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경윤의 미국에서 의대 보내기”라는 제목으로 근 10년 세월 동안 적어온 400편이 넘어선 이 방대한 양의 글속에는 미국에서 의대 진학을 성공적으로 하기 위한 거의 모든 정보가 망라되어 있으며 이는 필자가 학생들을 지도하며 경험하는 얘기들이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현재 미국에서 의대에 진학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정보들이지만 그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가급적 많은 가정에 도움이 되게 하기 위해 가능한 일반화 시킨 정보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필자의 조언이 모든 프리메드 학생들에게 여과없이 적용돼도 된다고는 말하지 못하지만 자신의 인생을 책임져줄 만큼 긴밀한 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의대생이 주는 조언보다는 신뢰해도 좋을 것이다. 그 의대생에게는 유익하게 의대에 진학하는 것을 도왔던 정보가 그 조언을 듣는 프리메드 학생에게도 유익하리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필자의 조언과 상충되는 의대생들의 조언들 중에 어떤 경우에도 적용되는 절대적인 조언 몇 가지를 전하고자 한다. 생물을 전공하는 것이 의대 진학에 가장 도움이 된다는 조언은 가장 편하게 프리메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말로 바꾸어야 맞다. 가장 좋은 전공선택기준은 본인이 가장 관심있는 분야를 택하는 것이다. 생물을 전공하면 전공과목만 수강하고 교양필수(General Education) 과목 몇가지만 들어도 프리메드 과목 이수와 졸업학점 이수를 거의 마무리 할 수 있는 편리함은 존재하지만 생물이 모든 학생에게 어울리는 전공은 아닐 수 있다. 경제학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 경제학을 전공하고 한정적인 재화의 효율적인 분배이론을 의료보건분야에 접목시키고자 노력하는 의사가 되겠다면 이 학생을 매력적으로 보는 의대가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자. 인류학에 관심있는 학생이 인종, 문화, 지역별 차이를 이해하고 이를 환자진료에 접목시키고자 한다면 다문화국가인 미국의 일반적인 의대도 관심을 보일 것이고 졸업생들을 통해 글로벌 의료시장을 장악하고자 하는 속내를 갖고 있는 명문의대라면 더욱 관심을 보일 것이다. 마치 명문의대들이 전세계 유학생들을 다양하게 입학시키는 이유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이유에서 유래되었다. 유학생은 미국의대에 진학하지 못 한다는 유언비어는 의대에 떨어진 유학생들의 초라한 변명일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MCAT 성적평가에서도 절대적인 기준이 있다. 바로 영어성적이 다른 어떤 성적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과학분야에서 만점을 받고도 영어성적이 안 좋으면 그 영어성적에 걸맞는 입시결과가 나오는 것을 매년 목격하고 있는 필자의 말과 소수 의대생의 말 중 어떤 것을 신뢰할 지는 각 가정에서 판단할 문제지만 최종판단 이전에 합리적인 추론을 해보기 바란다. 의대생들, 특히 M1이라 불리우는 의대 일학년 학생들은 모두가 열심히 공부하는 똑똑한 학생들이지만 그들이 공부해야 할 분량이 엄청나게 많다 보니 뛰어난 독해능력은 필수조건이다. 미국의대의 교육제도상 강의실에서 공부하는 시간은 길어야 2년이다. 나머지 2년은 병원실습기간이 일반적인 의대 커리큘럼이고 대부분의 의대생들은 2학년이 끝나기 전에 의사면허시험(USMLE) 1차 시험인 스텝 1을 끝내야 하므로 실제로는 첫 3학기동안 모든 의료기본지식을 머리속에 꾸겨 넣어야 하는 것이다. 방대한 분량의 정보를 습득하는 학생에게 독해력의 중요성을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누구나 인지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절반 이상의 프리메드 학생들은 MCAT 준비시에 영어 파트에 가장 적은 시간을 투자한다. 그래서 의대 진학에 실패한다. 명문의대에 다니는 의대생 중에 영어 파트는 마지막에 문제 조금만 풀어보면 된다는 조언을 하는 학생도 있다. 명문 의대생들 중 절반 이상은 백인들이고, 명문 의대에 재학 중인 한인학생들의 절반 이상도 미국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들어가기 이전에도 공부하다 쉬라고 하면 책을 읽던 인생을 살아왔으므로 독해파트는 그리 어렵지 않을 수 있지만 과연 대부분의 한인학생들이 이런 학생들과 같은 형태의 MCAT 준비를 해서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진학할 의대선정기준 중에 금전적 지원을 더 많이 해주는 의대에 진학하는 것은 권장사항이다. 하버드 의대에 합격하고도 장학금을 더 많는 유펜 의대에 진학하는 학생이 실제로 있다. 그렇다고 유펜 의대가 모든 학생에게 장학금을 제일 많이 주지는 않는다. 특정 학생을 스카우트 하는 전략으로 장학금을 활용하는 것이다. 마음에 둔 목표학교가 있다면 금전적 지원에 상관없이 그 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맞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고려해볼 만한 사항이다. 장학금까지 줘가며 모셔가는 의대가 있다면 아마도 그 학생은 멀지 않은 미래에 그 의대에서 교수임용이 될 확률도 지극히 높기 때문이다. 학생의 가족관도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부모와 멀리 떨어져 사는 것을 더 좋아하는 학생도 있고 부모와 가까이 살기를 원하는 학생도 있으니 그에 맞는 결정을 하게 하자. 독립심을 키워준다고 어려서 부터 강하게 키운 것을 자부하고 있는 부모라면 자녀와 가깝게 살며 노후를 보내기는 아마도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부모집에서 가까운 의대에 진학하는 자녀는 독립심이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자녀들과 가족여행을 해마다 다니던 가정이라면 집 가까이에 있는 의대에 다닌 자녀가 옆에서 함께 사는 노후를 즐길 확률이 높다. 긴 시간동안 학생들을 의대에 진학시키고 그들이 의대를 졸업하고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본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나누는 정보이니 특정 의대생이 주는 조언보다는 더 실질적 도움이 되리라고 믿는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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