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올해의 레지던시 매칭결과를 놓고 분석을 해보며 그 말미에 일반적으로 시험을 잘 보는 우리 한인학생들의 특성을 고려하면 Step 1이 Pass/Fail로 바뀐 제도가 한인학생들에게 유리하지는 않다는 표현을 했더니 많은 가정에서 그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에 대한 질문과 더불어 의대입시에서도 유사한 상황인지에 관해 질문을 해왔기에 다양한 경우를 함께 살펴보며 상황판단을 해보고자 한다.
일단 미국내에서 한인학생이 포함된 아시안학생들의 학습능력을 먼저 가늠해보기 위해 최근 미국사회에서 눈길을 끌었던 교육관련 법정소송 케이스 한 건을 소개한다. 2024년 2월 20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미국내 최고명문 공립고교 중 한곳인 버지니아의 토머스 제퍼슨 과학고의 입학 제도에 관한 사건을 심리하지 않기로 했는데 1심과 2심의 결과가 달라 대법원의 판결을 내심 기대하던 아시안학생들의 기대가 무너졌다. 이 일의 발단은 2020년 당시 TJ과학고 학생들 중 아시아계가 73%를 차지하고 있었기에 TJ가 속한 Fairfax County 교육위원회는 타인종 학부모들의 우려와 견제의견을 존중해 여러가지의 입시제도 변화와 함께 어렵기로 유명했던 TJ과학고 입학시험을 폐지한 결과 그 다음 해인 2021년 입시에서는 아시아계가 54%를 차지해 무려 19%나 감소했다. 그에 반해 전년도와 비교하면 백인학생은 18%에서 22%로 늘었고 히스패닉학생은 3%에서 11%로 늘었으며 흑인학생은 2%에서 8%로 늘었는데 2020년 당시 해당 학군의 학생 인종비율은 백인 37%, 히스패닉 27%, 아시안 20%, 흑인 10% 였으니 단순히 인구대비 학생수만 따지면 아직도 20%에 불과한 아시안학생들이 54%나 해당 학교에 입학했다는 사실만을 기준으로 바라보면 2심 법원에서 아직도 아시안학생이 다수를 차지하므로 차별 받고 있지 않다고 판결을 내린 점이나 대법원이 심리할 가치도 없는 사안으로 바라보는 것이 이해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1심에서 판단했듯이 시험을 없애서 모든 인종들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일은 인종 균등화로 볼 수도 있다는 점을 적어도 우리 한인사회는 간과해서는 안되는데 그 이유는 바로 의대입시와 레지던시 매칭에서도 이런 유사한 일들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의 인구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인구구성은 백인 60.1%, 히스패닉 18.5%, 흑인 12.2%, 아시안 5.6% 등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의대를 포함한 의학계에서 종사하는 아시안은 약 20%를 상회하고 있으므로 앞에서 살펴본 TJ 과학고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과 유사하게 견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워낙 뛰어난 학습능력과 시험준비에 힘입어 아직까지 의대입시에서는 큰 불이익을 받지는 않고 있지만 코로나 사태이후에 두드러진 백인학생들의 의대입시 성공률을 감안하자면 언제까지나 아시안학생들이 안전하리라고 방심하지 말고 학습능력 외의 다른 매력도 갖추어야만 계속 이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하겠다. 미국 전체를 보면 그나마 거부감이 덜 하지만 아시안인구가 집중된 캘리포니아주의 경우에는 조금 더 심각해 보일 수 있으므로 캘리포니아 주립의대 중 가장 인기가 있는 UC San Francisco의대의 최근 신입생 숫자를 살펴보겠는데 일단 캘리포니아주의 인구구성은 미국전체와는 다르게 히스패닉이 40%를 차지하는 다수 인종이고 그 다음인 백인으로 35%이며 아시안이 15%에 흑인은 5%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음의 데이터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겠다. 펜데믹 이전인 2019년도 UCSF 의대 신입생 183명 중에는 아시안 69명, 백인 64명, 흑인 28명, 히스패닉 24명 등이 포함되었으나 펜데믹을 거치며 의료적 소수계를 미래에 돌봐야 할 의대생이 절실하게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인 2022년 UCSF 의대 신입생 183명 중에는 아시안 69명, 백인 48명, 흑인 45명, 히스패닉 39명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나마 아시안 학생은 2020년 그 충격이 가장 컸던 해에만 61명으로 줄었을 뿐 그 외의 시기에는 꾸준히 69명으로 선전하고 있는 반면 흑인학생과 히스패닉 학생이 증가한 만큼 백인학생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UCLA 의대의 경우를 살펴보면 아시안학생들도 마냥 안심할 수는 없어 보인다. 2019년 UCLA 의대 신입생 173명중에는 아시안 77명, 백인 49명, 히스패닉 25명, 흑인 22명 등이 포함되어 있었으나 2022년 UCLA 의대 신입생 173명중에는 아시안 55명, 백인 46명, 히스패닉 37명, 흑인 25명 등이 포함되어 있으니 TJ 과학고에서 벌어진 일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UCLA 의대에서는 흑인과 히스패닉 신입생이 증가한 만큼 아시안 신입생이 감소했으니 UCSF 의대에서 백인학생에게 벌어진 일이 UCLA 의대에서는 아시안학생들에게 벌어졌다. 그 이유가 궁금해 여러 생각을 해보다 보니 San Francisco와 Los Angeles의 인구구성과 사회현상의 차이점이 떠올랐는데 반드시 이것 만이 이유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더라도 연관이 없어 보이지는 않으므로 함께 고민해 보려고 소개한다. 아시안의 영향력이 두드러진 캘리포니아 내에서도 San Francisco는 특히나 더 Chinese American들의 영향력이 압도적인데 반해 Los Angeles에서는 Korean American들의 영향력이 최근 눈에 띄게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인도계의 영향력은 미국 어디에서도 크지만 실리콘 밸리가 있는 San Francisco 인근에서는 더 클 수 있으니 전체적으로 UCSF는 아시안 중에서도 가장 영향력이 큰 인도계와 중국계가 주축을 이루고 있고 우리 한인들이 그나마 San Francisco 보다는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력을 보이고 있는 지역이 LA 지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한인학생들이 가장 힘든 싸움을 하며 의대입시를 치루고 있다고 보이는 것이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다.
사실 TJ 과학고의 아시안학생 비율이 50% 처음 넘었던 2010년경에도 한인학생이 증가하지는 않았고 인도계와 중국계 학생이 늘어나면서 벌어진 현상이었고 그 이후도 꾸준히 인도계의 증가폭은 TJ 과학고에 그치지 않고 의대입시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니 같은 아시안 풀에 속한 우리 한인학생들은 과학고 진학, 대학입시, 의대입시 및 레지던시 매칭에서도 분투하고 있다. 그나마 잘 하고 있다.
학습능력이 의대입시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히 크지만 학습능력을 갖추고 인간적인 매력까지 보여줄 수 있다면 우리 한인학생들의 성공담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멘토
201-983-2851
kyNam@GradPrepAcade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