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학을 최우선으로 간주하며 그 외의 대체의학을 모두 부정하는 프리메드 과정을 밟고 있는 아들을 둔 어머님이 문의하신 내용이다. 그 이전의 대화도 소개해야 하겠다. 지난 여름 뉴욕에서의 세미나에서 프리메드 학생들의 건강을 챙기는 것이 부모가 해야 할 중요한 일들 중에 으뜸가는 일이라고 강조한 필자의 말을 듣고 아들을 한의원에 데려가 보약을 지어주려고 했더니 본인은 서양의학을 공부해서 의술을 펼칠 의사가 될 사람인데 어떻게 한방의학의 혜택을 보게 강요하냐며 부모와 자녀 간에 갑론을박이 벌어졌다고 한다. 아들의 말이 맞는 건지 아니면 어떻게서든지 건강을 챙기게 한약을 먹여야 하는 건지 사소해 보이지만 꼭 사소하지 만은 않은 질문인 것이다.
많은 의사들이, 즉 Allopathic Medical Doctor 들이 한방에 의존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필자가 어떤 것이 과학적으로 맞고 틀리다고 말하고자 이 주제를 언급하고 있지는 않으므로 그것은 각자의 전문지식에 근거한 신념대로 행동하면 된다고 본다. 하지만 아직 전문적인 의료지식을 갖추지 못한 대학생이 무조건 “다른 것”은 거부하는 마음가짐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물론 그 학생을 비난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며, 그러면 안 된다고 결론을 내리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학생이라는 직업의 본분은 스폰지와 같이 혹은 백지와 같이 새로운 지식과 경험들을 습득하여 전문인으로서의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특히 의사가 되어 다른 이들의 건강 및 생사를 좌지우지 하는 중요한 임무를 담당할 전문인이 되고자 하는 학생이라면 “다른 것”에 대한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언어, 인종, 경제력, 가치관 및 인생경험이 진료하는 자와 다른 진료받는 자들의 입장에서 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분석하여 그에 맞는 치료법을 연구하는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 의대에서는 학생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다양성을 중시하고 있다. 아울러 지원자들의 과학지식을 기초로 합격자를 선발하는 시대는 벌써 오래 전에 지나갔고, 이제는 지원자들의 윤리의식, 사회성 및 대화능력 등 본인이 갖고 있는 의학지식을 얼마나 잘 환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런지에 대한 충분한 고찰을 통해 합격자를 선발하고자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는 시대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 예로 MCAT에 사회학과 심리학이 추가되어 2015년 부터는 실제로 그 과목들을 시험보게 할 예정이며, 인터뷰를 통해 그 학생의 실질적 대화능력과 인성을 확인하는 과정이 없이는 절대로 의대에 입학할 수 없는 시스템도 모자라 인터뷰 방식을 아예 윤리의식 및 순간 판단력을 중점으로 평가하는 MMI(Multiple Mini Interview)로 바꾸는 의대들의 숫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Stanford 나 Duke와 같은 명문 의대들도 이에 동참하여 인터뷰를 MMI로 보고 있다. 아직 MMI로 전환하지 않은 많은 의대들은 전형적인 인터뷰 질문내용들에 윤리의식을 확인할 수 있는 질문을 포함하고 있는 것도 이런 시대적인 요구에 부응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점에 근거하는 “다른 것”에 대한 무조건적인 거부는 프리메드 학생이라면 지양해야 할 것이라는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을 말한다. 과학적 근거가 아닌 열린 마음을 갖지 못 한 의사가 양성되는 것이 싫어서 갖는 의견이기도 하거니와 좀 더 정확한 표현은 이런 마음가짐으로 “내 것”과 “다른 것”을 양분하는 극단적 사고방식의 소유자가 의대 인터뷰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은 힘든 일이 되겠기에 우려가 된다는 것이다.
또한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무조건 한약을 먹이려고만 하기 보다는 다른 방법으로라도 건강을 챙겨주는 방법을 모색하기를 권한다. 꼭 보약을 먹여야만 건강해 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학교에서의 식단에 대한 대화를 통해 좀 더 건강에 도움이 될 만한 식단을 권해 준다거나, 집에 와 있는 동안이라도 영양가 많은 음식을 챙겨주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행해야 하겠다. 본인이 목표한 의대에 성공적으로 진학한 프리메드 학생들의 대학시절 일상을 들여다 보면 참 슈퍼맨처럼 지내지 않으면 안될 일상들이다. 건강한 체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절대로 해내기 힘든 일상을 젊다는 이유만으로 당연시 해서는 않되겠다. 의대에 진학해서도 4년이라는 시간을 다시 바쁘게 지내야 하며, 그 이후의 레지던시 과정도 역시 만만치 않은 시간이 되겠기에 의대진학을 바라는 학생을 위한 부모의 역할 중에는 자녀의 건강을 챙기는 것이 으뜸이라고 하는 것이다. 보약을 먹이고 안 먹이고 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의 자녀사랑을 자녀가 느끼게 하여 좀 더 열심히 노력하는 동기부여로 받아들여 지는 것이 건강을 챙겨주는 것에 덤으로 따라오는 선물이 될 것이다.
남 경윤 / 의대진학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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