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새내기 의대생들로부터 많은 이메일을 받았다. 첨부된 사진들 속에서 활짝 웃고있는 그들을 보며 필자는 미소를 머금을 수 밖에 없었다. 하얀 의사가운을 입고 기뻐하는 모습은 작년 이맘때 마음을 조리며 인터뷰에 오라는 통지를 기다리던 그들의 모습과는 영 딴판이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은 의사가운이라기 보다는 실험가운을 입은 모습이었으나 White Gown Day라는 공식 행사장에서 찍은 사진이기에 그 의미는 흰 의사가운을 입고있다고 하는 것에 무리가 없을 것이다.
각 의대에서는 매년 신입생들의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공식적인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그들만의 자그마한 축제를 벌인다. White Gown을 입고 그동안의 수고를 치하하며 아울러 White Gown을 입고 환자들을 위해 헌신해야만 하는 그들의 직업윤리 혹은 마음가짐을 상기시키기 위한 세레모니인 것이며 그것을 White Gown Day라고 부른다. 아직은 멀고 험난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으나 이 날부터 의사가 되기위한 첫 발을 내딛는 날임이 틀림은 없다. 이 글을 읽고 계실 많은 의대지망생 부모님들도 머지않아 자녀가 White Gown을 입고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을 보실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한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자. 그 길이, 즉 흰 가운을 입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아가야 할 의사라면 직업이 과연 댁의 자녀에게 어울리며 해낼 수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스스로 답을 해보시기 바란다. 학생 자신보다도 더 그 학생을 잘 알 수 있는 부모의 입장에서 말이다. 만일 그 답이 확실치 않다면 자녀를 평생 고생만 시키는 결정을 하지는 않았나 우려가 되기에 꼭 한번은 심각하게 생각해 보시기를 권하는 것이다.
아주 많은 고려를 해봐야만 되는 질문이지만 간단한 몇 가지의 점검사항을 알아보자.
첫째,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이타정신을 소유한 학생인가? 의사가 되기위한 가장 기본적이며 중요한 요소이다. 공부를 잘한다고 의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의대에 입학하기 위해서도 물론 요구되며 점검되는 사항이나 평생을 남을 위해, 그것도 고통받는 이들과 얼굴을 맞대고 살아간다는 것이 그리 유쾌한 일만은 아닐텐데 남을 위한 마음이 몸에 배어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둘째, 과학과목을 즐기는 학생인가? 학습능력이 다른 학생들 보다 월등히 뛰어나야만 하는 것은 기본이며 그중에도 생물, 화학, 물리 및 수학과목에 대한 열정과 능력이 요구된다. 의대입학을 위해서도 물론 요구되는 사항이며 의대에 진학해서도 꼭 필요한 능력이기 때문이다. 의대에 입학해 첫 2년동안은 강의실에서 그간 배워온 이 과학지식을 인체에 접목시키는 강도높은 수업만을 가르친다. 과학과목의 기초가 약한 학생들은 이 시간을 못 견디고 중도탈락하는 경우도 있으니 과학의 기초를 다지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셋째, 끈기가 있는 성격인가? 의사가운을 입기 전에 최소한 12년동안, 즉 대학 4년, 의대 4년 및 레지던스 4년동안 공부를 해야한다. Pre-Med과정을 시작한 학생중에 끝까지 준비해 원서라도 내보는 학생이 20% 남짓한 통계만 보더라도 별로 재미없고 힘든 과정임은 틀림없다. 댁의 자녀는 최소한 위의 세가지 사항에서는 꼭 긍정적인 답을 얻을 수 있어야 하겠다. 그렇지 않다면 자녀의 행복을 위해 다른 진로도 고려해 보시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