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유예, Deferred Entry에 대한 관심이 한인사회에도 커지고 있다. 아주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부모들 마음은 불안하기만 하기에 예년보다도 더 많은 가정에서 입학유예에 대해 문의를 해오고 있으므로 의대 입학유예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자.
미국 의대들은 거의 모든 학교들이 일년간의 Deferred Entry(입학유예)를 허용하고 있다. 비록 입학유예를 허락하는 조건은 학교별로 큰 차이가 있으나 해당 의대에 합격한 학생이 입학을 해야하는 당해 년도에 의대에 입학하는 대신에 꼭 하고자 하는 일이 있다면 활용하라고 존재하는 제도가 바로 Deferred Entry, 즉 합격은 인정받되 입학은 일정기간 뒤로 미루는 입학유예다.
진행중인 연구과제를 마치기 위해서 시간이 더 필요한 학생, 짧은 시간 다녀온 해외에서의 봉사지에서 좀 더 제대로 된 봉사와 경험을 쌓기 원하는 학생, 갭이어 동안 몸 담았던 프로페셔널 댄스 컴파니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국순회공연에 끝까지 참여하고 의대공부를 시작하기 원하는 학생, 의대에 지원할 때 기대도 하지 않고 지원했던 로스 장학생에 선발되어 영국의 캐임브릿지 대학원에서 일년간 공부를 하고나서 미국 의대공부를 시작하기 원하는 학생, 유학생이든 시민권자든 한국 군대에 다녀오고 나서 의대공부를 시작하겠다는 학생, 갭이어 중에 시작한 고교생들 과외 가르치기가 너무 큰 돈이 벌어진다며 일년간 돈을 열심히 모아서 부모님들께 경제적인 도움을 조금이라도 드리고 의대공부를 시작하고 싶다는 학생 등등 그 이유는 다양하다. 위에서 언급한 이유들은 다른 민족 학생들의 이야기가 아니고 우리 한인학생들, 그것도 필자가 직접 지도하여 의대에 합격시킨 학생들이 입학을 유예하던 실제의 이유들이다. 물론 의대에 합격은 했으나 가장 원하던 의대가 아닌 다른 곳에만 합격한 경우에도 간혹 이 입학유예를 활용하여 일단 합격을 보장받은 의대에 다음 해에 입학한다고 통보하고는 본인이 원하는 의대에 다음 해에 다시 한 번 도전하려고 하는 학생이 있으나, 이 경우라면 신중한 결정을 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입학유예를 해주는 경우에 그 유예기간동안 다른 어떤 의대에도 다시 지원을 하지 못한다는 서약을 요구하는 의대도 있기 때문이다. 약 10년전에는 이런 얕은 수를 쓰고자 하는 한인학생들이 가끔 존재했으나 요즘은 이런 생각을 하는 학생을 만난 적이 거의 없으니 이 또한 우리 한인사회가 그만큼 성숙해졌다는 증거이다. 의대는 단지 의대일 뿐 진정 학생들의 최종 목표는 레지던시에 있다는 것을 거의 대부분의 한인가정에서 인지하고 있으므로 발생하는 변화라는 의미이다.
Deferred Entry를 원한다고 학생이 합격후에 학교에 통보하면, 의대는 해당 학생에게 정해진 시한내에 서면으로 신청 하도록 요구한다. 그 서면 신청서를 어드미션 커미티에서 검토하여 합당한 이유로 보인다면 입학유예를 허락하는 서면통보를 이메일로 해준다. 중요한 사항은 다음 해에 아무 것도 안 하면 입학유예의 혜택을 볼 수 없을 수도 있다. 즉, 다음 해에 다시 원서를 내도록 요구하는 의대가 많다는 점을 조심해야 한다. 다시 지원하면 무조건 뽑아주겠다는 것이지 아무 것도 안 해도 자동으로 입학이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얘기다. 다음 해에 내는 지원서에는 해당 의대 한군데에만 지원하는 것이고 입학을 유예 받은 특정 사유에 대한 결과보고를 적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연구를 계속하기 위한 경우라면 유예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그 연구에 관한 결과보고를 해야만 유예되었던 입학이 다음 해에 가능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통상적으로 입학유예를 인정하는 기간은 일년 뿐이라는 점도 감안하자. 특히 입학유예를 하고 한국에서 군대에 다녀오겠다는 학생들의 경우에 일반적으로 명문의대들은 2년의 입학유예를 해 주고 있지만 일반적인 의대들은 2년간의 입학유예는 꺼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니 합격 후에 이 부분을 꼭 확인하고서 군대문제에 대해 고민해 보기를 권한다. 2016년도 의대 신입생이 되었어야 할 165명의 하버드 의대 학생들 중 12명이 입학유예를 하고 현재 본인이 원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듯 명문 의대일수록 입학유예를 하는 학생들이 많은 경향을 보인다. 입학유예를 활용하는 학생의 비율이 합격생 중 6% 이상인 의대들은 공교롭게도 랭킹 시스템에서 상위군에 속한 학교들이 대다수이고, 중위권 이하의 의대들은 3% 미만의 입학유예 비율을 보이고 있다. 그나마도 허용하지 않는 의대도 존재하며 University of Missouri의 Kansas City School of Medicine와 같은 정원이 소수인 주립대학들이 그 주류를 이루고 있다. 같은 미주리 주립의대 중에도 캔서스 시티에 위치한 의대와 달리 컬럼비아 시티에 위치한 UM-Columbia School of Medicine은 입학유예를 활용하고 있으니 이는 철저히 해당 의대의 결정사항이다.
힘들게 앞만 보고 달려온 프리메드 생활 후에 한 숨 돌리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여유가 이제 우리 한인학생들에게도 생기고 있다. 아직 한인부모들은 입학유예를 전적으로 환영하는 단계까지는 오지 않았지만 조용히 변화를 원하며 또한 변화하고 있는 것을 느끼기에 한인들의 모습이 자랑스럽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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