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정상적인 진료행위를 할 수 있는 신체적 및 정신적 상태인지 여부에 따라 의대는 장애를 가진 지원자를 거부할 수 있다. 장애인을 차별하면 안된다는 취지의 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ADA)라는 법도 있고 의대 지원서에 장애를 밝혀야 하는 의무도 없지만 해당 지원자가 추후에 정상적인 진료활동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하거나 혹은 수업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면 의대는 그 지원자를 뽑지 않는 것이 통례로 보면 되겠다.
안타깝지만 불 수 없거나 들을 수 없거나 혹은 걸을 수 없는 것과 같이 외형적으로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장애를 가진 학생의 경우에 의대에 진학하기가 쉽지는 않다. 지원서에 장애를 표시하지 않았더라도 인터뷰 과정에서 이 점을 검토하게 되므로 학교측이 모르고서 학생을 선발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의대를 비난만 할 문제는 분명히 아니다. 어려서 부터 학습능력이 뛰어났고 건강한 학생들에게도 의대과정은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힘든 도전이며, 의대를 졸업하기 전에 거쳐야 하는 의사면허시험(USMLE) 2차 시험에는 실기시험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과연 일상생활에 제약이 있는 학생이 실기시험을 통과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힘들 것이라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 올림픽에서 열심히 경쟁하는 선수들의 체력이 보통의 비장애인들보다 훨씬 뛰어난 경우는 많이 있다. 문제는 한치의 오차도 허용하면 안 되는 의료전문가로서 평가받기 때문에 더욱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전혀 불가능하다는 것은 아니고 해당 의대가 결정권을 갖고 있으나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므로 비장애인 학생들과 비교한다면 더욱 힘든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외부에 쉽게 드러나지 않는 장애를 가진 학생들의 경우는 어떨까? 예를 들자면 학습장애나 색맹을 가진 학생 혹은 법률적 근거로는 장애로 분류되는 당뇨나 척추통증의 경우는 의대에 입학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경우에는 해당 학생의 증세가 얼마나 심한가에 따라 다른 결론이 나겠지만, 앞에서 언급한 대로 지원자에게 이러한 장애가 있냐고 묻는 것은 위법이므로 의대 지원서에는 이러한 질문이 없다는 사실을 활용할 수 있겠다. 물론 의대에 다니며 이러한 사실이 문제가 될 수는 있겠지만 눈에 띄지 않는 장애때문에 의대진학의 꿈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냉정하게 스스로 판단하고서 결정할 문제다. 학습장애가 있어도 대학시절까지는 잘 견딘 경우라도 과연 의대에서도 잘 견딜 수 있을런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 다른 누구도 아닌 학생 스스로를 위해서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과거에 이러한 진단을 받은 것이 의료기록에 남아있다면 입학을 한 후에라도 학교측과 신중하게 함께 고민을 해봐야 하겠다. American Journal of Physical Medicine and Rehabilitation에 1996년에 게재된 자료에 따르자면 의대 졸업생들중 0.2%가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다. 또한 2002년도에 응급의학 레지던츠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자면 1.3%가 장애를 보고했다. 이들 중 61%는 레지던시 과정에 들어오기 이전부터 인지하던 장애로 보고되며, 이들 장애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장애가 바로 29%에 해당하는 학습장애다. 6.5%의 레지던츠들이 각각 시각 및 청각장애를 인지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의대를 무사히 마치고 의사면허고시도 합격하여 레지던시 과정에서 열심히 본인의 꿈을 향해 정진하고 있는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애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의대진학의 꿈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는 결론이지만, 현실적으로 얼마나 힘들지도 인정하고 계획을 세우기를 권한다. 일단 의대에 안 알리고 입학을 하겠다는 결정을 한 경우라면 일찌감치 세심한 계획을 세워야 하겠다. 예를 들어 MCAT에 응시하면 부분적 시각장애 때문에 특별한 배려를 요구하여 시험을 봤다면 의대에서는 그 점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말을 안 하는 것은 오히려 스스로 불리한 조건을 만들게 된다는 것이다. 알리고 더 열심히 하겠다고 하는 것이 유리한지, 혹은 안 알리고 입학하여 더 힘든 조건에서도 이겨내는 것이 현명한지는 본인만이 내릴 수 있는 결정이라고 본다.
남 경윤 / 의대진학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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