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의대생이 비용을 지불하고 미국에서 의료경험을 쌓는 기회는 다양하지만 비용을 들이지 않고는 어려운 일이다. 미국 의대생들도 자신이 재학 중인 의대병원이 아닌 다른 병원에서 개인적으로 실습하고자 하면 비용을 지불한다. 만일 UCLA 의대생이 쟌스 합킨스 의대병원에서 한달간 실습을 한다면 약 $5,000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전공분야와 의대 간의 합의사항 등이 고려되지만 비용이 발생해도 어색한 일이 아니다 보니 비용지출없이 미국에서 외국 의대생이 경험을 쌓기는 어렵다.이 질문을 했던 학생과의 대화를 소개하는데, 그 이유는 비슷한 상황에 처한 학생에게 도움이 될 내용 뿐만이 아니라 질문을 할 때 어떻게 하면 상대로부터 성의 있는 답변을 들을 수 있을 지에 대한 요령 및 예의에 대해서도 언급했으니 많은 학생들이 살아가며 맞이할 많은 질문기회에 활용하기 바라는 마음도 함께 담았다. 질문한 학생의 신분을 보호하기 위해 언급된 학교정보들은 필자의 임의로 가렸지만 요즘 젊은이들이 이메일을 적을 때 사용하는 감정표시 부호들을 비롯한 모든 내용은 언제나 그렇듯이 원문 그대로 소개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한국에서 의과대학 본과 1학년에 진학하게 된 학생입니다. 제가 이렇게 뜬금없이 메일을 보내게 된 이유는 우연히 미주중앙일보에 올리신 의대 관련 기사들을 보고나서 여쭤볼 것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제 메일을 읽으실 지는 잘 모르겠지만 혹시 읽게 되신다면 짧게 라도 답신 주시면 정말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
제 소개를 짧게 하자면 저는 많은 학생들이 그러하듯 뚜렷한 목표 의식 없이 지난 2년간의 예과 생활을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건너 건너 아는 지인분의 도움으로 작년 여름방학 때 미국내 명문의대에서 4주간 visiting medical student 신분으로 연구실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4주라는 짧은 시간 동안 학업적으로 배운 것은 별로 없었지만 나태한 저의 태도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기회는 부모님을 통해서 얻은 것이었으며 안전상의 문제로 부모님 중 한 분이 함께 동행하여 많은 비용이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이번 다가오는 여름방학 때는 제 힘으로 미국 의대에서 제공하는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어 겨울 방학 동안 열심히 인터넷을 통해 찾아보았습니다. 아직은 불확실하지만 나중에 미국에서 의사 면허를 취득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어 꼭 그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지만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미국 시민권자 대상으로만 되어 있어서 제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찾지 못했습니다. 물론 유료로 많은 돈을 지불하는 프로그램은 있지만 그것은 경제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지 못하기에 혹시라도 외국인 의대생을 대상으로 여름방학 프로그램을 제공해주는 기관 또는 대학이 있는지 여쭤보고 싶어 실례를 무릅쓰고 연락 드리게 되었습니다. 외국인 학생들에 대한 기회는 굉장히 적은 것 같아 분야, 주제 모두 상관없으니 혹시라도 아시는 프로그램 있으면 알려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느닷없이 이렇게 메일 보내서 죄송하고 읽어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이렇게 모르는 분께 메일을 보내는 것이 처음이라 제가 혹시 실수한 부분이 있더라도 너그럽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ㅜㅜ ) 좋은 하루 되세요 ㅎㅎ”
이 학생의 성의 있는 질문을 접하고 필자가 그 답을 찾고자 노력한 한 후에 보낸 답은,
“네가 워낙 진심이 우러나는 글을 보냈음으로 안 읽을 수도 없었고 고민을 안 할 수도 없었단다. 하지만 외국 의대생을 위한 섬머 인턴쉽 기회를 내가 알지 못 하는구나. 인턴쉽이란 원래 경비를 지급해 주는 제도이다 보니 최저급여를 수령할 자격이 되어야 하며 그래서 시민권자나 영주권자로 제한이 된단다. 나와 함께 레지던시 매칭을 준비하는 의대생 중 유학생 신분인 학생들은 각기 본인이 재학하는 의대에서 여름에 제공되는 수많은 리서치 기회나 특정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므로 어려움 없이 여름을 보내고 있단다. 아무튼 원하는 정보를 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하지만 네가 미국으로 레지던시를 올지도 모른다는 얘기에 이 얘기는 하나 해주고 싶구나. 미국의대에서의 4주간 리서치 경험도 미국의 리서치 문화를 이해한다고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으니 이제는 제 3세계 의료봉사에 주안점을 두고 나머지 의대생활을 하여 추후 미국 레지던시 매칭에 지원할 때 네 글로벌 마인드를 보여 주거라. 의학이라는 만국 공통어를 좀 더 제대로 배워서 그것을 필요로 하는 그 어떤 곳에서도 도움이 되는 의사로 살아가겠다고 하면 굳이 외국에서 의대를 나온 학생을 레지던트로 받아줄 의미를 너를 인터뷰 한 병원에서 느끼도록 할 수 있을 거야. 한국이든 미국이든 그 어디서든 환자를 먼저 생각하는 행복한 의사로 살아가길 바란다.
PS: 모르는 이에게 도움을 청하는 메일을 적을 때 너처럼 진심 어린 글을 쓰면 그걸로 된 거야. 하지만 이름을 밝히는 센스가 있다면 네 인생이 훨씬 더 멋져 질 거야. 비록 이메일 주소에 네 이름이 나와 있지만 네 스스로 문두나 문미에 밝히면 더 예뻐 보인단다. ^^”
“알지도 못하는 제게 이렇게 친절하게 진심으로 답변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말씀해주신 내용을 들어보니 당연히 인턴쉽은 시민권자나 영주권자로 제한되는 것이 맞네요 ^^ 대학교에 따라 학생들에게 제공해주는 환경이 참 많이 다른 것 같아 한편으로는 제게는 그런 기회가 없어 많이 아쉽기도 하지만 해 주신 조언 생각하면서 그런 기회들을 스스로 찾아 나가도록 노력할께요. 답변해 주신 것만으로도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제 3세계 의료봉사에 주안점을 두어보라는 조언도 감사해요. 사실 이것도 생각해 본 적은 있는데 엄청난 경비를 지불하고(observership 보다 비싼 경우가 많아서) 봉사를 하러 갈 만큼 저의 봉사 정신이 투철한지 확신을 할 수 가 없어서 포기했었어요.. 하지만 다시 한 번 깊이 고민해보겠습니다! 그 외에도 먼 미래에 대한 좋은 말씀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정말 감사한데 글로는 그 감사함이 온전히 전달되지 못할 것 같아 아쉽네요..그리고 제 이름을 밝히지 않았던 것은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어요! 이렇게 매일 보내고 답변 받으면서 이처럼 사소해 보이지만 정말 중요하고 기본적인 것까지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이렇게 보낼 일이 있다면 꼭 명심할께요! 오늘 하루도 좋은 하루 되시고 항상 행복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시 받은 답글에서 이 학생의 배우고자 하는 자세를 느낄 수 있었으므로 바쁜 일정에 시간을 내서 답을 해준 보람을 느꼈다. 선생 소리를 듣고 사는 기쁘고 행복한 순간들 중 한 순간이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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