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라는 직업의 본질을 생각하면 쉽게 그 답을 추론할 수 있는 질문이지만 많은 한인 학생들과 부모들, 그리고 어설픈 전문가들이 어렵게 생각하는 문제이다. 의사라는 직업은 학자라는 직업과 다른 역할을 담당하며, 또한 전문 리서처와도 다른 실용과학자다. 물론 뛰어난 학습능력을 보유하여 의사면허시험도 통과해야 하고 평생 새로운 의료정보를 습득함에 부족함이 없어야 할 것이며, 임상에서 특이한 사항을 파악하면 그것을 인류를 위한 자료로 남기는 연구에도 참여할 수 있는 기본적인 자질을 갖추어야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환자진료라는 최우선 과제를 매일 수행해 나가는 본질적 임무에 부수적으로 따르는 요건들일 뿐이다.

의대에 진학한 대부분의 한인 학생들은 참 열심히 공부했고, 연구했고, 봉사했던 학생들이다. 하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만 했던 학생들은 의대에 진학하기가 참 어렵게 느껴질 것이고 그 부모들은 너무도 억울해 한다. 명문대학에서 학점관리를 만점에 가깝게 하고 MCAT 성적이 40점이 넘어도 의대에 떨어지면 경악을 금치 못 하게 된다. 하지만 재학생 시절에는 본인의 성적과 연구실적에 자부심을 갖고 혼자 의대진학을 준비하던 학생이 의대에 낙방을 하고서 필자의 도움을 청할 때 발견하는 공통점이 있다. 환자를 돌 본 경험이 충분하지 못 하거나 기본적으로 대인관계가 원활하지 못 하고, 공부만 잘 하는 학생들이라는 것이다. 최고의 의대진학 준비는 어려서부터 가정에서 시작되는 인성교육이라고 강조해 왔고, 의대에 진학하기 위한 최고의 무기는 환자중심의 사고방식, 즉 Patient Oriented Heart라고 지겨울 정도로 이 지면을 통해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지만 아직도 기본적인 인간관계 자체가 서툴거나 의료적 약자들을 직접 돕는 경험보다는 성적과 자연과학연구에 훨씬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성적관리와 자연과학연구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절대로 아니지만 주와 부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성적관리 잘했고 자연과학연구에 열심을 보였던 학생은 의대 지원자 중에 엄청나게 많다. 아니 안 그런 학생이 거의 없을 정도이다. 이런 학생들 간의 경쟁이라는 것인데 그 기본만 잘 되어있다고 안심한다면 그 결과가 좋을 리가 없는 것이 자명하다. 반면에 환자중심의 사고방식이 돋보이는 학생이라면 기본적으로 공부를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록 만점은 아닐지라도 학생으로서의 본분은 충실히 챙기지 않으면서 무슨 남을 챙기겠는가? 자기관리는 못 하며 남만 챙기겠다는 학생은 망상가라고 분류되어야지 절대로 의사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학생이다.

최근의 의대 인터뷰 추세를 보자면 가장 인간적인 고뇌에 대해 질문하고 그 답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합격자를 선발하고 있다. 학생이 연구를 열심히 했다면 그 연구에 대한 대화를 10분간 지속할 수도 있겠지만 과연 그 연구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의 궁극적 본질을 본다. 환자중심의 사고방식에서 더 나아가 인류애는 간 곳 없고 과학적 성취만이 보이는 지원자라면 굳이 의대에서 선발하지 않고 일반 대학원에 가는 것이 좋다고 보는 것이 의대의 입장이며 실질적으로는 그 학생에게도 도움이 되는 결정이다. 인간적인 성숙도를 측정하는 것이 요즘의 의대 인터뷰라고 강조하고 싶다. 굳이 MMI(Multiple Mini Interview) 방식으로 갈아탄 의대들뿐 아니라 전통적인 인터뷰 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의대들도 재작년부터의 질문내용은 현재 의대 졸업반 학생들 조차도 경험하지 못 한 방식으로 바뀌어져 있다. 이렇듯 매년 의대입시전형의 기준과 방식이 조금씩 달라지는 이유는 과학이 발달할수록 생명윤리도 함께 강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전체의 의료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느는 이유 중에는 첨단의료장비를 병원들이 구입하는데 쓰이는 비용이 엄청나기 때문이며, 이전에는 상상도 못 하던 장기이식수술 등은 고가의 의료행위이다. 첨단의료장비를 이용한 검사가 과연 환자에게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병원의 이익을 위해서 이루어지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론에서 여러 번 다루었던 생명윤리의 초보적인 화두이다. 여러분의 자녀가 의사로서 담당하게 될 환자 중에 장기이식을 기다리고 있던 환자에게 새로운 장기를 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순간에 여러분은 함께 기뻐하며 박수를 쳐주실 부모인지, 아니면 숙연하게 그 해당 장기가 적체될 누군가의 죽음을 애도하며 감사한 마음을 강조할 부모인지를 자문해 보자. 부모인 여러분이 환호하는 마음이었다면 아마도 여러분의 자녀는 의대 인터뷰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것들이 강의실과 실험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의대에서도 잘 알고 있으므로 좋은 성적과 연구실적이 있어도 의대에 진학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의료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인간을 많이 접해보지 않고 의대에 원서를 넣는다는 것은 인류 전체에 대한 모욕이라고 보인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컨설턴트
201-983-2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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