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의대에 지원하고자 하는 자녀를 둔 많은 가정에서는 전쟁이 일어난다. 그 첫 번째 이유가 부모는 원서를 하루라도 빨리 제출하라고 말하고, 실제로 원서를 준비하는 자녀는 마감이 아직 멀었으니 본인이 알아서 하겠다고 답하며 일어나는 현상이다. 2015년 8월에 의대 신입생이 될 학생들을 선발하는 또 새로운 사이클이 시작되고 있다. 2014년 6월 3일은 바로 내년에 의대에 입학할 학생들을 선발하는 의대원서 접수가 시작되는 날이고 그렇다 보니 각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간의 이견이 발생하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그렇게 많은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게 되는 근거는 필자가 수없이 이 점을 강조해 왔던 것과 더불어 어떤 의대진학에 도움이 되는 자료를 봐도 서둘러 원서를 접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직접 원서작성을 하고 있는 학생의 입장에서는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므로 스스로도 짜증이 나서 부모에게 본인이 알아서 하고 있으니 잔소리는 그만 하라는 것이다.
모든 입시제도 중에 가장 긴 기간에 걸쳐 학생을 선발하는 의대입시는 피를 말린다는 표현이 그리 과장되어 보이지 않는다. 6월 초에 원서접수를 개시하여 평균 약 5개월 동안 원서를 접수한다. 그리고 대부분은 선착순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Rolling Admission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즉 6월에 원서를 제출한 학생은 10월에 합격통지를 받을 수도 있고, 10월에 원서를 제출한 학생은 다음 해 3월에 합격통지를 받을 수도 있다. 원서마감이 되지도 않았으나 합격생을 발표하는 제도이다 보니 조금은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하버드 의대, 예일 의대, 컬럼비아 의대 등의 극 소수의 의대들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의대들이 이런 방식으로 합격생 발표를 하고 있다. 이 중에는 최고의 의대들 중 하나로 꼽히는 잔스 합킨스 의대나 스탠포드 의대도 포함되어 있으니 의대입시는 기본적으로 일찌감치 원서를 제출하면 일찌감치 합격통지를 받을 수 있는 제도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부모라면 당연히 자녀가 어떻게든 서둘러서 원서를 접수시키게끔 유도하고자 하는 것이며, 이것은 너무나도 당연하고 긍정적인 일이다. 또한 학생들 입장에서는 워낙 바쁜 프리메드 생활을 하고 있다 보니 다른 일정들에 밀려서 원서작성이 차일피일 미루어 지기가 쉽다는 것이 이해되기도 한다.
원서를 일찍 접수시키는 것이 유리하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변함없이 “맞다.”이다. 하지만 무작정 접수만 일찍 시키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사실도 함께 전하고 싶다. 준비가 제대로 된 학생이라면 일찍 접수하는 것이 합격가능성을 높이는 비결 중의 하나가 맞지만, 준비가 제대로 안 된 학생이 무조건 접수날짜만 생각해서 서둘러서 원서를 접수시키는 것은 옳지 않는 결정이다. 예를 들어 4월에 본 MCAT 점수를 5월에 받아보니 절망적인 수준이라 다시 MCAT을 봐야 하겠다는 자녀에게 일단 원서부터 접수시키고 보자는 말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봉사경력이 부족한 자녀에게도 마찬가지로 서둘러 원서접수를 시키지는 말라고 권한다. 준비가 미리미리 잘 되었다면 일찌감치 원서를 접수시켜서 그 덕을 보는 것이 최선책이다. 하지만 모든 학생들이 최상의 조건을 선택할 수 있지는 않다. 혹자는 MCAT 성적, 또 다른 학생은 봉사경력, 그리고 또 다른 학생은 추천서가 확보되지 않아서 부모에게 말도 못 하고 혼자 고민하고 있을 수 있다. 이런 학생이라면 6월 초에 무조건 원서를 접수시키는 것보다는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서 원서접수를 하는 차선책을 쓰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 나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올 여름에 하버드 의대에 진학하는 필자가 지도한 학생들의 경우에는 모두가 작년 원서접수 개시일에 원서를 접수한 학생들이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하버드 의대는 선착순으로 합격생을 발표하지 않는 학교이지만 역시 이들 학교들에 합격하는 학생들의 경우에도 별로 예외는 없다. 학생의 평소 일처리 성향 및 Time Management Skill을 볼 수 있는 좋은 단면이 되기 때문에 어떤 의대에게라도 더 매력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조속한 원서접수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특별한 사정에 의해 원서접수가 늦은 학생이라고 해서 의대에 절대로 합격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서 작년 10월에 원서를 접수하게 시킨 학생들 중에도 장학금까지 받으며 올 여름에 의대에 진학하는 학생도 분명히 존재한다. 자신의 단점을 정확히 파악한 학생이라면 그에 대한 대비책 역시 분명히 세워서 올 여름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후에 원서를 접수해도 늦지는 않는다. 단, 확률적 불리함을 이겨낼 만큼 확실한 분석 및 계획, 그리고 실행이 없다면 꿈 같은 얘기가 될 수도 있음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되겠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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