 싶은 악기를 선택하는 학생이 오랫동안 즐겁게 그 악기를 연주하며 남들보다 잘 한다는 소리를 듣게 되지, 부모의 욕심이나 전형적인 성별에 따른 악기 선택은 학생이 그 악기에 대한 애정을 갖고 오랫동안 그것을 즐기게 해주기 어려운 일이다. 운동선택도 마찬가지고 배우자 선택도 마찬가지 듯 전공선택도 하고 싶은 분야, 그리고 기왕이면 잘 할 수 있는 분야라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특히 요즘은 어머님들만이 아니고 아버님들도 자녀교육, 특히 자녀의 의대진학에 관해 많은 관심을 갖고 필자와 만나고 있으므로 그 옛날 한국에서의 군대생활을 비유하자면, 방위로 군대를 간 사람들 중에 해병대로 군대를 간 친구들보다 더 고생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신체 건강하고 도전정신과 자존심이 센 젊은 남자가 방위로 근무하며 현역으로 근무하는 다른 군인들에게 정신적으로 견디기 힘든 일을 반복적으로 당한다면 해병대에서 육체적으로는 극한을 넘나드는 훈련을 하더라도 정신적으로 무한한 자부심과 성취감을 느끼는 다른 젊은이들보다 훨씬 힘든 군대생활을 하는 것이 될 수 있다. 물론 아무리 심한 무시를 당해도 3년을 군대에서 보내는 것보다는 하루라도 짧은 시간 내에 군복무를 마치는 것이 더 중요한 젊은이라면 방위로 근무하는 것이 무엇보다 행복한 경험이 되듯 각자에게 맞는 선택이 최고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본인이 해당 전공을 선택한 이유를 의대에 분명히 보여주며 인생의 목표, 즉 다양한 분야의 의료계에서 어떤 모습의 의료 전문인이 되고자 한다는 확실한 소신을 보여준다면 어떤 전공이든 상관없이 매력적인 지원자로 보일 것이다. 또한 프리메드 학생들에게 어떤 제약도 없이 전공을 선택하게 하는 의대입시요강이 추구하는 목적도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의료지식을 습득해서 풍부하고 다각화된 의료혜택을 환자들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니 좋아하고 잘 하는 것을 전공하는 것이 의대진학의 정석이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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