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입시에 활용되는 공동지원서를 AMCAS Application 이라고 부르는 것은 American Medical College Application Service를 통해 제출하는 지원서라는 의미인 것처럼 의대 졸업생들을 위한 레지던시 매치에 활용되는 공동지원서는 ERAS Application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Electronic Residency Application Service를 통해 제출하는 지원서라는 의미이다. 이 ERAS도 AMCAS 처럼 거의 매년 조금씩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특히 올해는 나름대로 굉장히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변화를 보이고 있으므로 그 내용과 의미를 함께 알아보기로 하자.
2022년 1월부터 미국 의사면허시험인 USMLE의 첫번째 관문인 Step 1 시험의 성적이 점수로 발표되지 않고 단순히 Pass/Fail로 발표되기 시작했고 그 영향을 받은 첫번째 의대생들, 즉 2020년 여름에 의대에 입학한 학생들이 2023년 여름에 의대 4학년으로 진급하므로 2023년 9월에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ERAS Application을 제출하게 되는데 이 학생들의 레지던시 매치 과정은 초유의 관심사이다. 학생들도 긴장하지만 학생들을 선발하는 각 병원의 프로그램에서도 어떻게 학생을 선발해야 할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몇년간 해왔다. 문제는 변별력이다. 이전에는 Step 1 시험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으므로 Step 1 성적과 Step 2 성적만 참고해도 일차적으로 지원자들을 선별하기에 어려움이 없었다. 참고로 이전에는 학생들의 Step 1 성적만을 기준으로 지원서를 분류해내는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따로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병원에 근무하던 직원들을 통해 외부로 알려진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비중이 크던 Step 1 성적이 단순히 Pass/Fail로 보고 되기 시작한 이번 지원자들에게는 어떤 요인이 가장 큰 비중으로 작용할 지에 대해 아무도 모르고 있고 그 판단기준의 효용성도 몇년간의 결과를 관찰하기 이전에는 감히 언급하기 어려운 일이다. 의대생들 사이에서는 Step 1과 Step 2 두 시험성적을 기준으로 하던 것을 이제는 Step 2 성적만이 공개되므로 오히려 더 불합리 하다는 의견도 있고 그 결과로 예전보다 변별력이 떨어지게 되니 명문 의대생들이 명문 병원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독점하다시피 할 듯 하다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지만 이런 고민은 학생들만 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올해 ERAS에는 학생들이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고 실제로 얼마나 많은 시간과 열정을 해당 분야에 할애했는지 알아보는 제도적인 장치를 선보이고 있다. 문제해결은 의외로 단순해 보이며 나름대로 좋은 해결책이 될 듯 싶은데 그 이유는 의대 입시를 위한 AMCAS Application에서 현재 활용하고 있는 시스템을 ERAS Application에서도 유사하게 활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작년까지는 학생들의 다양한 활동경험을 가짓수에 제한없이 모두 나열할 수 있게 허용했고 그 활동들 중에 특별히 애착이 가는 활동을 따로 강조할 수 없었지만 올해부터는 10가지의 활동만을 소개할 수 있게 제한을 뒀고 그 중에 3가지의 가장 의미 깊은 활동들을 따로 골라서 소개할 수 있게 변경했다. 이는 AMCAS Application에서 15가지의 활동경험만을 적을 수 있게 하며 그 중에 3가지의 가장 의미 깊은 활동들을 따로 소개하게 하는 것과 유사한 시스템을 갖추게 되었다는 것이고 이런 변화는 지원자들이 어떤 분야에 진심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좀 더 선명하게 알아볼 수 있는 변화라고 생각되어 환영하는 바이다. 이와 함께 관심지역을 쉽게 표현할 수 있는 장치도 도입되었는데 실제로 거주지도 Zip code까지 포함한 전체 주소를 적어야 하고 특별활동을 했던 곳도 전체 주소를 적으며 그곳이 도심인지 교외지역인지도 확실히 밝히는 구조로 변경되었으며 거기에다 지원자가 미국내 어떤 지역에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지도 밝힐 수 있는 선택권도 주어지니 이는 환영할 만한 일이며 그 이유는 무분별하게 많은 병원의 프로그램들에 지원하는 레지던시 매치 시스템의 폐단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Top Three Most Meaningful Experiences를 포함한 10가지 Experiences를 그 활동의 성격이 봉사인지 연구인지 또한 한번에 그쳤는지 아니면 몇년간 지속했는지 상세하게 밝히며 그 활동이 벌어진 해당 지역까지 상세히 밝히게 되면 도심에서의 의료활동에 관심이 있는지 아니면 고령인구에 대한 관심이 있는지 쉽게 판단할 수 있으므로 말로만 멋진 포부를 밝힐 수 없게 차단할 뿐 아니라 실제로 지원하는 병원의 Mission과 얼마나 부합하는지도 좀더 선명하게 알 수 있게 되니 긍정적인 변화라고 보인다. 점수만으로 전공의들, 즉 레지던트들을 선발하는 불합리가 줄어들게 되니 오히려 비명문 의대생들 중에도 자신만의 확고한 가치관에 근거한 비젼을 갖고 프리메드 시절과 의대생활을 해온 학생이라면 그 비젼에 잘 어울리는 병원의 프로그램에 매치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그렇다고 특별활동의 가짓수를 줄이고 특별히 관심있는 분야에만 집중하는 것은 권하지 않는데 그 이유 중에는 자신의 이력서라고 간주되는 CV를 준비하여 제출하는 과정이 존재할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의 경험은 ERAS Application에서도 적어야 하는 Personal Statement에서 빛을 발할 수도 있고 인터뷰에서도 매력을 발산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이 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올해 선보이는 변화가 긍정적으로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결과는 몇 년을 지켜봐야 확실히 알 수 있겠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시험성적만 잘 받고 많은 논문을 펴내면 그만이라고 믿던 레지던시 매치 시스템에도 의대 입시처럼 자신만의 소신과 비젼을 보여줘야 하는 관련 봉사나 리더쉽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게 되었다는 점이니 의대에 가서도 프리메드 시절과 변함없이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라는 조언을 자녀들에게 아끼지 말아주면 도움이 되겠다.
무엇을 하느냐는 것도 중요한 요소이지만 그것을 통해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활용할 지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는 것이 매력적인 젊은이라고 의대가 생각하듯 레지던시 프로그램도 그러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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