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다양한 의대와 치대의 지원서 종류에 대해 언급하며 의대에서는 지원학생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매우 상세한 여러 질문들을 지원서에서 묻고 있다고 소개했더니 성소수자 자녀를 둔 가정에서 걱정하는 내용의 질문을 해왔기에 오늘은 조금 예민한 부분이긴 하지만 현재 의대입시에서 성소수자를 대하는 현실적인 문화와 분위기에 대해 소개하여 해당 가정에서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2024년 현재 미국사회의 문화적 기준은 성소수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자 여러 면에서 노력을 시도하고 있고 그러다 보니 보수적 의견과 진보적 의견의 차이가 제법 큰 격변의 시대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특히나 사회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의대입시에서는 성소수자 뿐이 아니라 사회 경제 문화 교육환경 등 모든 분야의 소수집단을 위한 충분한 의료진을 확보하기 위해 해당 소수집단에 속한 지원자 중에 제대로 준비가 되어 있는 학생을 선발하여 사회의 건전성과 다양성을 유지하고자 애쓰고 있는 것이 확실한 사실이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진보적인 성향으로 비춰지고 있다. 그러므로 의대 지원서에서 지원자의 성별에 대해 질문하는 문구도 사회현상을 반영하며 변화해 왔고 요즘은 의대에 지원하는 학생 자신이 스스로의 성별을 어떻게 판단하는지 예전보다는 훨씬 더 친절하고 주관적으로 묻고 있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시대별로 그 변천사를 보자면 아주 오래전부터 지난 2017년에 의대에 입학한 학생들이 2016년도에 제출한 AMCAS Application까지는 성별에 관한 질문에 생물학적인 성별을 의미하는 “Sex”라는 단어를 활용했는데 그 다음해인 2018년도 신입생 선발을 위한 지원서에는 생물학적 성별을 묻는 “Sex”는 계속 묻지만 동시에 스스로 자신의 사회문화적 성별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Gender Identity”라는 질문도 묻기 시작했다. 하지만 2023년도 신입생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또 한 번의 커다란 변화가 있었는데 이때부터는 AMCAS Application에는 생물학적 성별을 의미하는 “Sex”라는 단어는 사라지고 사회문화적 성별인 “Gender”를 질문한 후에 스스로 그것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해 “Gender Identity”도 함께 묻기 시작했다. 이렇듯 의대에서 학생을 선발할 때 사회 변화에 따른 지원자들의 의식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하고자 노력하는데 이는 의대를 졸업하고 현장에서 의사로 활동할 때 사회구성원들 모두를 제대로 챙기기 위한 긴 안목의 노력이라고 보여서 안심이 되고 칭찬하고 싶다.
학생을 선발하는 의대는 성소수자를 포용할 준비가 되어 있어 보이지만 과연 의대에 지원하는 학생들의 인식은 어떨까? 전체적으로 보면 자신의 사회문화적 성정체성에 대해 솔직한 태도를 보인다고 느끼지만 우리 한인학생들의 경우는 전체적인 분위기와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아직까지 필자가 의대 진학을 도왔던 한인학생들은 자신의 성정체성을 당당하게 밝히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안스럽기도 하지만 적어도 신중하게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에 대해서는 안도감을 느끼기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직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한 확신이 없는 한인학생들은 자신의 사회문화적 성별을 생물학적 성별과 동일하게 의대 지원서에 적어서 제출하고 있으며 자신을 성소수자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드문 상황이다. 물론 이건 필자의 제한적인 경험에 의거한 표현이므로 현실을 완벽하게 대변하고 있다고 하기는 조심스럽지만 현재 우리 한인사회의 다른 분야에서 벌어지는 분위기까지 감안하면 실제 모습과 그리 크게 다르지는 않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오늘 전하고자 하는 주된 내용은 한인학생들이 보수적이라는 사실이 아니라 자신의 성정체성에 솔직해도 불이익을 당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성소수자가 되라고 독려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지만 혹시라도 소수계에 속한 성정체성을 가진 자녀를 둔 가정이더라도 의대입시에서는 그로 인한 불이익은 없을 것이 확실하다는 것이니 참고하기 바란다.
그렇다고 성소수자가 아닌 학생이 의대입시에 유리해 보인다고 자신이 속하지 않은 성정체성을 가장하여 의대에 지원하는 일은 절대로 피해야 한다. 이는 마치 약 10년전쯤에 의대입시에 실패하고 필자를 만나러 왔던 서류상으로만 히스패닉이던 한인학생의 경우보다 더 안 좋은 인상을 주는 괘씸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아시안이라고 하면 의대입시에 불리하고 히스패닉이라고 하면 의대입시에 매우 유리하다는 사실에 근거해 자신을 히스패닉이라고 틀린 정보를 적은 원서를 제출했더니 인터뷰는 많이 받았지만 인터뷰에서 인간취급도 못 받은 것은 물론이고 당연히 불합격처리가 된 학생이 있었듯이 성정체성의 다양성이 인정받는 분위기라고 혹시라도 잘못된 판단을 하는 학생이 있다면 성소수자 인터뷰어에게 경멸을 받으며 불합격처리가 될 테니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자기자신에게 어울리는 방식으로 준비하여 그 모습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의대입시의 최선책이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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