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합격이란 행복한 소식을 전해들은 학생들에게 이 시기는 참으로 따뜻한 계절이다. 실제로는 영하의 날씨를 유지하는 동북부에 있는 학생에게도, 아니면 예년에 비해 겨울비가 제법 내린 서부지역에 있는 학생에게도 의대 합격소식은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게 해 주는 소식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의대 합격생이란 신분은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이 정해졌다는 것 외에는 아직 아무 것도 시작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이런 기쁜 가정의 부모라면 이 시기에 특히 안전사고와 추천인과의 관계유지에 대해 자녀들의 마음을 다져주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이 시기에 가장 유의할 사항은 안전사고다. 특히 음주운전을 비롯한 한인사회 전통적인 문제점들이 우리 자녀들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다는 안타까운 현실을 직시해야 하겠다. 그렇게 똑똑해서 명문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의대에도 합격한 우리 아들 딸들이 설마 음주운전을 하겠냐는 안일한 생각은 버려야만 한다.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일부 주에서는 합법화가 되어 있지만 아직도 대다수의 주에서는 불법화 되어 있으며 대학가에서는 술보다도 더 일반화 되어 있는 대마초의 병폐도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일부 주에서만 합법화되어 있는 것이지 연방법에 의하면 아직도 대마초는 관리대상인 마약일 뿐이다. 대마초가 담배보다도 그 폐해가 적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크지만 환각상태로 데려가 주는 역할을 하는 모든 매개체는 그 환각상태에서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 한다는 점에서 잠재적 위험을 안고 있기에 안전사고에 대한 각 가정의 주의를 요하는 것이다. 대마초를 넘어서는 마약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대마초 흡입은 마치 80년대초까지 한국남자들에게 담배가 성인문화의 일부로 인식되었듯이 미국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사회문화적 현상이므로 호기심에 한번 해볼 수는 있을지 몰라도 그 외의 마약류에 손을 대는 학생이라면 의대에 진학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되는 일이므로 언급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여하튼 매년 이 시기에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안타까운 일은 의대에 합격한 학생이 음주운전을 하다 걸렸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는 부모의 안타까운 음성을 듣는 일이다. 지난 10년 사이에 조금 달라진 현상이라면 음주운전 케이스는 감소하는 추세이고 마약관련 사고는 증가하는 추세이다. 아울러 여학생이라고 음주운전이나 마약과 무관하다고 보이지는 않는다는 점도 여러 가정에 전하고 싶다. 무조건 술과 대마초가 나쁘다는 원론적인 얘기를 전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2017년 현재, 그가 미국에서 태어났든 아니면 유학을 와있든, 한인 엘리트 청년들의 술과 대마초 소비성향을 부모들이 정확히 알아야 올바르게 대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뿐이고 특히 의대에 합격한 학생이라면 조금 긴장이 풀릴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경각심을 조금 더 강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음주운전으로 처음 걸리거나 단순 대마흡입으로 의대입학이 취소되지는 않을 수도 있지만 사안에 따라 훨씬 더 심각하게 처리되어 입학이 취소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난 번 쟌스 합킨스 의대의 합격통지문 전문을 소개했으므로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이미 알고 있듯 의대로부터 받은 합격통지서는 아직은 모든 조건을 충족시켜야만 하는 조건부 입학허가일 뿐이다.
안전사고보다는 덜 심각해 보이지만 의대에 제출한 추천서를 적어준 추천인과의 관계유지라는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문제를 부모가 챙겨주면 좋겠다. 의대에 합격한 학생들 중에 추천서를 적어준 책임연구교수가 진행하는 연구에 더 이상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한 덕에 해당 교수와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가끔 발생하고, 봉사로 참여하던 무료진료소에서 추천서를 받았던 학생이 의대 진학 이전에는 계속 봉사하기로 했다가 합격한 후에는 다른 일정상의 문제로 해당 무료진료소에 나가지 못 해 갈등이 생기기도 하고, 추천서를 써준 의사가 운영하는 클리닉에 나가서 돕던 일을 인터뷰 기간에는 쉬다가 바쁜 시간이 지나면 다시 봉사자로 나가기로 하였으나 합격 후에는 다시 해당 클리닉으로 돌아가지 않아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모든 경우에 학생들만 잘못했다고 하는 얘기는 아니지만 어떤 경우라도 제대로 소통하지 못 한 학생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본다. 간혹 의대 진학을 원하는 젊은이들에게 열정페이 개념의 착취 아닌 착취를 추구하는 단체들도 있기는 하지만 합격 후에는 모든 것을 접으려고 하는 학생들도 있으니 각 가정에서 챙겨야 할 목록 중 하나로 상기시키고 있다. 추천서를 적어주지 않은 기관과의 갈등이더라도 책임감에 관한 문제일 수 있거나 소통능력에 관한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추천서를 적어준 기관과의 갈등이라면 이는 추천서 회수라는 무기를 그 추천인이 활용할 수 있으며 그럴 경우 친절하게 추천서를 대체하라고 연락해 주는 의대도 있고 학교내에서만 그 사실을 알고 학생을 다시 평가하는 의대도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입학이 보류되거나 취소될 수도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음주운전보다도 일반적이지 않은 추천서 회수의 경우지만 발생할 수 있고 발생하고 있는 일이다. 아직 사회생활을 시작도 해보지 않은 의대 합격생들이지만 마냥 어린아이는 아닌 성인들이므로 대인관계를 제대로 챙겨야 하겠고 그렇지 못한 경우라면 부모가 옆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해 주었으면 좋겠다. 의대에도 합격한 똑똑한 내 자녀가 무조건 잘 했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둔 상태에서 자녀와 대화하여 자신의 행위에 책임지며 살아가는 사회생활의 초석을 잡아주자.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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