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의 미국내 의대 진학에 대한 실질적 분석을 해보자. 물론 한국 유학생의 경우를 분석하자. 캐나다 유학생은 그나마 한국 유학생보다는 유리한 입장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분석은 필자가 직접 지도한 학생들에 국한되는 경우이다 보니 모든 유학생들을 대변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지만 적어도 유학생의 미국 의대 진학은 불가능에 가까운 가능이라는 궤변을 소멸시키기 위함이다.
일단 유학생들이 진학한 의대는 하버드 의대, 스탠포드 의대, 예일 의대 등의 최고 명문의대 뿐 아니라 NYU 의대, 피츠버그 의대와 조지 워싱턴 의대를 비롯한 다수의 의대이고, 주로 흑인학생들을 선발하는 의대/치대로서 흑인들의 하버드라고 불리우는 하워드 치대에 진학한 유학생도 있다. 캐나다 유학생들을 포함하자면 더욱 다양한 의대/치대가 포함되지만 한인유학생들의 얘기로 제한하겠다. 과외로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시민권이나 영주권이 없는 DACA 신분의 학생들은 UCLA 의대를 비롯한 주립 의대들 에도 진학을 했으니 누군가가 미국에서 의대에 진학하려면 시민권/영주권이 꼭 있어야만 한다고 얘기하면 이제는 그렇지 않다고 정확하게 정정해 주기 바란다.
이 학생들은 과연 천재들인가? 천재들이기 때문에 불가능에 가까운 가능을 이루어 낸 것인가? 그렇지 않다. 열심히 살아온 학생들은 맞지만 필자가 지도한 다른 시민권/영주권 학생들과 비교해서 특별하게 천재성을 띄고 있지는 않다. 물론 필자가 복이 많아 명문대학 전과목 A를 받는 학생들을 많이 지도하다 보니 위와 같이 말하는 특권을 누린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역으로 말해 미국에서 태어난 학생들도 의대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을 한다는 점이다. 즉, 미국에서 의대에 진학하는 것은 미국에서 태어난 학생들에게도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유학생 중에도 본인만 능력이 있으면 진학할 수 있는 곳이 의대지만 능력이 부족한 학생이라면 시민권자 아니라 그 누구도 진학하지 못 하는 곳이 의대라는 사실은 망각하고 그저 유학생이라 의대에 진학하지 못 했다고 푸념하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깝다.
필자가 지도한 대부분의 유학생은 민사고, 과학고, 외고를 한국에서 졸업하고 미국대학에 진학한 경우들이다. 유학생으로 중고교 시절에 보딩스쿨로 유학 왔다 나중에 영주권을 취득한 학생들은 이 통계에서 제외했다. 부모는 한국에서 의사이고 학생은 영주권/시민권을 갖고 미국에서 중고교를 나온 후 대학생이 되어 필자에게 도움을 받기 시작한 학생들은 너무 많기도 하지만, 이 학생들은 의대입시에서 유학생으로 분류되지 않으므로 유학생들의 미국의대 진학의 현실성을 짚어보는 통계에서는 제외시켰다. 한국에서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중앙대를 다니다 미국에 대학생으로 유학을 온 경우도 간혹 있었으나 대학생이 되어 온 학생들은 영어발음을 교정하는데 참 많은 시간이 들었던 기억이 남아 있다. 인터뷰를 거치지 않고는 진학할 수 없는 곳이 의대/치대이다 보니 유학생들을 프로그램에 받을 때는 의식적으로 영어로 대화를 해보고서 판단을 하기도 한다. 발음이 조금 안 좋은 건 그나마 극복이 되지만 영어로 하는 대화수준이 너무 부족한 학생은 인터뷰에서 필히 불이익을 당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필자가 언급한 유학생들의 학교이름이 민사고, 과학고, 외고, 서울대, 고려대 등이라고 해서 이들은 특별한 부류이니 당연히 되는 거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 독자가 있다면 생각을 다르게 하기를 권한다. 어차피 필자가 지도하는 학생들 중 미국에서 자란 시민권자 학생들 대부분은 하버드, 프린스턴, MIT, 컬럼비아, 유펜, 브라운, 코넬, 다트머스, 존스 합킨스에 재학 중이며 윌리엄스, 앰허스트, 스와츠모어, 미들버리, 웰슬리 등의 리버럴 아츠 대학에도 학년별로 거의 한 명 이상이 재학 중이니 필자의 학생들 사이에서의 경쟁 자체도 치열하다. 이렇듯 시민권자 학생들도 힘들게 진학한 대학에서 몇 년 동안을 남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봉사한 후에도 의대에 진학하는 것이 어려운 일인데 무턱대고 유학생이라 의대에 진학을 못 했다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한 발언이다. 마치 한국에서 사법고시 합격을 특목고 출신이 아니라 못 했다고 말하는 것과 유사하게 들린다. 출신 고교와 상관없이 실력을 보고 선발하는 것이 한국의 사법고시이듯 신분과 상관없이 매력적인 학생을 선발하는 미국의대는 전체 의대의 절반에 가깝다. 주립 의대라고 무조건 유학생을 선발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주립의대 중 최고인 UCSF 의대가 유학생을 약 4년에 한 명씩 선발하기에 그 이유를 질문했더니 썩 매력적인 유학생 지원자를 몇 년에 한 명 만나는 것도 어렵다는 답을 들었다. 지레 겁을 먹고 지원조차 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차라리 하버드 의대에는 모두 열심히 지원을 하므로 실제로 하버드 의대에는 매년 수십명의 전세계 유학생들이 진학하여 꿈을 키우고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본인만 열심히 노력하면 가능하다. 물론 영어성적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고 중요하므로 끝없이 강조하겠고, 민사고나 외고를 졸업한 학생들이라고 미국에서 태어난 명문대학생들 보다 나은 영어실력을 갖췄다고 생각하는 과대망상은 버려야 한다.
힘든 일은 맞다. 하지만 유학생이라 힘든 일이 아니라 의대 진학 자체가 힘든 일이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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