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저지에서 열린 필자의 의대 진학 세미나에는 평소보다 조금 더 많은 고교생 가정이 참석을 했고 9학년부터 11학년 사이의 학생들과 그 부모님들의 관심사는 대학/의대 통합과정 입학에 관한 것이었다. 물론 더 많은 참석자들이 대학생들과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었으므로 통합과정에 관한 얘기를 길게 할 수는 없었고 주로 의대가 선호하는 학생이 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 시간이었는데 고교생 자녀를 둔 가정에서 공통적으로 하는 질문이 바로 통합의대 과정을 통한 의대 진학과 프리메드 과정을 통한 의대 진학의 장단점에 관한 필자의 견해였고 다른 많은 가정에서도 이 부분을 궁금해할 듯 싶어 오늘은 그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의대에 진학하는 4가지 방법들 중 하나인 대학/의대 통합과정은 BS/MD Combined Program이라고 불리우며 고교 졸업반 학생들에게만 주어지는 특별한 입시전형이다. 나머지 3가지 방법들은 모두 일단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들로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대학생활 중 의대 진학을 위한 과목들을 들으며 필요한 과정들을 밟고서 대학을 졸업하는 그 해 혹은 대학졸업 후 3년 내에 의대에 진학하는 전형적 프리메드 트랙이다. 이런 지원자를 의대에서는 전형적 지원자, 즉 Traditional Applicant라고 분류한다. 대학을 졸업한 지 3년 이상 지났거나 대학에 입학하기 이전이나 대학 재학 중에 휴학을 오래 해서 일반적인 학생들보다 나이가 많은 학생을 비전형적 지원자, 즉 Non-Traditional Applicant라고 부르는데 추천서 구성요건 등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불리한 점보다는 오히려 자신을 부각시킬 수 있는 기회가 있으므로 필자는 이런 Non-Traditional 학생들을 지도해 막판 뒤집기 같은 놀라운 결과를 자주 내고 있다. 마지막 방법은 대학 2학년때 의대에 지원해 합격할 수 있는 의대조기전형제도가 있고 이는 Early Assurance Program이라고 한다. EAP 중 가장 인기있는 프로그램은 Mt. Sinai 의대가 운용하고 있는 FlexMed Program이며 약 50여명을 선발하고 있고 계속 그 수를 늘려가고 있지만 이 과정에 지원한 아이비리그 4.0 학생들 중 합격률은 30%에 못 미치고 있고 한인학생이라면 그 확률은 10% 미만으로 줄어드니 실로 Mt. Sinai가 우수한 학생들에게 MCAT 시험을 안 봐도 되게 만들어 주고 그 시간에 각자의 관심분야를 더 추구하게 해주는 기가 막히게 매력적인 방법이다. 필자가 지도한 학생들 조차 2/3의 합격확률 밖에 안 되는 의대입시제도는 바로 이 FlexMed 뿐이니 상당히 매력적이며 어려운 의대입시 과정이 맞다. 물론 그 외에 조금 쉬운 EAP 들도 소수의 의대에서 운용 중이니 굳이 FlexMed 만을 목표로 도전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
다시 통합과정, 즉 Combined Program으로 돌아가서 이 과정이 특히 많은 가정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단연코 그 힘든 의대입시를 자녀가 거치지 않고 어차피 거칠 대학입시때 한꺼번에 대학과 의대에 합격해 편안한 삶을 살게 해주고 싶은 부모의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남들보다 일찍 의대합격이라는 기쁜 소식을 듣고 싶은 작은 욕심의 발로라고 보고 있다. 필자도 40대까지는 많은 고교생들을 지도해 이 통합의대과정에 매년 5~6명 이상을 진학시켰지만 50대에 접어들고는 힘이 딸려 한해에 한 명만 극도로 선별적인 인터뷰를 거쳐 받아주고 있으며 통합과정 진학 성공률은 과거의 95%보다 나아졌으니 선택과 집중의 결과로 보인다. 힘이 딸린다는 의미는 대학생을 지도해 의대에 진학시키거나 의대생을 지도해 레지던시 과정에 매칭시키는 일에 익숙한 필자의 입장에서 고교생을 지도하는 과정이 손이 더 많이 가기 때문에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된다는 의미이다. 필자를 찾아온 대학생을 지도해 의대에 진학시키는 일은 참 쉽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미 스스로가 의대에 진학해 어떤 삶을 살고자 한다는 확신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며 기본적인 학습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며 그렇다 보니 필자처럼 의대 진학 전문가가 이런 의욕적인 학생을 의대에 진학시키지 못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고교생들의 경우에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확신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런 현상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통합과정 진학을 위해 필자를 찾아오는 때가 9학년 되면서 혹은 9학년을 마친 시점이 대부분이니 굳이 나이로 따지자면 15살 즈음인데 이 나이에 자신의 미래를 확신하며 그것 만을 위해 정진하는 것이 오히려 생소한 일이라고 믿는다. 필자가 지도하는 고교생의 숫자를 대폭 줄인 이유는 힘이 딸리는 것도 사실이겠으나 이런 학생들에게 최면을 걸어 통합과정에 진학시키고 그 합격률에 오만함을 느꼈던 시절이 필자에게도 있었다는 사실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낀 어느 한 순간 이후이고 반성하는 마음에서 더 이상 통합과정에 진학하겠다는 학생을 적극적으로 받아주지 않고 있다. 물론 세월이 흘러도 필자에게 활발히 연락하며 감사를 표하고 삶의 순간들을 함께 공유하는 학생들 중 가장 많은 부류는 하버드 의대에 진학시킨 학생들, Non-Traditional Track을 거쳐 의대에 진학시킨 학생들, 그리고 Combined Program을 통해 의대에 진학시킨 학생들이니 필자가 어린 고교생들에게 최면을 걸었던 반성이 기우일 수도 있지만 통합과정에 합격하고도 진학하지 않은 학생들이 현재 매우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사실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며 이 점이 바로 오늘의 주제에 대한 필자의 의견이다.
앞에서 언급한 세미나에는 예정에 없던 의대 4학년 학생과의 Q&A 시간을 갖을 수 있었다. 바로 약 6~7년전 칼럼에서 소개했던 프린스턴 대학에 합격하고도 뉴저지 의대 통합과정에 진학했던 학생이 의대 졸업반이 되어 인사를 온 김에 필자의 세미나에 참석해 필자가 한 말에 대한 검증 아닌 검증을 시켰고 참석자들의 궁금한 점에 대해 직접 답해주는 귀한 시간이 되었다. 이 학생은 프린스턴 대학을 버리며 특정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목표로 잡았고 내년 3월에 필자가 자랑스럽게 그 결과를 밝힐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으며 노력하고 있다. 이런 학생들이라면 통합과정을 거친 의대 진학이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자신의 통합과정을 버리고 더 나은 의대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온다. 이런 학생을 돕는 일은 하지 않지만 이런 학생이 여러 명이었으므로 필자가 적극적으로 통합과정 진학을 돕지 않게 된 계기이다. 의대를 샤핑하는 기분으로 통합과정에 도전하고자 한다면 옳지 않다고 믿는다. 만일 자녀의 뜻이 아니고 부모의 뜻이 100% 반영되어 통합과정에 도전하고자 한다면 멈추라고 권하고 싶다.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를 위한 부모의 정당한 지도라고 말하기 전에 진정 자녀만을 위한 결정인지를 한 번만 더 생각하자.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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