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바뀐 MCAT(Medical College Admission Test)에서 과거에는 존재하던 Essay Writing 섹션이 없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의대진학과정에서 학생들의 작문실력을 평가하는 과정 자체가 사라졌다고 보면 큰 오산이다. 오히려 올 해부터 새로 선보이는 2차 지원서 과정 중 상황판단능력을 평가하는 SJT(Situational Judgement Tests)는 학생들의 윤리적 가치관, 판단력, 순발력을 판단하는 동시에 짧은 시간에 본인의 생각을 글로 옮기는 능력까지 평가할 수 있는 복병이고, 일부 의대에서는 인터뷰 당일 마지막 과정으로 작문시험을 보는 곳까지 존재하므로 오히려 과거에 MCAT 시험장에서 작문시험을 보는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글로 옮기는 능력을 측정하는 제도적 장치가 동원되고 있으며, 이런 변화가 우리 한인학생들의 의대진학에 미치는 영향은 과히 긍정적이지는 않은 듯 싶다.
AMCAS(American Medical College Application Service)를 통해 각 의대에 제출하는 공동지원서(1차 지원서)에 포함되어 있는 Personal Statement 뿐 아니라 15가지까지 적을 수 있는 각종 경험에 대해 700자 제한의 글을 적어야 하며, 그 경험들 중 3가지의 가장 의미 있는 활동경험에 대해서는 추가로 1,325자까지 더 적어서 제출해야 하는 과정에서 학생의 작문능력은 충분히 검토가 된다. 물론 이 부분은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으므로 주변의 도움이나 검증을 받을 기회가 있다. 물론 본인이 다 잘 한다고 생각해서 절대로 주변의 도움을 받지 않겠다는 학생도 있지만 이는 굉장한 아집이며 그리 권장할 만한 마음가짐은 아니다. 돈 내고 도움을 받으라는 의미가 아니라 친구, 교수, 학교측에서 제공하는 도움 등을 활용하는 것이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이다. 유아독존 사고방식은 특히나 타인의 의견을 중시해야 하는 팀플레이어로서의 의료전문가로 적합하지 않으며 이런 학생이 있다면 아마도 윤리적 가치기준을 평가하는 인터뷰 제도인 MMI(Multiple Mini Interview) 제도를 활용하는 의대에 합격하기는 많이 어려울 것이다. 공동지원서인 1차 지원서를 제출하고 나면 대부분의 의대에서 자동으로 2차 지원서를 보내오며 이 2차 지원서는 상당한 분량의 에세이 작성을 요구한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대학입시에서 각 대학에 제출하는 Supplemental Essay와 동일한 제도라고 봐도 좋을 만큼 각 의대에서 질문하는 답에 에세이로 답하는 과정이다. 물론 이 부분도 시간적 여유가 있으므로 주변의 도움을 받아 검증할 여유가 있다. 여기까지는 지금까지 지속되어 왔던 전형적인 의대입시제도이다.
하지만 올 해부터 일부 의대에서 적용하고 있는 SJT(Situational Judgement Tests)는 과거 MCAT에서 한 시간 내에 두 가지 주제에 대해 작문시험을 보던 것보다도 더 힘든 과정이 되리라고 보인다. 한 시간 내에 12가지 주제에 대해 답을 해야 하며 각 주제별로 3가지의 세부질문이 존재하니 과거의 에세이 시험처럼 여유롭게 생각을 하고 주제를 발전시켜 글을 쓸 수 있는 여유는 사라졌다. 게다가 질문내용도 애매하고 까다로운 상황들에 대한 학생의 의견을 묻고 있으니 일단은 해당 상황에 대해 본인의 의견을 정확하게 판단해야 하겠고, 그 다음에 본인의 의견을 깔끔하게 글로 적어 전달해야 한다. 평소에 많은 글을 읽는 연습과 더불어 읽은 글에 대한 의견정리를 글로 남기는 연습이 심각하게 요구되니 우리 한인 프리메드 학생들에게는 심각한 도전이다. 과학과 수학이 더 편한 이과형 학생들이 더 많이 프리메드 과정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보니 그 동안도 독해력에서 경쟁력이 떨어져서 의대진학에 불리한 것이 우리 한인학생들이었는데 이제는 작문시험 아닌 작문시험이 추가되었으니 조금 더 힘든 싸움을 해야 할 것이 자명하다. 물론 이 SJT는 원래 내년부터 선보일 예정이었고, 올 해는 극소수의 의대에서 적용하며 그것도 선택사항으로 되어 있는 뉴저지 의대 등의 몇몇 주립의대들을 제외하면 New York Medical College 만이 제대로 활용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시행 첫 해이다 보니 서버에 과부하가 걸려 첫 시험이었던 지난 7월 시험도 제대로 관리가 안 되었고 8월 시험도 문제점이 발견되고 있다. 즉 올 해는 절대적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않겠지만 미래의 의대입시에 대한 이정표는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난 주말 시카고에서 가진 강연에서도 강조했듯 기본적인 영어실력(독해력&작문실력)과 실생활에서 접하는 상황판단 경험을 늘려주는 것이 의대진학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은 필자의 개인적 의견이 아닌 미국의대입시제도가 보여주는 확실한 명제이다. 이번 주말 DC와 NJ에서의 강연에서도 똑 같은 얘기를 강조할 것이고, 본 칼럼을 통해서 그리고 강연의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필자가 강조해 오던 내용들이 이제 점점 더 제도적으로 정립되고 있다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다. 물론 해결책은 있다. 일반적으로 영어능력과 강의실 밖의 실생활 적응도가 타 민족 학생들에 비해 낮은 우리 한인학생들이 의대진학에 성공하려면 좋은 글을 많이 읽고 감상문을 많이 적게 지도하는 일이 각 가정에서 기본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겠다. 학생이 어릴수록 효율적이겠지만 대학생이 되었더라도 게을리 해서는 안될 일인 것도 강조한다.
남 경윤 / 의대진학 전문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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