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언급한 레지던시 매칭을 위한 인터뷰에 관한 내용을 보고 많은 독자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었는데 대부분이 동의하는 반면 이견도 있었으므로 오늘은 의학의 본질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고자 한다.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면 누군가가 자신의 의견과 다른 어떤 의견을 내더라도 각자의 특성에 맞게 의대입시와 레지던시 매칭을 준비할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지난 10여년간 “미국에서 의대 보내기”라는 글과 팟케스트를 통해 필자가 강조해온 핵심사항은 Patient Oriented Heart, 즉 환자중심의 사고방식이었고 언제까지가 될 지는 몰라도 이 글을 써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 점을 강조할 것이 확실하다. 환자중심의 사고방식을 가진 차세대 한인 의사들을 양성하여 그들 자신은 인류에 공헌하는 보람을 느끼는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우리 한인사회는 좀 더 살기 좋은 커뮤니티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 짧지 않은 세월동안 매주 필자가 고유의 정보, 즉 프리메드 학생들을 원하는 의대에 진학시키고 의대생들을 최고의 병원에 매칭시킨 경험에서 취득한 정보를 한인 가정들과 나누고 있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그 확실한 동기부여가 없었다면 10여년간 같은 주제로 매주 글을 적고 녹음을 하는 일은 너무 힘든 시간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필자에게는 확실한 이유가 있었고 많은 가정으로부터 도움이 되었다는 감사인사를 들을 수 있었으므로 그 보람에 한 해만 더 하자는 주문을 매년 외우며 지금까지 올 수 있었고 앞으로도 조금은 더 이 글을 적을 수 있을 듯 싶다.
이 환자중심의 사고방식이란 마치 신앙인들이 매사의 기준을 자신이 믿는 신을 중심으로 놓고 삶을 살아가듯 의사라는 직업을 갖고자 하는 학생이라면 의대 진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환자를 위하는 마음가짐이 프리메드 생활의 기준이 되고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자신의 행복과 보람이 의학적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역량이 허락하는 만큼의 도움을 주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험을 해보지 않고서 “왜 의학을 택했냐?”는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할 수 있겠는가? 이 질문은 의대입시에서 의대가 학생들을 검증하는 핵심 내용이며 아무리 뛰어난 성적을 가진 학생도 의학을 택한 이유가 환자가 중심이 되지 않은 것이라면 의대에서 선발하지 않는 이유이다. 미국의 교육제도와 사회구조가 최고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지극히 합리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의대에서는 환자를 위한 마음가짐이 제대로 갖춰진 학생만을 선발하고 있으니 이 점은 필자의 조언을 믿고 따라주면 자녀들의 의대 진학에 절대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봉사를 해도 의학적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봉사가 주가 되고 그 다음에 다른 관심분야에서 봉사를 하는 것이 좋겠다. 연구를 해도 그저 학점을 따거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것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해당분야에 대한 연구목적이 인류가 좀 더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것까지 연결될 수 있다면 그 고단하고 반복적인 일이 좀 더 기쁘고 보람될 수 있을 것이고 궁극적으로 학생이 의대에 진학하고 행복한 의사로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위의 내용은 벌써 수도 없이 반복적으로 강조한 내용이므로 오늘은 조금 색다른 내용도 소개하고자 한다. 오래전에 자녀를 필자에게 맡겼고 그 자녀는 벌써 의대 졸업반이 되었지만 아직도 필자와 반갑게 연락을 주고받는 한 학부모가 얼마 전에 보내준 글을 소개하니 다음과 같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한국의 훌륭한 의사이며 신앙인인 황성주 박사 책을 오랜만에 읽다가 남 선생님께서 평소에 강조하시던 고견과 상당히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눈에 들어와서 이런 방식으로 나눕니다. ‘의학의 본질은 사회과학: 대개 의대에 진학하려면 문과보다는 이과 성향의 학생이 적합하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여기에 반대한다. 의학은 기초영역에서는 자연 과학에 가깝지만 임상 영역에서는 사회 과학에 가깝다. 엄밀히 말해 의학은 대인 관계의 학문이다. 지금까지의 임상 경험으로 보아 의학은 1%의 의학 지식과 1%의 의학 기술, 그리고 98%의 사람을 다루는 기술이 합쳐진 창조적인 예술이다. 물론 의사가 새로운 의학 지식이나 기술 습득에 게을러 오진을 하거나 치료적 판단을 그르치는 것도 죄악이다. 그러나 더 큰 죄악은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함 받은 인격적인 존재로 보지 않고 생물학적 측면으로만 대하고 기계적으로 다루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우수한 두뇌를 가진 영재보다는 풍요로운 인간성을 가진 평범한 사람이 의사가 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꺾지 않는다. 의사는 일생 동안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의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만남이란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영향력을 미치게 마련이며 어떤 형태로든지 그 열매를 산출한다. 이처럼 영향력 있는 직업일수록 성숙한 인격을 가진 크리스천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종교적인 부분을 배제하더라도 많은 공감이 가는 글이었습니다. 선생님 항상 건강 하십시오.”
그 학부모도 강조했듯 종교적인 얘기를 하고자 함은 절대로 아니다. 이 글의 저자가 기독교인이다 보니 글의 내용에 종교적인 색채를 띄고 있기는 하지만 필자가 독자들과 나누고 싶은 내용은 “의학의 본질은 사회과학”이라는 주제이며 풍요로운 인간성을 가진 평범한 사람이 의사가 되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지난 주에 필자가 언급했던 “진득하게 암기하는 능력을 갖춘 팀플레이어가 레지던트로서는 가장 매력적인 모습으로 보인다고 하니 참고하자.”라는 문구를 다시 언급한다. 이 의견에 동의하는 독자가 대부분이었으나 이견을 보인 독자도 있었기에 필자 외에도 이런 유사한 의견을 가진 인물이 있다는 것을 소개하며 다시 한번 인간적인 요소를 강조한다. 하지만 필자가 언급한 “암기하는 능력”과 황 성주 박사가 강조한 “새로운 의학 지식이나 기술 습득에 게을러 오진을 하거나 치료적 판단을 그르치는 것도 죄악이다.”라는 점도 간과하지는 말자. 의학이라는 숭고한 학문을 할 자격은 제대로 된 인성만 갖췄다고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영재일 필요는 없지만 기본적인 학습능력은 너무나 당연히 갖추어야 한다. 학습능력만으로는 부족하고 거기에 풍요로운 인간성을 갖추어야 하므로 의대에 진학하는 것이 모든 학생들에게 가능하지는 않은 좁은 문이다.
좋은 글을 나누어 준 학부모에게 감사하며 이 글이 여러 가정에서 유용하게 읽히고, 더 나아가 필요한 주변 가정에도 나눌 수 있다면 우리 한인사회 전체가 좀 더 밝은 곳이 되리라 믿는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컨설턴트
201-983-28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