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다수의 의대에 합격한 학생과 그 가정에 축하한다는 인사를 전한다. 길고 힘든 싸움을 지금까지는 아주 성공적으로 이겨온 선물이니 지금은 온전히 즐기면 되겠다. 어차피 지금 어떤 마음가짐이든 8월이 되면 의대에 입학해 정말 열심히 공부해야만 하는 시간이 기다리고 있으니 지금은 기뻐하고 즐기면 된다. 하지만 4월 30일이 되기 전에 합격한 여러 의대들 중에 한 학교를 선택해야만 하므로 남은 숙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몇가지 사항을 함께 알아보자.
가장 중요한 점은 학생이 스스로 해당 의대로부터 받는 느낌이다. 진학을 결정하면 평생 함께 할 인연이기도 하고 최종목표인 레지던시 매칭에 유리한 거점을 선택하는 과정이니 그저 단순하게 랭킹에 의존하여 진학할 의대를 결정하는 것은 겉모양만 보고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과 다름없는 우매한 선택이 되기 쉽다. 장학금도 중요한 요소이지만 여러 의대에서 장학금을 주며 서로 데려가려는 학생이라면 아마도 그 정도의 경제적 부담은 레지던시 마치고 얼마 되지 않아 쉽게 털어버릴 수도 있을 테니 경제적인 지원에만 너무 집중해서 학교선정을 하는 것도 최선은 아닐 수도 있다. 물론 각 가정의 재정상태는 너무 다를 수 있으니 장학금 지급여부가 최우선 결정요인이 된다고 해도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장학금 받으며 의대에 진학하는 학생이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본인의 능력을 발휘하여 더 이상 경제적인 문제로 고통받으며 살아가지는 않을 가능성이 지극히 높기 때문이다. 의대에 진학하는 이유 중에는 일정 수준의 경제력이 보장되는 커리어라는 점도 현실적으로 인정하고 모든 결정을 내리라는 조언을 하고 있는 것이다. 너무 열악한 의대에 진학하면 추후 레지던시 매칭에서 아쉬운 점을 느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조언도 해주고 싶다. 만일 정말로 재정적인 부담 때문에 장학금을 제일 많이 주는 학교에 아무 생각없이 진학하겠다면 차라리 군의관으로 복무할 생각을 해보면 또 다른 길이 보일 수도 있다. 시민권자만 해당되는 얘기지만 사고의 전환을 해보라는 의미로 해주는 조언이다.
부모가 살고있는 지역과 진학할 의대와의 거리도 고려하기를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다. 물론 드림 의대에 합격했는데 부모 곁을 떠나기 싫어 주립의대에 진학하기로 결정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매우 현명한 결정일수도 있다. 특히 의대생으로 살아가며 주변에서 먹거리라도 제대로 챙겨주는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의 의미는 의사면허고시 1차 시험인 스텝 1을 준비하며 절실하게 느낄 것이다. 즉 의대에 진학한지 2년이 되기 전에 대부분의 의대생이 느낄 감정이다. 그러니 특별하게 대단한 의대가 아니라면 멀리 있는 학교보다는 어려서 살던 그 동네에 조금이라도 가까운 의대가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다. 부모가 어차피 한국에 있어서 이런 점이 전혀 고려사항이 아니라면 한인사회가 가까이 있는 지역이 조금이라도 나은 선택일 수도 있다. 어려서는 한식을 안 먹고 자란 학생이라도 어른이 되면, 즉 의대생이 되면 점점 더 한식을 찾는 것도 일반적인 일이니 참고하자. 특히 몸이 안 좋은 날이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것이 어려서 엄마가 해주던 특정 한식이니 학교선정에 이 점도 감안하라는 작지만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는 조언도 해주고 싶다. 이상과 꿈을 위해 정진하는 젊은이가 생각하지 않아도 좋을 점이라고 반박하는 독자가 있다면 그도 맞는 말이라고 인정하지만 의대가 최종목적지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재차 부연설명을 하고 싶다. 의대에서 잘 교육받아서 제대로 의사수업을 받을 병원에 레지던트로 진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하므로 높은 이상을 품고 있는 학생일수록 진학할 의대를 결정함에 있어 현실성도 챙기라는 조언이다.
방금 전에 레지던트로 진학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는데 연봉을 왠만한 직업군보다 많이 받으며 근무하는 레지던트가 되는 것을 취업이라고 하지 않고 진학이라고 한 이유는 레지던시 매칭 시스템을 이해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다음 주에는 2019년도 레지던시 매칭 결과를 분석한 얘기를 할 예정이니 병원에 근무하는 의대 졸업생들의 현실에 대해 그 때 자세히 설명하겠다.
진학할 의대를 결정할 때 놓치지 말아야 할 필수사항은 합격한 학교들에 재차 방문을 하는 과정이다. 이를 세컨 룩 데이(Second Look Day)라고 부르며 각 의대에서는 합격생들을 학교로 초대한다. 말 그대로 2차 방문의 날이다. 그렇다고 단 하루만을 재방문할 기회로 제공하는 것은 아니고 최소 며칠 동안에 하루 방문해서 학교를 다시 느끼고서 해당 의대에 진학을 독려하는 행사이다. 이 기간 중에 합격생들은 자신이 합격한 의대에 방문해 재학생들과 만나고 교직원 및 교수들 과도 만나 실질적인 학교생활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풀게 된다. 예전에는 경쟁 의대들은 다른 의대의 세컨 룩 데이에 참여를 방지하기 위한 공격적인 방법으로 같은 날 하루에 경쟁 의대들이 모두 세컨 룩 데이를 같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하루가 아닌 주말이나 주중 3일 정도는 학교를 개방해 좀 더 많은 합격생들이 여유를 갖고 합격한 여러 의대에 재방문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하버드 의대는 4월 10일부터 12까지 사흘간 재방문 기회를 제공하고 유펜 의대는 4월 11일부터 13일까지 재방문 기회를 제공하므로 두 의대에 모두 합격한 학생이라면 두 학교에 모두 재방문이 가능하다. 하지만 많은 명문의대들의 재방문 기회가 4월에 몰려 있다 보니 합격한 모든 의대에 재방문하는 것이 쉽지 않은 학생들도 있을 수 있지만 그건 너무 행복한 고민이니 감당해도 된다. 일반적으로는 두 학교를 놓고 고민하는 일이 정상이니 이럴 때는 필수적으로 두 학교에 재방문하여 모든 점들을 꼼꼼히 챙기고서 4월 말일까지 한 곳의 의대만 진학하겠다고 통보를 주자.
또 한가지 고민은 그렇게 어렵게 고민을 해서 진학할 의대를 결정하여 4월 30일에 통보했더니 5월 15일에 정말로 원하던 의대의 대기자 명단에서 풀려 합격했다고 연락이 온다면 어떻게 하냐는 꿈 같이 행복한 고민이 있을 수 있다. 이럴 때는 24시간내에 결정을 내려 통보해 주면 되겠다. 4월 30일에 진학하겠다고 했던 의대에서도 이런 경우 어떤 불이익을 주지 않고 이해해 주니 걱정할 것은 없다. 4년 후에 레지던시 지원시에 불이익을 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들이 진정 그 학생을 원했다면 추후에 레지던트로 라도 기쁘게 받아줄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의대는 최종 목적지가 아닌 중간 기착지이다.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는 절대로 아니지만 그 역할을 정확히 알고 어떤 의대에 진학하는 것이 최종 목적지인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진학할 때 최상의 조건이 될 지를 잘 판단하자.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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