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4월은 상급학교로 진학하는 자녀를 둔 각 가정에 많은 고민을 가져다 주는 달이다.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의대에 진학하는 학생들도 거의 대부분 4월 중에 합격한 학교들을 다시 방문하며 본인이 진학할 학교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특히 의대는 5월 15일까지 합격한 의대들 중에 본인이 진학할 한 의대를 결정해서 알려줘야 하므로 4월에는 대부분의 의대들이 학생들을 초대한다. 이것이 Second Look이라고 알려진 학교 재방문의 기회인 것이다. 물론 대학에 진학하는 12학년생들도 4월에 Open House에 참가하며 본인이 진학할 학교를 결정하는 시기이며 어떤 학생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또 다른 학생들은 조금은 무거운 마음으로 학교를 탐방하며 인생의 다음 장을 준비하게 된다. 의대에 진학할 학생들이라면 조금은 더 본인의 확고한 의견을 갖고 있을 확률이 높지만 고민스러운 것은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 못지 않다. 학생 본인도 그러하니 옆에서 지켜보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더욱 고민스러운 계절이 바로 4월인 이유이다.

오늘은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얘기들, 즉 학교의 명성, 대학원 진학률 혹은 레지던시 매칭률 및 학비 등의 일반적인 요소들에 관한 고찰 외에 조금 색다른 얘기를 해보자. 아마 자녀가 어릴수록 오늘 필자가 하고자 하는 요소는 등한시될 확률이 높지만 자녀가 대학이나 의대를 졸업한 부모라면 조금 더 공감할 수 있는 요소이므로 점검하는 차원에서 언급한다. 그 점은 바로 각 가정이 갖고 있는 가족관에 기인하는 학교의 지리적 위치이다. 어떤 가정에서는 자녀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부부가 떨어져 살면서 까지 학교를 선정한다. 즉, 교육이 가정을 해체하는 현상이 요즘 우리 주변에 흔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절대로 이런 가정이 잘못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미래를 중요시하고 교육의 힘을 믿는 교육관이 우리 한민족을 오늘날 세계의 중심에 가깝게 자리하게 해 준 고맙고도 중요한 원동력이라는 점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부모도 원하고 자녀도 원하는 것이라면 계속해서 권장해도 좋을 우리 민족의 장점이다. 하지만 부모만 원하는 경우나 자녀만 원하는 경우라면 조금 다른 의견을 가져보면 어떨까? 물론 자녀만 원하는 경우라면 말리기 힘들 것이다. 자식 이기는 부모가 많지 않은 것은 비밀이 아니므로 부모가 몇 번 권해도 자녀가 의견을 굽히지 않으면 그대로 결론이 된다. 독립심이 강해야 하므로 일부러 등을 떠밀어 멀리 보내는 부모는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는 것도 물론 아니다.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며 부모에게 의존하려는 자녀보다는 독립심이 있는 것이 좋게 평가된다. 그저 각 가정이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는 지를 스스로 한 번 돌이켜 보자는 것이다. 적어도 의대를 진학하는 학생들의 경우라면 그 확률은 더욱 높고, 대학을 진학하는 학생들도 그 확률이 제법 높은 것이 진학하는 학교 주변에서 나머지 인생을 살아가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물론 해당분야 최고의 학교가 보스턴에 있으므로 보스턴으로 진학하는 경우를 축하해야 하겠다. 하지만 미국 내 모든 가정에서 그렇게 결정을 내리지는 않는다는 것도 독자 여러분께 알려드리고 싶은 사항이다. 지금은 몰라도 앞으로 약 10년 후면 우리 한인사회에도 이런 분위기가 조금씩 일반화되리라고 믿기에 미리 알려드리고 싶다.

산업혁명이 인류에 공헌한 바는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크고 중요하지만 그로 인한 가족해체 현상은 두고두고 반인류적인 역사로 평가되기도 한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많은 요소 중에는 가족이 함께 하는 기쁨이 포함된다. 부모가 세상을 떠날 때도 가장 안타까운 것이 자녀들과의 이별일 것이다. 또한 장성한 자녀의 입장에서도 부모와의 이별은 표현하기 힘든 아픔이다. 삶의 기본이 이러한데 굳이 지리적으로 멀리 있는 학교로 진학을 해야만 자녀가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은 조금은 근거가 없어 보인다. 한국처럼 멀어도 하루 생활권내에 들어있는 나라에 사는 것도 아닌 입장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미국이란 나라에 자녀교육을 위해 온 가정이든, 아니면 이곳에서 살다 보니 자녀를 이곳에서 낳은 가정이든 부모에게 소중한 존재가 자녀고 아직은 못 느낄지 몰라도 자녀에게도 결국 가장 고마운 존재는 부모인데 굳이 멀리 떨어져 살 필요가 있냐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조금 밉상스러운 표현으로, 굳이 가족과 멀리 떨어져 살며 랭킹 몇 단계 높은 학교에 가는 것이 무슨 그리 큰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60/70년대에 벌써 초등학교부터 고교까지 좋은 학군을 섭렵했고, 부모를 두고 미국유학도 서슴지 않던 필자가 이런 글을 쓰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렸다. 가족과 함께 하는 소중함을 알기에 그 별거 아닌 랭킹 몇 단계 차이를 우습게 버려버리는 멋진 학생들을 지도하며 한 수 배웠기에 여러 가정들과 나누고자 한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컨설턴트
201-983-2851
kynam@GradPrepAcade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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