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학에 진학했다고 들떠있던 모습이 엇그제의 모습인데, 벌써 대학을 졸업하고 몇 년째 특별한 직업도 없이 봉사와 연구에 몰두하며 의대진학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자녀를 두신 부모님들의 고통은 언제 들어도 필자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특히나 그저 안정된 직업으로서 의대진학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봉사하는 삶을 살고자 하다보니 의대진학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학생들의 경우라면 더욱 안타깝다. “왜 옆집 아이들은 쉽게 의대에 갔는데, 우리 아이만 이렇게 몇 년째 고생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우리 아이 성적이 옆집 아이보다도 더 좋은 것 같은데…”라는 아버님의 고민은 해결되어져야 하겠다. 다행히도 미국 의대들은 재도전하는 학생들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하바드 의대처럼 2번까지만 응시할 수 있는 의대도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에는 재수, 삼수 혹은 그 이상의 도전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일단은 감사할 일이다.
대학을 졸업한 자녀라면 머리가 다 굵어져서 부모님의 입장에서 특히나 뭐라고 충고를 할 지도 쉽지 않다. 특히나 의대에 지원을 했던 적이 있는 학생이라면 모르는 것이 없이 다 아는 듯이 말하므로 부모님들은 더욱 할 말이 없어진다. 어떤 점을 몰라서 혹은 어떤 점이 부족해서 낙방을 한 경우라면 얘기는 차라리 쉬워진다. 그 부분만 보강하면 다음 해에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을테니 말이다. 문제는 학생들이 스스로 그런 점들을 잘 파악하지 못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MCAT 점수가 낮아서, 혹은 봉사기록이 적어서 그렇다고 미루어 짐작을 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렇지가 않더라는 것이 필자가 학생들과의 면담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결론이다. 대다수의 경우에 학생본인의 성격적 특성 및 취향과 본인이 가고자 하는 최종적인 열정 및 목표와의 불일치에서 오는 의대 지원서상의 어색함에 기인한다. 경력은 다양하나 무엇을 원하는 지 구별하기 힘든 경우도 있을 수 있겠고, 반대로 열망은 강렬하나 준비는 미약한 경우도 있을 수 있겠다. 특히나 남들이 한다는 것들을 모두 섭렵하여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서는 나름대로 준비가 잘 되었다고 믿고 있으나 실제로는 본인이 뭘 원하는 지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거나 본인의 목표와는 거리가 있는 경험들 위주로 시간을 투자하고는 경쟁이 힘든 의대 위주로 원서를 낸 학생이라면 재수나 삼수를 하더라도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스스로의 성향, 능력 및 목표를 정확히 파악하게 하도록 부모님들이 도와주시기 바란다.
여기서 부모님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지금 필자가 하고자 하는 말은 자녀가 명문대학에 다녔다는 그 자부심을 버리셔야 한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가 어려서 부터 얼마나 똑똑했고, 어떤 대학을 나왔는데 이렇게 의대가기가 힘들까 하고 생각하신다면 자녀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일단 옆집 아이가 아무리 내 아이보다 부족해 보이더라도 의대에 합격했다면 적어도 전략적으로는 성공을 한 경우이니 내 아이를 위해서도 전략을 잘 짜야 하겠다.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대학을 다녔더라도 의대에 떨어질 수는 있다. 명문대학에 다닐수록 해당 학교에 재학하는 학생들과의 경쟁이 되므로 상대적으로 의대진학이 더 힘든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의대에 진학한 학생들의 대부분은 어차피 어려서 부터 공부 잘 하고 좋은 대학에 다녔던 학생들이다. 또한 본인의 성향과 목표를 잘 파악하고 이에 맞춰 준비하고 적합한 의대에 지원을 해서 합격한 경우들이니, 내 자녀도 이렇게 하도록 용기를 주면 되겠다. 학점, MCAT, 실험실적, 봉사경험, 원서제출시기, 추천서 작성자 및 예상되는 내용, 본인이 쓴 글들 등등을 다시 한 번 면밀히 분석하자. 부모님들이 제 3자의 시각으로 들여다 보시며 학생의 객관적인 모습이 추론되는지에 촛점을 맞춰보기 바란다. 부모의 눈에도 그 학생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의대 입학사정관의 눈에 선명하게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울러 여러번 응시를 하다보면 나이도 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이십대 초반의 시각과 중반의 시각이 많이 다를 수 있다는 점도 파악하자. 입대전 남학생과 제대한 남학생의 가치관이 달라지는 만큼의 차이가 학생이 재도전하는 원서에서 느껴져야만 하겠다.
남 경윤 / 의대진학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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