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의대진학에 관해 관심을 갖고 계신 부모님들로 부터 듣는 안타까운 질문중에 대표적인 질문이 바로 “우리 아이는 성적이 뛰어나고 열심히 봉사도 했는데 의대진학에 실패했어요. 왜 그럴까요?”라는 것이다. 물론 어떤 성적이 뛰어난 성적이고 얼마나 열심히 봉사에 참여하는 것이 의대가 원하는 수준의 봉사인지에 대해 부모님들께 설명을 드리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에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조건이 존재한다. 바로 미국에서 오랫동안 살아오신 비전문직에 종사하는 엄한 아버님을 둔 한인 남학생의 경우라는 것이다. 한인 2세 남학생은 의대에 못 간다라고 극단적인 결론을 섣불리 내리지 마시고 필자 나름대로 분석한 이유를 함께 들어주시기를 미리 부탁드린다.
자녀들의 가치관은 자라온 가정의 분위기에 상당부분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특히 이민가정에서 자란 우리 한인 학생들의 경우에는 아버님이 언제 한국을 떠나셨는지가 큰 변수로 작용하는 듯 하다. 필자도 80년대 중반에 한국을 떠났고, 미국에서 자녀가 태어난 경우에 속하므로 남의 얘기하듯 쉽게 얘기할 수 없는 민감한 사항이다. 필자에게도 80년대 중반의 한국적 정서가 아직도 남아있는 것을 느끼듯, 많은 이민가정의 아버님들은 본인의 한국적 가치관을 어느 정도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고, 이것의 영향에 민감한 것이 아들에게 전달되는 “남자”로서의 가치관이다. “남자가 말이 많다.”라고 일침을 가하는 아버지의 한마디가 아들의 인생에 끼치는 영향은 수치로 표현할 수는 없겠으나 지대하다고 느껴진다. 여기서 정체성의 문제를 언급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한인 남학생들의 표현력에 대한 아쉬움을 부모님들께 전하고자 하는 것이다. 필자의 의대진학 컨설팅 프로그램에 가입한 학생들에게 인터뷰 준비를 시키는 과정에서 빠지지 않는 지적사항이 바로 “그럴 땐 웃으면서 얘기하면 더 좋지 않겠니?”라는 것이다. 특히 남학생들을 지도하는 경우에는 이 훈련만 반복적으로 시키는 경우도 존재한다. 모든 남학생이 그렇다는 얘기는 절대로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오랜 이민생활을 한 가정의 남학생일수록 그 확률은 높아진다. 오히려 미국에서 오래 살지 않은 남학생들은 부드러운 미소를 띄며 얘기하는 경우가 더 많더라는 것이다. 단, 영어에 대한 부담감을 벗어난 경우에만 해당된다.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글쓰기는 어느 정도 하더라도 말하기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에는 굳은 표정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이니 해당이 되지 않겠다. 결론적으로 부모님들께 당부하고 싶은 얘기는 많이 웃게 하자는 것이다. 웃는 모습이 자연스러웠으면 좋겠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자연스러운 웃음이 동반될 때 그 의미가 더 잘 전달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결연한 마음가짐으로 인터뷰에 응해야 하겠지만 경직된 얼굴표정은 그리 좋은 인상을 남기지 않을 것이다.
의대진학과 자연스럽게 웃는 모습의 연관성에 대해 의구심을 품으실 부모님도 계실 줄 믿는다. 하지만 필자의 의대진학 세미나에 참석하셨거나 칼럼을 꾸준히 읽어주신 부모님이시라면 의대진학을 위한 학생의 구비조건 중에 Inter-personal Communication Skill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에 대해 잘 알고 계시리라 믿는다. 환자와 대면하여 진료하는 것이 의사라는 직업의 일차적 사명이다. 특히나 심리적으로 안정되어 있지 않은 것이 환자들의 일반적인 경우일진데 의사가 환자와 편하게 소통하지 못한다면 치료의 효과도 극대화되기 어려울 것이다. 이 이론은 필자가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의대에서 요구하는 Leadership의 정체가 바로 Inter-personal Communication Skill이라고 공공연히 알려져 있는 사항이다. 점잖은 모습과 경직된 모습을 어떻게 구분할지는 인터뷰 담당관의 몫이지만 일반적으로 친절함을 느낄 수 있는 모습은 언어와 인종을 넘어서도 구분이 된다. “상냥함”이라는 단어는 전통적으로 한국 남자에게는 잘 어울리지 않았다. 요즘의 한국은 그렇지 않겠지만 적어도 자녀가 대학에 다니는 아버님들이 한국에 사시던 시절에는 그랬을 것이다. 이곳에서 태어난 우리의 아들들이 중요한 순간이 되면 아버님의 모습이 되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단어 하나를 선택해도 너무 자기자신을 드러내는 표현은 피한다. 비단 인터뷰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이다. 가벼운 모습보다는 진중한 모습이 분명히 더 매력적일 수 있겠지만, 자신을 표현할 줄 모르는 모습으로 보인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문제이다.
우리 자녀들에게 환하게 웃는 모습을 갖게 하자. 이것이 의대진학을 바라는 한인 학생들을 위한 필자의 조언이다. 기쁠 때 웃고 슬플 때 울수 있는 감성이 본인이 봉사를 통해 느낀 감정들을 진솔하게 상대에게 전할 수 있는 글을 쓰게 하고, 이를 말로써 전달할 수 있게 도울 것이다. 공부를 열심히 하고 봉사도 열심히 하는 것은 본인의 인생의 발전을 위해서 누구나 해야 할 당연한 일일뿐이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직업이라고도 불리우는 의사가 웃음근육이 발달해 있지 않다면 옳지 않다고 의대 입학사정관은 믿는 듯 싶다. 미국의 의대교육제도가 우수해 보이는 또 한가지의 이유이다.
남 경윤 / 의대진학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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