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에 지원하는 학생들 중 대부분은 뛰어난 학습능력을 지니고 있고, 환자들과 만나고 그들을 돕는 시간을 많이 가져본 상태지만 자기자신을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는 못 하고 있다. 특히 열심히 의대 진학을 준비하는 우리 한인 학생들의 경우에는 친구를 만나는 시간도 아깝고 취미활동을 할 마음의 여유도 없어 보이는 학생들이 타 민족 학생들 보다 더 많아 보인다. 안타까운 일이고, 의대 진학에 불리한 요소 중의 하나이므로 그 이유를 소상히 설명하여 억지로라도 조금은 더 인간미 있게 살며 의대 진학을 준비하도록 도울 수 있기를 바래 본다.
의대에서 뿐만이 아니라 의료계 전반에 걸친 관심사는 무리해서 에너지가 소진되는 일(Burn Out)이다. 그러므로 의대에서는 학생을 선발할 때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최선을 다 하지 못할 지도 모를 학생은 추려내는 것이다. 그 추려내는 방법 중에 가장 쉬운 방법은 공부를 포함해 꼭 해야할 일만 하고 쉬거나 즐기지 못 하는 성향을 보이는 학생을 선별해 내는 것이다.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기성세대에서는, 즉 부모들은 이해하기 쉽지 않을 수도 있지만 놀 때는 놀고, 쉴 때는 쉬고, 공부할 때는 열심히 하는 모습을 원한다는 말이다. 놀 거 다 놀고, 쉴 거 다 쉬고 무슨 수로 의대에 진학할 수 있냐고 바로 반문할 부모와 학생들이 있을 수 있지만 다 놀지 말고 시간을 쪼개서 즐겁게 놀고, 다 쉬지 말고 현명하게 쉬어 가는 요령을 익히지 못 한 학생들은 의대에 가서 탈이 나기 십상이다. 아니 의대를 잘 마치고 나서도 이런 학생들은 언젠가는 폭발할 시한폭탄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현직 의사만큼 스트레스 레벨이 높은 직업이 많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으니 번 아웃이 되지 않을 만큼은 자기를 위해 시간을 쓰는 습관이 프리메드 시절 이전에 형성되어 있어야만 되는 당위성이다. 바로 이 점이 놀지도 않고 열심히 공부만 한 학생이 의대에 진학하지 못 하는 이유이다.
의대가 원하는 학생은 천재형 학생이 아니라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노력할 수 있는 성향의 학생이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대학시절 성적이 그리 썩 좋지 않았던 학생이더라도 졸업 후에 몇 년간 계속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온 학생들이라면 의대에서 보기에는 괜찮은 의사후보로 보는 것이다. 오래 버티기가 관건이다. 의대 일/이학년생들은 대부분 시험성적이 패스했거나 패스 못 했거나 둘 중의 하나로 표시되며 이는 하버드 의대를 포함한 많은 의대들이 이미 충분히 힘든 의대공부를 하는 학생들에게 부담감을 줄여주고 학생들 간에 불필요한 경쟁심 대신 협동심을 키워주고자 하는 배려이기도 하다. 누구라도 쉽게 상상하듯 의대생들의 생활은 매주 이어지는 시험의 연속 속에 긴장감이 팽배한 나날이다. 공부하는 내용도 무지막지 하게 많아서 지식을 머리속에 꾸겨 넣어야만 한다는 표현이 너무 잘 어울린다. 주어진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연습이 되어 있지 않거나 독해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에 비해 더 힘든 생활을 하게 된다. 특히 독해력이 부족한 경우라면 다른 학생들이 시험범위를 두 번 읽고 이해할 시간에 한번 읽기도 벅차므로 과학적 지식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시험범위를 끝까지 다 읽고 시험을 치르지 못 할 수도 있다는 얘기이니 당연히 남들보다 더 적은 잠을 자고 더 피곤하고 더 열심히 한다는 생각을 해도 하루하루가 벅차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다 보니 스터디 그룹 친구들이 금요일 저녁에 피자에 맥주 한 잔 하며 웃고 즐기는 잠깐의 여유를 즐길 때도 이 학생은 참여하지 못 하고 잠자든지 아니면 다음 시험을 대비해 미리 책을 읽기 시작하고 있게 된다. 그렇게 몇 달을 보내다 보면 에너지가 소진되는 번 아웃이 찾아오는 것이다. 열심히 안 하는 학생들에게는 어쩌면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런 학생은 일찌감치 의대에서 방출되니 굳이 걱정할 일은 아니다. 열심히 하고자 하는데 자꾸 자기만 뒤쳐지는 느낌이 들 때 좌절하거나 무리해서 노력하게 되는 것이다. 놀 줄 모르는 것은 놀 시간을 찾지 못 해서, 혹은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일 것이다. 이런 학생들 중 대다수는 시간관리능력이 부족한 학생이라고 보인다. 아울러서 그 원인은 독해력 부족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혹은 학습능력 자체가 조금 부족한 학생이 억지로 운 좋게 의대에 가도 생길 수 있는 현상이다. 여기서 필자가 말하는 독해력이나 학습능력은 일반 학생들 보다는 당연히 좋은 경우이지만 의대생 간의 비교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한 경우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시카고 의대 3, 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올 초에 한 조사에서 거의 절반에 달하는 학생들이 번 아웃 증세를 보이고 있다. 어차피 많은 의대생들에게 의대공부는 양이 너무 많아 힘든 일이라는 것이다. 그 와중에 쉴 때 쉬지 못 하면 아주 힘들어 질 수도 있다.
쪽 잠을 자서 피로를 풀 수 있다면 그것도 능력이고, 짧은 시간들을 활용해서 공부하는 요령도 능력이다.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주어진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 지는 각자의 능력이고, 이 능력이 특히 좋아야 하는 것이 의대생이니 프리메드 시절, 아니 그 이전 어린 시절부터 공부할 때 공부하고 놀 때 놀 줄 아는 연습을 시켜야 건강한 사회인이 될 수 있겠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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