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진학을 계획하는 대학 신입생에게 필자가 꼭 전하고 싶은 말은 “천천히 그리고 신중하게” 멀고 험한 여정을 시작하라는 조언이다. 의대진학을 중도에 포기하는 학생들의 대부분이 첫 학기부터 너무 열심히 하려다가 계획대로 되지 않는 바람에 힘이 빠진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의욕적이던 학생들이 중도에 포기하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꾀를 부리다 포기하는 학생이라면 안타까울 일이 전혀 아니고 그들 스스로가 선택한 길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의욕이 너무 앞서서 무리하다 쓰러지는 학생들을 목격하는 일은 앞으로 없었으면 좋겠다.
의욕이 너무 앞서는 가장 빈번한 경우는 수강과목이 너무 많은 경우이다. 대학마다 커리큘럼에 차이가 있으므로 일반적인 2학기제 대학의 경우를 예를 들자면 한 학기에 통상 4과목을 수강하는 것이 프리메드 학생들에게도 권장되고 있다. 과학과목의 경우 실습이 아예 포함되어 있는 학교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학교라면 일반화학을 듣는다면 일반화학 실습은 세트로 함께 듣는 과목이라고 생각하면 되고, 이런 경우에는 따로 두 과목으로 굳이 감안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매 학기 프리메드 필수과목을 통상 2과목씩 들어야 하는 대학 저학년 학생들의 입장에서 한 학기에 4과목을 듣는다고 해도 실습과목이 2개가 추가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 시간이 소비되는 양을 따지자면 6과목을 듣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다. 그런데 거기에다 더 의욕적으로 수업일정을 짜는 학생들도 있다. 예를 들어 한 학기에 프리메드 필수 과학과목 3과목을 수강하며 교양필수과목을 하나 수강한다면 이 학생은 7과목에 해당하는 만큼의 시간을 학업에 안배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의욕적인 학생들의 공통점은 공부만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이 아니라 첫 학기부터, 아니 입학 전부터 어떤 특별활동을 할까를 고민하고 실행에 옮기는 부류이다. 아직 세탁기에 동전을 몇 개를 넣어야 빨래가 제대로 되는 지도 잘 모르고, 학교내의 여러 도서관 중에 어느 곳이 무슨 요일에 자리잡기가 편하지도 파악이 안 된 학생이 고교시절 본인의 학습능력만 믿고 무리서 수업계획을 짠 것도 모자라 서너 군데의 클럽에도 가입하여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내다 보면 어느 새 한 학기가 지나가 버리기 십상이다. 다행히 모든 일이 계획대로 진행되어 성적도 잘 나오고 클럽에서도 인정받는 존재가 되어 있다면 좋겠지만 이는 동화 속 주인공 스토리다. 물론 성격 좋고 공부 잘 하며 인물 좋고 운동도 잘 하면서 부모님과도 계속 대화가 잘 통하는 아들/딸들이 존재하듯 대학 첫 학기부터 모든 것이 완벽하게 진행되는 학생도 있을 수 있다. 아이비 리그 대학에서도 전교 일등은 존재하기 마련이니 누군가는 그렇게 할 수 있지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므로 차라리 조심스럽게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의미이다. 만일 명문 의대진학이 목표라면 그 조심스러움은 더 깊어야 한다. 한 과목 한 과목이 당락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더 강조한다. 중도에 의대를 포기하는 학생들이 결코 의욕이 없는 학생들이 아니라 의욕이 너무 앞섰던 학생들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자녀들이 너무 의욕적으로 대학생활을 시작하려는 모습이 보인다면 부모가 자중을 시켜야 한다. 의대진학뿐 아니라 세상 어떤 일도 제대로 된 계획 없이 의욕만 앞서서 제대로 되는 경우가 드물며, 오히려 한 번 우연히 일이 쉽게 이루어 진다면 그 이후에 더 큰 실수를 할 수도 있으므로 첫 학기를 신중하게 임하는 것이 대학생활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는 비법이며 의대진학에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을 높이는 비법이다. 실습 포함한 과학과목 2개에 신입생 필수과목 그리고 선택과목 하나 정도라면 본인이 해당 학교에서 얼마만큼의 시간을 투자해야 어떤 성적을 받을 수 있을 지를 제대로 가늠하기에 좋은 시간표이니 첫 학기에는 그 기준치를 찾는 것에 전념시키자. 클럽활동도 마찬가지로 어떤 활동에 얼마만큼의 시간이 소요되며 그것들이 학과준비와 어떤 상관관계를 갖는 지 그 기준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만 있더라도 남은 대학생활 및 대학졸업 후의 인생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과유불급과 유사한 의미를 보이는 영어속담은 “Too much water drowned the miller.” 이고 좀 더 쉬운 표현으로는 “Too much is as bad as too little.” 이니 참고하자.
남 경윤 / 의대진학 전문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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