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3월 중순은 그 의미가 유난히 크다. 학년과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3월에는 차별화가 이루어지므로 그 동안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지에 대한 냉정한 결과물을 받아보는 시점이라고 보면 되겠다.
3월 9일에 있었던 유펜 의대와 코넬 의대의 합격자 발표를 끝으로 일부 시스템상의 문제가 있는 의대를 제외한 모든 의대가 합격자를 발표했다. 작년 10월부터 이어져온 합격자 발표가 12월에 쟌스합킨스 의대와 스탠포드 의대가 롤링으로 발표를 시작했고, 롤링이 아닌 정해진 날에 합격자를 발표하는 학교들도 2월의 컬럼비아 의대를 거쳐 3월 3일 하버드 의대, 3월 7일 예일 의대, 3월 9일 유펜 의대와 코넬 의대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이 내려진 것이다. 열심히 살아온 젊은이들이 자신의 수고에 대한 긍정적인 결과에 환호하기도 하고 부정적인 결과에 아쉬워하기도 하는 시기이다. 각 의대의 합격자 발표일에는 필자도 일희일비하며 하루를 보내던 날들이었다. 필자가 지도한 학생들 모두가 하버드 의대에 합격하지는 못 하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므로 특히 3월 3일은 기쁜 표현과 아쉬운 표현을 학생별로 다르게 해줘야 했던 어려운 하루였다. 3월 3일에 아쉬웠던 학생들 중에 대부분은 며칠 후 예일 의대에서 온 합격통지에 너무 좋다고 연락이 왔거나 유펜 의대에서 새벽부터 합격자 발표를 한 덕에 새벽 7시 조금 넘어서 전화를 걸어와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물론 코넬 의대까지도 대기자 명단에 오르게 되어서 주말 내내 지금부터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대기자 명단에서 벗어나 최종 합격자가 될 지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있는 시기가 바로 3월이기 때문에 이 시기가 자신의 삶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받게 되는 시기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의대 진학을 원하는 고교생들에게도 이 시기에 평가가 시작되고 있다. 리버럴 아츠 컬리지의 최강자인 윌리엄스 칼리지가 3월 10일에 레귤러 디시전 합격자를 발표했다. 굳이 하버드나 프린스턴 대학이 아니라면 다른 어떤 아이비리그 대학보다 인기가 높고 의대 진학결과도 좋은 대학이다 보니 벌써부터 윌리엄스에 합격한 고교생 가정에서 의대 진학을 위한 다음 단계에 대해 질문을 해오고 있다. 3월이 다 가기 전에 거의 대부분의 대학에서 합격자 발표를 할 것이고 역시 고교생들도 그들 인생과 노력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기쁜 가정과 아쉬운 가정으로 나뉘겠지만 의대 진학을 원하는 가정이라면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합격한 대학 중에 꼭 제일 랭킹이 높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의 노모가 이름을 아는 학교에 자녀가 진학하는 것이 인생의 면류관이 아니라는 것을 주지하자. 특히 아들가진 고교생 어머니들의 사고방식은 신앙과도 흡사하고 삶의 모든 것으로 비춰질 정도이니 합리적인 결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 대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있는 냉정하고 객관적인 자녀평가가 아직은 형성되기 이전이므로 이해는 하지만 우려된다. 의대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진학하는 대학에서 최상위권에 들어야 안전하다는 점을 꼭 주지하기 바란다. 대부분의 대학생 부모들은 이미 가슴이 한 번은 무너져 내려봤다. 하버드에 진학해서 온 가족에게 삶의 크나큰 기쁨을 줬던 자녀도 성적이 안 좋아서 강제로 휴학을 당하느냐 마느냐 가슴 조려도 보고, 작은 시골마을에서 학원 한 번 안 보냈음에도 자녀가 혼자 챙겨서 프린스턴에 진학해 그간 힘들었던 이민생활의 모든 설움이 한 순간에 사라졌던 그 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자기는 머리가 나쁜 것 같다며 보여준 성적표에 가득 찬 C학점에 말문이 막혀봤기 때문이다. 그 영특한 자녀가 컬럼비아에 다니면서는 맨날 파티한다고 공부는 뒷전이라 벙어리 냉가슴을 알고 있는 부모가 어디 한둘이겠는가? 물론 필자와 함께 명문의대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처럼 하버드 졸업식장에서 목에 걸린 메달이 너무 많아 힘들어 하면서 확정된 하버드 의대 진학에 마음이 부풀어 있는 학생도 있고, MIT 졸업식에서 만점학점자 중에 수석 졸업자 선정기준에서 밀려 아쉽게 수석졸업을 놓친 학생도 있지만 이는 마치 일년 수입이 백만불이 넘는 부모가 되는 것처럼 흔하지 않고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가능한 일이고 존재하는 일이다. 백만불 이상의 연수입을 버는 부모가 존재하듯 명문의대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매년 꾸준히 존재한다. 하지만 고교생 부모들이 알아야 할 것은 명문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 중에 더 많은 학생들이 중간에 힘들어서 의대 진학을 포기하거나 세월만 축내고 결국 의대 진학에 실패한다는 냉정한 현실이다. 악담을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명문대학에 합격했고 의대 진학을 바라는 학생이라면 아직 기뻐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절대로 자녀가 진학할 대학랭킹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 자녀의 실질적 능력으로 가장 성취감을 많이 느낄 대학에 진학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경우에 자녀가 원하는 학교에 진학시키는 것이 정답이다. 부모가 아닌 자녀가 행복해 지는 것이 정답이라는 것이다. 행복해야 모든 일들이 잘 풀린다. 의대 진학준비도 마음이 편해야 잘 되는 것이 자명하다.
원하는 것을 아직 얻지 못 한 3월이라면 다음 단계를 위해 서둘러야 할 때이다. 의대입시는 6월에 원서접수가 시작되므로 다음 사이클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고자 한다면 4월과 5월을 의미 있게 보내야만 한다. 속상해하고 기운 빠져 있을 시간이 없다. 다시 일어나 뛰어야 하는 시기가 3월이다. 3월에 쓰러져 있는 자는 다시 일어나기 위해 일년이 더 필요하지만 3월에 털고 일어나 다시 뛰는 자는 그 일년을 아낄 수 있는 것이 의대입시 사이클의 구조라는 점을 잊지 말자.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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